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 III 파트2 11화

[가브리엘]
크리스티앙 : 후ㅡ정말 죠안 말대로 낭만적이군. 곧 죽으리란 걸 알면서도 아직 아름답다는 감정을 느낄 여유가 있다니... 나란 녀석도 참. 휴우...
죠안 : 처음 뵙겠어요. 죠안 카트라이트라고 해요.
크리스티앙 : 저는 크리스티앙. 메디치 가의 차남입니다. 죠안 카트라이트 씨라고 하셨죠.
죠안 : 그냥 죠안이라고 부르세요.
크리스티앙 : 당신도, 크리스티앙이라고 불러요.
죠안 : ...크리스티앙!
크리스티앙 : 죠안...
죠안 : 저 소리... 점점 간격이 줄어드네요.
크리스티앙 : 외벽에 부딪히는 이물질이 점점 늘어간다는 소리겠지. 우리 주변이 점점 불바다가 되어간다는 뜻일지도. 무서워?
죠안 : 아니요, 전혀.
크리스티앙 : 나도.
죠안 : 어? ...통신기...?
크리스티앙 : 냅둬, 어디서 잡음이 들어오는 거겠지.
닥터K : 이 빌어먹을 한 쌍은 어디 있는 거야?
크리스티앙&죠안 : 닥터K!?
닥터K : 거기들 있었구만!
죠안 : 헉... 어떻게 된 거에요, 닥터K?
닥터K : 다른 사람들을 옆 항성계에 내려놓고 다시 돌아온 걸세. 조금만 기다리라구! 내 곧 그 곳으로 가지!

[샤이닝 스타호]
닥터K : 드디어 가브리엘 항성군이 붕괴되었군. 30분만 늦었더라도, 폭발 반경을 벗어날 수 없었을 거야. 구사일생이지.
죠안 : 정말 고마워요, 닥터K. 우릴 구하기 위해서 일부러...
닥터K : 고마워 할 필요 없어. 어차피 자네들은 내 생명을 한번 구해줬으니, 이걸로 빚은 갚은 거야. 그리고 만약 거기까지 갔는데도 못 찾을 것 같았으면 나도 포기하려던 참이었어. 더 들어가면 내 목숨도 부지 못 했을 테니까... 이번에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자네들이 현명하게 대처한 까닭이 더 크다고.
크리스티앙 : 그래도 정말 고마워요.
닥터K : 그만해. 자네들 덕에 이득을 본건 오히려 나야. 드디어 나의 '안타리아 성단의 천문학적 위기' 에 대한 이론이 완성되었으니까.
죠안 : 정말이에요?
닥터K : 그래. 그래서 말인데, 자네들 이 배를 타고 나를 어딘가에 데려다 주었으면 하는데.
크리스티앙 : 어디든 좋아요, 생명의 은인인데. 자, 말씀 해보시죠.
닥터K :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대항성계는 리치지. 일단 리치로 가세. 거기서 내 친구인 '리차드' 를 만나기로 했거든. 나는 우주선이 없으니, 그곳에서 내 발 역할을 해 줄 수 있겠지?
크리스티앙&죠안 : 리차드라구요!?

[아슈레이의 거처]
로브 : ...이상입니다.
아슈레이 : 그렇다면, 결국 살라딘은 리치와 페르소 등지에서 활동한 일의 내용으로 볼 때 아르케의 '모노리스' 유적과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요?
로브 :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까지는 밝혀낼 수 없었습니다요. 하지만, 분명히 모노리스 유적에서 출발해서 어디론가 이동 중이던 수송선 블루 버드 호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그는 전에는 크리스티앙과 죠안이란 동료들과 뭔가 임무가 있어 함께 있었는데 지금은 잠시 떨어진 상태인 듯 합니다.
아슈레이 : 흐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로브 : 예.
아슈레이 : 좋은 정보로군... 적당히 이용하는 게 좋겠어. 블랙 레이븐, 그 자만큼은 내버려 둘 수 없으니...
레오파드 : 잘 있었나?
아슈레이 : 아, 레오파드. 오랜만이군요.
레오파드 : 그동안 퉁 파오의 눈을 피해 다니느라... SOC의 여러가지 자료를 모아뒀지. 퉁 파오의 비리와 관련된... 요새는 권력에 취해서 제정신을 못 차리는 모양이야.
아슈레이 : 그래서 장기 집권은 좋지 않은 법이지요. 다른 베델들조차 그 앞에서는 한숨도 못 쉴 정도이니...
레오파드 : 이제 시대를 바꿀 때가 온 거겠지. 앞으로도 계속 수고해줘. 당신이나 나나 바라는걸 손에 넣을 때가 머지 않았으니.
아슈레이 : 물론입니다.
레오파드 : 그럼...
아슈레이 : ......

[팡테온]
손 나딘 : 흐음... 올 것이 왔군.
[블랙 레이븐]
유진 : 오늘만 해도 다섯 군데 우주 용병 길드에서 가입 신청을 해 왔습니다.
마리아 : 우주용병 길드에 들어오겠다는 가입자가 줄을 잇고 있어요.
엠블라 : 확실히 전반적인 여론도 상당히 우호적으로 돌아가는군요.
리차드 :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르케 본성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네.
엠블라 : 지금 준비 중이라는 얘기겠죠?
살라딘 : 그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지금이야 말로 우리의 세력을 늘릴 기회가 되겠군요.
리차드 : 그렇겠지. 어차피 베델리른은 글로리로 아델룬을 파견한 일 때문에 또 다시 병력에 구멍이 났을 테니까.
유진 : 라그 소항성계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리차드 : 라그 소항성계?
엠블라 : 라그 소항성계는 제 2의 필라이프를 꿈꾸며 만들어진 인공행성 '라그' 로 유명한 곳이죠. 하지만, 위치 선정이 좋지 않아 실제로는 별로 쓰이지 않는 무역 기지죠.
유진 : 그곳이 이번에 아르케로부터 독립하겠다고 준비중인 모양입니다. 라그는 제법 군사시설도 갖춰진 곳이고, 아르케로부터 거리도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라그의 주장은 필라이프에 있는 저항세력의 본진을 그곳으로 옮기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자는 겁니다.
살라딘 : 그 뜻은... 라그의 독립을 도와주고, 그곳을 본격적인 우리의 본거지로 사용하라는 뜻인가요?
유진 : 그렇네.
리차드 : 현재 그곳의 책임자가 누구지? 카렐라 아니었던가?
유진 : 맞습니다.
리차드 : 야심이 강한 여자기는 해도... 허황된 얘기를 할 사람은 아니지. 한번 가봅시다.
[소행성 라그]
살라딘 : 이곳은 좁아서 용병 사용이 불편하군.
유진 : 라그 점령에 성공했습니다.
리차드 : 남아있는 잔여 아르케 병력들을 무장해제 시키고 아르케 본성으로 후송시키면 라그의 독립 행성화는 끝나겠군.
엠블라 : 드디어... 저항군도 그럴 듯한 '본거지' 가 생긴 셈이네요.
살라딘 : 앞으로 아르케 본성에서 이곳으로 많은 병력들을 보내서 공략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에 대한 방비가 철저해야 겠군요.
마리아 : 그곳은 원래 방어시설이 잘 되어있는 편이죠. 필라이프보다 규모는 작지만... 조금만 고쳐서 설계하면 문제없을 거에요.
살라딘 : 어쨌든, 당분간은 시간이 날테니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겠군.

[블랙 레이븐 브릿지]
엠블라 : 마리아... 왜 이런 데 혼자 나와 있어요?
마리아 : 별일 아니에요. 머리 좀 식힐 겸해서 나온 거니까.
엠블라 : 이번에 정말 수고 많았어요. 당신은 정말 남자 못지 않게 강하더군요. 같은 여자로서 부러울 정도에요.
마리아 : 전... 원래 슬럼가 출신이었으니까요. 이보다 더 괴로운 일이야 얼마든지 겪어왔죠. 이를테면 '붉은 대기근' 같은...
엠블라 : ...그랬군요.
마리아 : 사실... 어렸을 때는 나도 상당히 의존적인 성격이었어요. 오빠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줄곧 오빠에게만 매달려 지냈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인육 도살자들에게 쫓기던 와중에 오빠와 완전히 떨어져 버렸죠.
엠블라 : ...설마.
마리아 : 혼자가 된 뒤 남에게 의지한 채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자신이 원망스러웠어요. 차라리 일찌감치 혼자였다면... 더 빨리 현실에 적응할 수 있었을 텐데...
엠블라 : ...왜, 오빠를 찾지 않는 거죠? 어쩌면 당신 오빠는...
마리아 : 됐어요, 닥터 엠블라. 더 이상 말하지 말아요.
엠블라 : 마리아...
마리아 : 이제 울보에 겁쟁이였던 과거의 엘리나는 존재하지 않아요. 마리아 카진스키로서 존재하기 위해 과거를 제물로 바치고 난 지금 이렇게 서있는 거에요.
엠블라 : 그런...
마리아 : 오빠는... 아마도 어딘가에 살아있겠죠. 하지만 찾을 생각은 없어요. 이렇게 변해버린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다시 오빠와 마주 하게 되면 옛날의 엘리나로 돌아가 무의식 중에 기대버릴 것 같으니까요. 난 지금... 나 혼자서도 바로 설 수 있는 현재를 선택한 걸로 만족해요.
엠블라 : ......
마리아 : 그러니 이런 얘기는 한 귀로 흘려버려요...

살라딘 : 라이트 블링거... 드디어 찾았군... 셰라자드의 유해는 무사할까?
[아슈레이의 거처]
아슈레이 : 예상대로군요. 아르케로 혼자서 출발했단 말이죠? 로브, 그럼 내가 말한 대로 길드 연합에 전하세요.
로브 : 네,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블랙 레이븐]
엠블라 : 무슨 소리에요, 마리아... 그가 아르케로 떠났다구요?
마리아 : ...라이앰버의 길드장 로브가 직접 블랙 레이븐이 아르케로 떠나는 걸 봤다고 하더군요. 사실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 그는 행방불명 상태에요.
유진 : 로브 녀석의 말 따윈 믿기 싫지만 확실히 공간도약 중형 함정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리차드 :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서, 살라딘이 갑자기 떠나버린 건 확실한 것 같군. 마리아의 정보에 따른다면 그 행선지는 아르케고.
엠블라 : 하지만 그가 갑자기 왜 그런 짓을 한 거죠? 이유가 없잖아요.
리차드 : 우리가 그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겠나. 확실한 건... 그가 지금 이렇게 떠난 건 의심스런 점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지. 더군다나 그 행선지가 적들의 메인 기지, 아르케라면 그는 첩자였을 수도 있는 거야.
엠블라 : 그럴 리가...
리차드 : 지금으로서는 빨리 살라딘의 역할을 대신할 대리를 뽑고 일을 진행시킬 수 밖에 없어.
마리아 : 하지만 전... 블랙 레이븐, 살라딘을 믿고 싶습니다. 자청해서 그를 따르기로 했는데...
유진 : 믿는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소. 우주용병 길드 연합은 믿어주지 않는데.
리차드 : 할 수 없네. 살라딘은 어차피 이미지를 위해 리더로 내세웠던 것이니 빨리 대리를 뽑도록 하지. 또한 로브 길드장의 입을 막게. 살라딘이 길드 연합을 버리고 떠났다는 식의 엉뚱한 소문이 퍼지면 곤란하니.
유진 : 알겠습니다.
엠블라 : 살라딘, 그가 왜 아무 메시지도 남기지 않고 이런 짓을...

[프라이오스의 저택]
데미안 : 우주용병 길드 연합 때문에 베델 회의가 열린다던데...
프라이오스 : 쓸데없는 짓이지. 퉁 파오가 베델리른으로 앉아있는 이상 반란은 계속 일어날 거야. 그토록 잔인하게 정치하는 베델리른은 내 평생 처음이었으니까.
데미안 : 그럼 베델의 탄핵권을 이용하면 되지 않으십니까?
프라이오스 : 난 애당초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 베델이 됐을 때도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게다가 나 혼자 나서 봤자 소용이 없지. 다른 베델들이 호응해주지 않는다면 말이야.
데미안 : 아버님다우시군요.
프라이오스 : 정치에 한 번 발을 잘못 들이면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지. 퉁 파오도 지금은 권력욕에 빠져 우쭐해 있지만 조만간 누군가에게 어이없이 살해당할지도 몰라.
데미안 : ......
[모노리스]
살라딘 : 적들은 아델룬... 혹시 이건 함정? 나를 기만하다니! 용서 못한다! 진무천지파열! ...이것은 새로운 힘? 마치 나를 기다린 듯한 배치인데... 역시 함정일까? 죠안과 크리스티앙은 무사할런지 모르겠군.
아델룬 : 역시 만만한 놈은 아니군...
살라딘 : 역시 함정이 틀림없군...
아델룬 : 후후, 넌 이미 우리한테 포위당했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 마라.
프라이오스 : ...어째서 여기 아델룬들이 있는 거지? 난 모노리스에 아델룬이 주둔하도록 허락한 적이 없네.
살라딘 : 당신은...
데미안 : ......
프라이오스 :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내 구역에 허락도 없이 아델룬을 보내다니... 퉁 파오의 명령인가? 아무리 베델리른이라 해도 무례하기 짝이 없구만 그래.

아델룬 :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슈레이 님의 명령에 따라 우주용병 길드 연합의 리더인 블랙 레이븐이란 자를 쫓고 있었습니다.
프라이오스 : 블랙 레이븐...? 저 자가 그 소문의 길드 연합 리더인가? 하지만 그 자가 이곳으로 도망쳤다면 내게 먼저 연락을 했어야지. 이건 엄연한 월권 행위야. 다들 당장 물러가게.
아델룬 : 하오나 저희도 아슈레이 님의 명령 때문에...
프라이오스 : 일개 부관과 베델인 날 동격으로 보고 있는 건가?
아델룬 : 무,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프라이오스 : 블랙 레이븐이라... 퉁 파오의 전함을 탈취해 내다니 실로 대단한 실력이야. 하지만 곤란하군. 자네를 도저히 못 본 척 할 수 없는 입장이니 말이야... 데미안, 오랜만에 네 실력을 보여주려무나. 그렇지 않고서야 아델룬 놈들이 내 구역에서 떠날 것 같지 않구나.
데미안 : 알겠습니다... 오랜만이지?
살라딘 : ...엉뚱한 데서 재회하는군.
데미안 : 못 본 사이 제법 좋은 검을 구한 모양인데... 이번엔 원하던 만큼 겨룰 수 있겠군.
살라딘 : ......
프라이오스 : 데미안의 공격을 버텨내다니, 저 자는...!?
데미안 : 과연 대단해. 그때 확실히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살라딘 : 당신 역시...
데미안 : 하아아아아앗ㅡ!
살라딘 : 이야야아아앗ㅡ!
프라이오스 : ...사라지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유적과 뭔가 관련이 있는 건가...?
아델룬 : 이런... 아슈레이 님께는 뭐라고 보고하지...

[모노리스 유적]
살라딘 : 여긴 어디지?
데미안 : 우욱...
살라딘 : 응?
데미안 : 다가오지마!
살라딘 : 부상을 입었군.
데미안 : 훗... 동정 따윈 필요없다.
살라딘 : 자존심이 대단한 사람이로군... 이 녀석들은 뭐지?
데미안 : 나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당신이라도 빠져나가시오!
살라딘 : 칼도 제대로 못드는 몸으로 뭘 어쩌겠다는 거지?
데미안 : 왜... 나를 살려준 거지? 충분히 도망갈 수 있었을 텐데.
살라딘 :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곳에서 혼자 움직이는 건 무모한 짓이야. 게다가 당신하고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데미안 : ......
살라딘 : 먹어라. 이곳에 얼마나 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체력은 보충해 둬야지.
데미안 : ...고맙군.
살라딘 : 왜 우리가 이런 데 끌려들어온 걸까...
데미안 : 이 모노리스 유적은 뭔가 특이한 영기로 덮여있는 곳이니까. 당신과 나의 검기로 인해 발생된 강한 에너지에 의해 유적 내의 뭔가가 반응을 한 건지도 모르지.
살라딘 : 그런가. 왠지 순간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는 느낌이 든 건 그 탓이었나...
데미안 : ...그보다 당신은 아르케 저항군 아니었나? 왜 일부러 아르케의 모노리스 유적까지 찾아온 거지? 이 곳은 저항 운동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곳일 텐데...
살라딘 : 나는 오래 전부터 맡고 있는 중요한 임무가 있다. 그 임무 때문에 온 거다. 와서야 그게 함정임을 알게 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