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회차 상담 후기]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는 온전히 '나'를 기준으로

in #bus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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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고 싶어서 신청한 상담이지만 2주에 한 번씩 가는 상담이 금액적으로 예전에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2주가 될 때까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힘들어서 상담을 받았더라면, 지금은 힘들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받는 느낌? 운동을 하듯이, 마음 관리도 하는 것이다.

상담 후기를 쓰는 이유는, 상담을 받고 나면 그 순간에는 좋은 기분(편안함, 후련함, 기분 고양, 자신감 등등)만 남고, 거기서 끝이다. 인간은 정말 무섭게도 반복적인 동물이다. 아무리 상담을 받아도 행동적으로 수정되지 않는다면 상담의 효과가 없다. 아무리 심리치료가 인간 중심이고, 정신분석이고, 통찰적인 학문이라지만 역시 인간은 파블 로브의 개처럼 행동과 보상에 취약하고 습관에 길들여져있기 때문에 심리치료에서는 행동적인 면도 꼭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후기를 쓴다. 기록의 힘은 강력하다. 상담 후기를 쓰는 것은 상담자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늘 내담자에게 더 강력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상담을 할 때도 꼭 내담자에게 상담 후기를 쓰도록 권유했다. 그 상담 후기는 내가 볼 수도 있고 내담자가 집에 가져가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한 내담자는 상담 후기를 쓰는 게 너무 좋다며 항상 상담 후기를 쓰고 갔다. 나는 내담자분이 상담 후기를 쓸 동안에는 혼자 깊이 생각하고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다.

1. 지금 해야 될 것들에 대한 우선순위 정하기

여러 가지 프리랜서 일이 또 들어왔지만, 현재로서는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에 거절을 하고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거절해야지, 못 한다고 해야지..'하면서도 계속 일을 할까 말까 미련이 남았다. 고민만 하고 있었다. 비슷한 상황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예전에는 그 과정을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을 텐데 지금은 조금 지연하고 선생님께 조언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인내심이 늘었다. 상담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내가 이번 일을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작년에 했던 통계 일이 타 대학교 교수님께 내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기분이 좋아서, 그래서 쉽게 포기하기 힘들 것이다"라는 말씀이었다. 스쳐 지나가듯 하신 말이었지만 이 말을 나는 흘려듣지 않고 캐치했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아니라고 부정했겠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이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해주시는 선생님이 편하게 느껴진다. 더 중요한 것을 위해서는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

2. 헷갈릴 때는 온전히 '나'를 기준으로

나는 너무나도 타인 중심이었다. 내가 타인 중심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나는 독립적이고 자존감도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줏대도, 자존감도, 개뿔 없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준다는 명목하에, 타인에게 끌려다녔다. 그것이 배려가 아닌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미리 얘기해주지 그랬으면~~달라졌을 텐데'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도. 내가 말을 안 하고 내 입장에서 타인을 배려해준답시고 마음대로 했던 것이다. 상대에게는 전혀 배려가 아니었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어느 정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회사를 다니면서 뼛속까지 깨닫게 되었다. 원치 않는 무리한 요구 다 들어주고, 주말 근무, 야근도 '다 내가 하고 싶어서 했다'라는 자기 위안과 '회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나 하나만 희생하면 된다'라는 돼도 안되는 교만함이었다는 것을. 상담 선생님께서는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살면 안 된다. 하지만 타인의 요구와 내 요구가 중첩되는 상황에서는 내가 더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 비율은 51:49. 한 끗 차이다."라고 하셨다. 내가 만족스럽고 행복한 선택을 했다면 주위에 있는 사람도 행복하다. 예를 들어, 요즘에 운동 때문에 약속 시간을 미리 몇 일 전부터 양해를 구하고 1시간 정도 미루기로 했는데 친구들이 이해해줬다. 알레르기 때문에 식사 장소를 한식 식당으로 만 해야 돼서 친구들에게 미리 일주일 전부터 양해를 구했는데 모든 친구들이 흔쾌히 승낙했고 내가 추천한 채식 식당을 매우 좋아했다. 그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다. 내 삶에서 내가 주체가 되어서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삶의 통제력을 강화시키고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3. 미래를 너무 멀리까지 보지 말기, 현실에 닥친 것부터.

최근에 퇴사를 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때문에 힘들었고 힘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너무 미래를 멀리 보면 머리만 번잡하고 더 힘들다고 했다. 일단 눈앞에 닥친 미래부터 걱정하고 너무 먼 미래는 그다음에 순차적으로 생각하라고 하셨다. 가지치기를 하니깐 마음이 편해졌다. 선생님께서 '지금 지수한테 가장 중요한 건 뭐야?'라고 물어보셨고 나는 '건강이요.'라고 답했다. 그러면 건강은 1순위고, 건강에다가 지금 눈앞에 닥친 공부만 추가로 더 신경 쓰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니깐 아주 단순해졌다. 일도 하지 말고 일단 이거 2개만. 일은 나에게 이 2가지에 대한 주의를 분할시키는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주의 분할'이 뭐냐고 여쭤봤더니, 어느 한 가지 일을 했을 때 끝마무리를 못하게 되면 계속 찜찜하게 생각이 나는 것을 예로 들어주었다. 그렇다. 일은 마감시간이 있기 때문에 다 못하고 놀게 되면 항상 찜찜하다. 공부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일이 주의 분할을 하게 만드는 방해 요소였다. 이렇게 정리하니깐 너무 이해가 잘 되었다. 나는 '아~~ 그러면 일이 주의 분할시키는 것 맞네요!! 공부는 아무리 다 못하고 놀더라도 찜찜하지 않거든요!!'라고 말하니 선생님이 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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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도움될때가 많더라구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이런저런생각들로 또다시 힘들때도 있지만 조금씩 나를 객관적으로 알아가게 되고 의미있고 꼭 필요한 시간이더라구요

맞아요 상담하고 나면 일상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똑같은 일상이 새롭게 보이고 그 안에 나도 새롭게 보이는 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꽤 길게 상담 받았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겨두었으면 좋았겠다 싶어지네요.
재작년에 임상수련 마치는 시점에서 허리디스크 판정 받고 3~4개월 동안 재활하며 지냈는데 당시에는 아프고 힘들었지만 돌아보니 그 시기가 참 소중하네요.
건강이 제일 소중하다는 데 정말 공감이 되고 운동 치료 상담 쓰리콤보면 얼마 안 가 아이언맨처럼 재탄생하시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빠른 쾌유 기원합니다~

아이고.. 허리 디스크라니.. 정말 수련생활 중에 허리까지 아프면 몸 고생 마음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몸이 아픈 것만큼 마음을 괴롭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하하! 아이언맨이 되기에는 너무나도 부실해서.. 감사합니다! 슬로우다이브님도 요즘 날씨 더운 데 건강 관리 유의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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