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질경찰 / 이정범, 2019

in #aaa5 years ago

한 2년쯤 지난 것 같다. 인천에서 방콕 오는 길에 홍콩에서 한 번 내려서 비행기를 바꿔타는 여정이었는지, 아무튼 공항에서 보안검색대를 한 번 더 통과했다.

검색대에서 나는 늘 하는 실수로 또 물병을 들고 들어갔고 여권제시를 요구 받았다. 검색대 직원은 형식적으로 한 번 훑어보고 돌려주면서 여권지갑 한 귀퉁이에 붙은 스티커를 가리키며 이건 무슨 의미냐고 내게 물었다. 광화문에서 한웅큼 받아와서 여기저기 붙여둔 노란색의 작은 스티커 중 하나가 붙어 있었다.

“A ferry was fall down in Korea. I want to have memory the day.”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Oh, I know that Sewol ferry. You are Good.”

우리도 잊어버리고 사는 통에 홍콩사람이 그걸 기억한다는게 한참 동안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 “악질경찰”을 봤다. 뜻하지 않게 후반부로 갈 수록 세월호 이야기가 배경이 되는 걸 보고 이젠, 우리가 잊어버리지 않는 좋은 기억의 방법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영화는 줄곧 ‘어른’이란 말을 쓰고 싶어하는 듯 했다. 적당한 생존의 방법들을 각자도생하면서 얼마나 덜 나쁘냐 더 나쁘냐의 차이었지 거기서 선악의 프레임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렇다고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현실적인 인간들을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냥 현실 속에서 혹은 한국영화란 장르를 통해서 익숙한 비리. 그리고 대규모로 떠들석한 선행홍보. 그리고 지나간 시간 그 의도적인 선행에 힘입고 그 몹쓸 은총을 갚고자 더 나쁜짓을 대놓고 하는 공직자들의 태도들.

어떤면에선 억지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른’이란 표현은 지켜주지 못한 모든 우리 어른들의 미안함을 대변하는걸까 싶은 생각도 들고, 몹쓸 어른들을 욕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차디찬 물속에서 스러져 갔을 그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본 영화라 영화가 끝나고 정보를 찾아보니 ‘세월호’란 주제를 ‘상업영화’에서는 다루지 않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돈벌이에 세월호를 이용했다는 비난도 더러 있다. 하지만 상업영화 이외의 영화들에 과연 우리가 얼마나 눈길을 주고 있을까. 상업 영화에서 우리의 역사적 사실들을 다루는 건, 오히려 우리가 묻어두거나 미뤄둔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좋은기회일 수도 있지않을까.

꼭 그 이야기 뿐 아니라 누군가가 정해놓은 특정한 ‘감정적인 강요’ 없으니 우리도 뭔가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고 볼 수만 있다면 우리 군상의 감정과 행동이 잘 표현된 작품인 것 같다.


악질경찰

Jo Pil-ho: The Dawning Rage
이정범
2019



AAA의 오픈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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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도 아직 기억하네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만 언급하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우리가 진정 "어른"이라면 두고두고 기억하고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야겠지요...ㅠㅠ

개인적으로도 나이만 찬 어른이 아니라 진정한 어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세월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반대합니다.

저는 아직도 세월호 관련 영화 "생일" 을 볼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그런 일이 있으시었군요. 잊지 않아 주시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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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서는 안되지만 한편으로는 아픈 기억을 꺼내는 게 누구에게는 힘들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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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전개가 가득 찬 영화였습니다. 친구를 잃은 소녀의 아픔이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거겠지요.
결말까지도 '악질'에 걸맞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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