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편 장수의 임명

in #busy5 years ago

Book Reviewer @ilovemylife입니다.

옛날에 장수를 임명할 때는 도끼를 내려 그의 임명을 알렸습니다. 부월(斧越)을 하사한다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부월(斧越)이라는 것은 작은 도끼인 부와 큰 도끼인 월이 합쳐진 말입니다. 도끼는 예로부터 손에 쥐고 휘두르는 효과적인 살상무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도끼는 군대의 무기를 상징하면서 그에 얽힌 이야기는 많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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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왕조가 들어서면서 제사의 희생을 바치거나 군대 안에서 군법을 어긴 자를 처벌하는데 사용한 것도 도끼입니다. 이로 인해 도끼는 군대의 지휘권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부월(斧越)을 내린다는 말은 군주가 장수에게 군대의 지휘권을 부여해 더 이상 군주에게 사소한 명령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부월(斧越)을 내린다’는 말은 전쟁터로 향하는 장수에게 모든 전권을 준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부월을 준다는 의미는 군주가 장수를 더 이상 시시콜콜하게 통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이해합니다. 본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전쟁터는 불확실한 상황이 연속해서 일어납니다. 그때마다 일일이 상황을 보고하고 조치를 받다보면 적시적인 전황을 이끌어 갈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그래서 전쟁터로 향하는 장수에게 전권을 내려 전쟁에 임하게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효율적인 통제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태공의 육도뿐만 아니라 사마법(司馬法)이나 이위공문대(李衛公問對) 등과 같은 병법서에서도 장수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행위가 엿보입니다. 즉 ‘군대가 출동한 뒤에는 모든 군사는 장수의 명령만을 따르고, 군주의 명령이라도 따르지 않는다’고 적고 있습니다.

부월의 사용방법은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부는 날이 아래쪽을 향하도록 하여 사용하고, 월은 날이 위쪽을 향하도록 하여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각각 하늘과 땅을 향해 지휘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추가해서 육도에서는 장수가 월의 자루를 쥐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과감히 처단하도록 하고, 부의 도끼날을 쥐게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잘못을 과감하게 처단하라는 의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모두는 장수가 전권을 가지고 자신과 남을 통제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武王問太公曰, 立將之道奈何. 太公曰, 凡國有難, 君避正殿, 召將而詔之曰. 社稷安危, 一在將軍. 今某國不臣, 願將軍帥師應之. 將旣受命. 乃命太史卜, 齋三日, 之太廟, 鑽靈龜, 卜吉日, 以授斧越. 君入廟門, 西面而立. 將入廟門, 北面而立. 君親操越持首, 授將其柄, 曰, 從此上至天者, 將軍制之. 復操斧持柄, 授將其刃, 曰, 從此下至淵者, 將軍制之. 見其虛則進, 見其實則止. 勿以三軍爲衆而輕敵, 勿以受命爲重而必死, 勿以身貴而賤人. 勿以獨見而違衆, 勿以辯說爲必然也. 士未坐勿坐. 士未食勿食, 寒暑必同. 如此, 士衆必盡死力.

무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장수를 임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했다. “나라에 어려운 일이 일어나면 군주는 자신의 부덕을 반성한다는 뜻에서 정전을 피하고 편전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장수를 불러서 다음과 같이 당부합니다. ‘나라와 사직의 편안함과 위태로움이 모두 그대에게 달려 있소. 지금 어느 제후국에서 신하의 예를 지키지 않고 반란을 꾀하고 있으니 그대가 군대를 이끌고 나가서 정벌하기 바라오.’ 장수가 출전 명령을 받으면 군주는 길흉을 점치는 태사에게 명하여 점칠 준비를 시킵니다. 그리고 사흘 동안 목욕재계하고 종묘에 나가서 신령한 거북 껍질을 그을려 점을 쳐서 길일을 택하여 장수에게 지휘권을 상징하는 도끼인 부월을 내리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길일이 되면 군주는 종묘의 정문으로 들어가 동쪽에 서서 서쪽을 향하여 서고, 장수는 뒤따라 들어가 북쪽을 향하여 서서 선왕의 신위를 바라보고 섭니다. 왕이 손수 큰 도끼 월의 머리 부분을 잡고 장수에게는 자루를 쥐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도끼날로부터 위로 저 하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장수가 통제하라’ 그리고 다시 작은 도끼 부의 자루를 잡고 장수에게 그 날을 쥐어 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도끼날로부터 아래로 연못 속 깊숙한 곳까지 장수가 모두 통제하라’ 이렇게 장수에게 부월을 내리고 군주는 이렇게 치사합니다. ‘장수는 적의 빈틈을 발견하면 진격하고 적의 대비가 굳건하면 멈추어라. 아군의 병력이 많다고 해서 적을 가볍게 보지 말고 군주에게서 무거운 임무를 받았다 하여 함부로 목숨을 내던지며 싸우려 하지 말며, 자기의 자리가 높다하여 남을 업신여기지 말고, 자신의 독단적인 견해를 고집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며, 변설가의 말이 이치에 들어맞는 것처럼 보여도 반드시 믿으려 하지 말라. 또한 병사들이 앉아서 숨을 돌리지 못했다면 먼저 자리에 앉지 말고, 병사들이 미처 배를 채우지 못했다면 먼저 수저를 들지 말며, 추위와 더위를 병사들과 꼭 함께 나누어라. 장수가 이처럼 하면 병사들은 반드시 죽을힘을 다하여 싸울 것이다’.

이상 Book Reviewer @ilovemylife였습니다.

참고문헌
국방부전사편찬위원회, 무경칠서, 서울: 서라벌인쇄, 1987
태공망(저), 육도삼략, 유동환(역), 서울: 홍익출판사, 2002
태공망(저), 육도삼략, 성백효(역), 서울: 전통문화연구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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