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로드무비, 기쿠지로의 여름(菊次郞の夏 , Summer Of Kikujiro , 1999)

in #aaa5 years ago (edited)

로드무비를 좋아한다. 주인공이 길을 가면서 만나는 인연들, 그들로부터 얻는 교훈이나 감동, 고생하는 모습들을 통해 여행하는 느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타노 다케시를 좋아한다. 일본 예능프로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참 좋아한다. 소나티네, 하나비, 피와 뼈에서 보여준 모습도 좋고 기쿠지로의 여름에서 보여준 모습도 좋다.

요즘 날씨가 더워서 여름 느낌이 물씬난다. 계절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좀 줄어들었다. 아침 날씨가 참 좋다. 출근길에 맑은 하늘을 보면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종종 받는다. 그러니 여름+로드무비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다. 당연히 생각나는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image from Naver Movie

일본영화는 대부분 잔잔하다. 영화같지가 않고 일상풍경에 그냥 카메라를 갖다댄 듯한 느낌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 '마사오'는 자기를 버리고 떠난 엄마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일본영화 느낌 그대로 마사오가 느끼는 지루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10여분. 친구들은 모두 가족여행을 떠났고, 같이 사는 할머니는 방학과 관계없이 매일 일을 가야 한다. 혼자서 어딜 가본들 외롭고 심심하기만 한 마사오.

어느날, 충동적으로 마사오는 '엄마찾아 삼만리' 여행길을 떠나고 이웃집의 영~ 모자라보이는 깡패스러운 감독 겸 주연배우 기타노 다케시 아저씨가 우연히 그 길에 동행하게 되고 마사오보다 정신연령이 3살은 더 어릴 것 같은 그 아저씨 덕에 좌충우돌 별의 별 에피소드를 다 겪게 되는 마사오. 온갖 슬랩스틱 코메디와 말장난으로 영화를 가득 채우는 기타노 다케시, 한참 전 스타일의 개그지만 지금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 로드무비가 그렇듯 여행의 끝에는 얻는 것이 있다. 지금 자기 옆에 없는 엄마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얻은 마사오, 마사오 덕에 무언가를 얻은 백수 아저씨. 이번 주말, 어디로 여행을 떠날지 생각해봐야겠다. 영화 전반에 끊임없이 변주되어 깔리는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곡을 들으며 일본의 시골풍경이 가득한 화면을 보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영화 마지막 5분의 감동을 누리려면 다소 밋밋하더라도 화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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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 영화 음악은 알고 있다는 그것 아닙니까? 그런데 보진 않았으니, 소나티네랑 하나비에 이어서 좀 봐줄까 싶습니다.

그 말을 넣으려다가 마지막에 급한 일이 있어 못 넣었네요. 영화는 몰라도 주제곡은 다 아는 그런 영화.

기타노다케시 감독님 작품 중 잔잔한 감동 전해오는 빼어난 작품으로

https://www.themoviedb.org/movie/23606?language=ko-kor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1991 작품 함께 필람작 추천 드립니다~!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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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안그래도 필모그래프 보다가 그 영화 포스터보고 음.. 이거 괜찮겠는데?하는 느낌 잠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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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 믿고보는 배우죠 ㅎㅎ

바보연기도 깡패연기도 나름의 맛이 있더라고요ㅎㅎ

아이가 썸머에 꽂혀서 같이 볼려고요^^

자녀분의 눈에도 재밌는 영화여야 할텐데요ㅎㅎ

여름과 로드무비, 찰진 조합입니다. 두 사람이 여행길 동행하면서 어떤 걸 얻을지 궁금하네요.ㅎ

로드무비만의 맛이 있어서 가끔 보곤 합니다. 로드무비 특성상, 두 사람이 얻는 것은 아무래도 '우정'과 '한 사람으로서 자립하는 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같이 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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