슈베르트 Schubert의 <미완성 Unvollendete Unfinished>교향곡

in zzanlast year (edited)

무슨 사연이든 휴게소에 들르는 사람들은 시간도 목적지도 비교적 분명하다 보니 휴게소의 시설이나 음식 메뉴의 다양함, 음식 맛의 수준 또는 편의점의 상품 구비 규모 등에 대해 별 기대치나 큰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쩌면 다소 부수적인 것에 대한 관대함이나 여유로움 비슷한 게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소위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은 확실히 좀 더 예민하다. (약간 뜨끔) 뭐, 더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더 “섬세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특히 그중에서도 무대에서 연주를 직접 하는 음악가들의 경우에는 항상, 그리고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디테일”과 “에너지” 그리고 “몰입”을 통한 자연스러운 “표현”, 조화로운 “흐름” 등을 통한 “공감”과 “소통”의 장場으로써의 “무대와 함께 호흡하는” 그런 일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사람들이기에.

67347FB7-7537-406C-B76D-3CB1C89C7666.jpeg

오늘 그 “예민함”은,
“메뉴”의 선택과 품평에서 정점을 찍었다.

과반수가 휴게소에서의 식사보다는 그 지역 숙소의 근처 맛집을 찾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에 선택된 {김치찌개 전문점}.

재미있게도 찌개가 끓는 동안 계란후라이를 직접 해오는 코너도 있었고, 더욱 특이한 점으로, 그 음식점의 메뉴는 오직 한 가지, “김치찌개”밖에 없었다는 점.

시각적으로 정말 맛있어 보였던 것과 별개로, 끓고 있었던 김치찌개의 "냄새"는, 실망스럽게도 덜 익은 김치가 끓여지고 있음을 거의 모두로 하여금 바로 감지하게 했으며, 그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서로 눈들을 마주쳤다.

단일 메뉴의 "전문점"이니 프로답게 일 년 365일 김치찌개용으로 적합한 – “잘 익은” 김치를 항상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이구동성이었다.


(아, 또 깜빡; 역시 익숙하지 않다 보니 결국 일행 중 한 사람이 찍은 사진 한 장을 겨우 건네 받았다는)

"덜" 익은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 그 부족한 한 가지의 요소로 “전문점”, 즉 “프로”가 지극히 “아마츄어적인” 수준으로 평가 받아 "비전문점"으로 전락하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우리 음악가들의 삶도 사실 비슷하다.

“청중”의 기준을 “이 음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에 두고, – 작곡가, 지휘자, 음악 코치 아니면 자기 자신... 그 누가 됐든 – 더 정확히 본질을 보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많이 고되고 외로운,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이다.

작은 요소 하나라도 청중으로 하여금 불편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면 – 심지어 자신에게 익숙해져 있는 빠르기 Tempo 대로 연주되지 않는 음악회나 영상을 봤을 때, 아주 쉽게 자신의 기준에서 빠르다-느리다 하며 마치 그 템포의 연주가 잘못된 또는 미숙한 연주인 양 쉽게 평가해버린다든지... – 어쩌면 우리나라 청중들이 서양의 클래식 청중들에 비해 즐기려는 마음보다는 비교하고 평가하려는 마음이 앞서며, 되려 경직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얘기들도 조심스레 나눴다.

인간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지만, 설령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벽한 AI가 음악계에 나타난다 해도, 살아 숨쉬는 인간의 심장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피를 타고 연주되는 그 감흥은 쉽게 따라올 수는 없을 거라는 믿음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클래식 음악가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도저히 알기 어려운, 그 어린 나이때부터 지금껏 "살아남아온" 우리들의 고통과 노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살아있는 한 계속될 것이라는, 왠지 좀 어색한 다짐들도 스스로 해가며, 처음엔 불평 가득했던 급조된 1박 2일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김치찌개집”에서의 뜻깊은 시간이었다!

14CD5D95-683A-4DCC-B9A2-742B4291DB2F.jpeg

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돌아오는 동안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져있다가-분명히 커피를 많이 마셨는데도-어느 순간 식곤증이 몰려와 눈이 저절로 감기는 걸 깨우느라 오는 내내 애를 좀 먹었지만...


아까 식사 중에 어쩌다 보니 뜬금없이 나왔던 애니메이션 "스머프 Smurfs" 얘기 중, 악역 가가멜 Gagamel의 주제음악 Theme - 배경음악으로 시작 부분을 알리던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생각이 났다.

C19EA4E0-9ABF-41CA-BCA5-1255D62A4C8A.jpeg

스머프들을 모두 손에 넣어야 하는 가가멜의 계획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미완성 교향곡 Unfinished"을 선곡했을 것도 같고, 또 영원히 그렇게는 되지 않아야 한다는 "권선징악"의 의미에서도 어쩌면 선곡 의도가 있었을 듯.

{클래식 음악} 자체가 그들의 음악이자 일상이다 보니 애니메이션이나 여타의 이벤트 등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덕분에 자연스레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그저 반갑고 즐겁기만 하다!

오스트리아 지휘자가 오스트리아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한다.
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 Herbert von Karajan(1908-1989)의 슈베르트 Schubert 교향곡 제 8번 <미완성 Unfinished Unvollendete> D.759.

겨우 31세에 생을 마감한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작곡가 슈베르트 Franz Schubert(1797-1828)가 25세의 나이에 작곡한 교향곡으로, 미스테리하게 1-2악장만 완성된 채 발견되었으며, 120마디 가량의 초고만 남겨진 3악장의 존재와 4악장의 부재는 후대 음악가들로 하여금 완성에 대한 여러 시도를 불러일으켰으나, 잘된 일인지 아닌지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고 한다.

결국 4악장의 {교향곡} 형식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1악장과 2악장 두 악장만이 연주되는 "미완성"의 교향곡으로 남았지만, 슈베르트의 교향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 여겨짐과 동시에 클래식 음악사에서도 "낭만파 음악"에 있어 하나의 정점으로 인정받는 위대한 작품이다.

{앙코르 무대 Encore Stage}

방금 전 <미완성>을 지휘한 카라얀 Karajan이 발굴한 그녀, 미국의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 Kathleen Battle(1943- )이 부르는 슈베르트의 가곡 <더없는 기쁨(행복) Seligkeit>이다.

ㄱ ㅣ 쁘 ㄱㅔ ! ! :)



Posted through the AVLE Dapp (https://avle.io)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안녕하세요.
이 글은 SteemitKorea팀(@jungjunghoon)님께서 저자이신 @classicalondon님을 추천하는 글입니다.
소정의 보팅을 해드렸습니다 ^^ 항상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SteemitKorea팀에서는 보다 즐거운 steemit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다음날 다시 한번 포스팅을 통해 소개 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이틀 이어 응원해주시니
엔돌핀(엔도르핀) 뿜뿜입니다!
진심 감사드려요 @jungjunghoon 님~ ^—^b

Coin Marketplace

STEEM 0.24
TRX 0.11
JST 0.029
BTC 69321.61
ETH 3682.17
USDT 1.00
SBD 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