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9(일) 인스턴트인문학, 철학사상사. 왜 우리역사에는 사상이 없었을까?

in AVLE 일상yesterday

역사채널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가운데 공들여서 영상을 제작하고 업로드한다.
그러나 결과는 1년 넘도록 3백명도 안되는 구독자.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넌지시 말했다.
그런거 하지말고,
잘하는 철학같은거 영상 만들어 올리면 인기가 많다고.

"철학? 그런 고리타분한걸 누가 볼까요?"
그렇게 말해놓곤 아내가 알려준 유튜브채널을 잠깐 살펴봤다.
철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유학을 다녀온
그야말로 철학전문가.
물론 교과과정의 전문가이므로 결이 다르지만.

놀랍게도 수십만명이 영상을 시청하고
구독자도 수만에서 수십만명

요령있게 잘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좀더 재미있게 만든 느낌이다.
철학자의 주장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전달하는데
"참 재주도 좋다."라고 느꼈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던가? 그런데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도 제법 이름난 학자들이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나 인정해주는 학자들이지만.
중국에서 조금 인정해준 몇 사람은 시인이다.

결론만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학자가 없다.

이론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사단칠정론?
주리론이니 주기론이니?그런게 있지 않았냐고?
있었지만
그건 주자학을 풀이하는 방법에 불과했다.
이황이고 이율곡이고 따지고보면 그렇고 그런 수준이었다.

왜 우리나라에는 철학이나 사상이 발전하지 못했을까?

반항하는 마음은 있어도,
비판하는 세계관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삭제해버리는 성향은 있어도,
차분하게 그것을 분석하고 개선하려는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꼼꼼하게 따지고 연구하는것을 혐오한다.
문화가 그렇다.
2천년도 전에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내렸던 사람들이
21세기 한국의 시민들이다.
신분제시대에는 말할것도 없다.

설익어서 씁쓰름한것은 버린다.
모든것은 단계적 발전을 거쳐 꽃피운다는 기본 섭리를
우리민족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수천년 역사를 자랑해도
변변한 철학하나, 이론하나가 없다.
우리가 배우는 사상이나 철학이 무엇인가?
전부 서양이나 중국, 일본에서 넘어온 것이다.
그것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겉으로 삐져나온 국물받아먹기도 바쁘다.

보통은 언급하기도 꺼려하는 독일의 철학자 헤겔을 보자.
쇼펜하우어가 헤겔에게 박사학위를 받았고
포이어바흐나 마르크스가 헤겔을 비판했고,
현대로 넘어오던 시기의 수많은 철학자, 사상가들이 헤겔과 싸웠다.
헤겔하면,
우리는 철학사를 통해 배운 익숙한
'절대정신'이니, '변증법'이니, 관념론이니 하는것을 떠올리며
이러쿵 저러쿵 해석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헤겔 철학의 출발점이 그리스의 희곡에 있었다는것을 말하지 않는다.
헤겔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해도,
관련테마가 아닌이상 들여다볼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마르크스는 헤겔을 비판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므로 비판했고,
쇼펜하우어는 관점이 달랐으므로 부정했다.

어떤 사상가의 이론 자체에 매몰되면,
그 사상이 시대의 변화가 일으키는 욕망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에대해 깨닫지 못한다.
누군가 그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만, 초기에는 서툴고 엉성하다.
그것은 다시 더욱 철저한 이론가에 의해 비판받고 정리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것은

어떤것에도 절대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신에의한 지배를 거부하고
인간에 의한 지배가 정당화된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절대적 기준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서양에서 르네상스는 그런 의미였다.

우리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이씨조선 500년간 철저하게 복종의 세계관을 주입시켰고
사회의 지배이념을 거부하거나 비판하는 자들을 삭제시켰다.
지금 우리는 민주국가라는 이름을 쓰고 있고
민주라는 이름을 내세운 정당이 권력을 쥐고 있지만
우리는 민주니 자유니 하는것에 대해 기본도 없다.

설익은 주장은 '개똥철학'이라는 말로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다.
권력에 대한 도전은 철저하게 짓밟고,
권위에 대한 도전은 '제정신이 아닌'으로 매도당한다.

서양인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철학은 철학사상사 같은게 아니다.
'철학사상사'만 유행하는 사회는
인스턴트식품만 먹는 사회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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