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요즘 뭔가 모자라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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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여 가게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엄췅 씨원한 바람이 쏴아... 0.1초 만에 어젯밤으로 필름을 촤르륵 되감고 보니 마지막으로 문단속을 했던 놈이 바로 나였다. 같이 입장한 다른 직원 앞에서

엄훠, 에어컨을 틀고 갔네....

통유리로 만들어진 벽 두 면에 온통 굵은 물방울들이 가득 맺혀 있었다. 습기라 할 수 없는, 그냥 물이었다. 장사 안되던 날 계면쩍게 종일 부지런 떠느라고 혼났다.

2
혹시 어제 먹던 게 남았나? 암것도 없다. 어쩌지. 김치찌개라도 끓여야겠다. 실장님 쉬는 날엔 내가 아침 당번이다. 한두 번이 습관이 되고, 어쩌다 보니 습관이 약속이 되어서 모두 그런 줄 안다. 예술적으로 끓인 김치찌개를 맛있게들 먹었다. 내가 먹어도 맛있다. 근데 뭔가가 모자라.
냉장고를 뒤적뒤적하다가 발견했다. 전날 장 보면서 김치찌개에 넣기 위해 카트에 담았던 두부 한 모. 전후 맥락을 다 잊어먹고 김치찌개 끓일 생각은 어떻게 한걸까.

3
인터넷 뱅킹을 신청하지 않아서 잔액을 확인하거나 현금을 찾을 때는 은행이나 ATM기를 이용해야 하는 데 체크카드를 사용하다 보면 용돈 관리를 무의식중에 할 수 있게 된다. 통장에 어느 정도 남았겠구나 하면 대충 비슷하게 맞는다. 현금 찾을 일이 별로 없으니 술값 커피값 담배값 차감되는 걸 감으로 때려잡는 것이다. 이상하다 싶어서 잔액을 확인하면 그럼 그렇지, 다음 용돈 받을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야 한다. 지난달에는 깜과 실제 잔액이 큰 차이가 나서 허리띠를 졸라맬 새도 없이 일찍 거지가 되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요즘 뭘 해도 바보 인증이다. 아내에게 용돈이 똑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스팀잇에 접속하기 위해 앉은뱅이책상에 앉았다. 노트북 위로 오만 원짜리 한 장이 팔랑거리며 떨어진다.

단비 같은 아내의 한 마디!
무지 재빠른 오른손이 일용할 양식을 낚아채고 "무엇이든 시켜만 주십쇼" 표정으로 아내를 올려 보았다. 오랜만에 그때 그 선녀가 강림해 있었다.

4
지지난번 포스팅에 누군가 오셔서 다운보팅을 시전하셨다. 마음도 경쾌하게 그 블로그에 찾아가 뵈었더니 처음 보는 외국 계정 같다. 리스팀 된 포스팅만 잔뜩 있고 그나마 대부분이 다운보팅을 맞아 블라인드 되어 있다. 저번 포스팅에도 또 다른 누군가 오셔서 같은 일을 저지르고 가셨다. 그분의 블로그도 이전 분과 비슷한 상황이다.
요즘 뒤통수에 나사가 하나 풀린 기분에다가 뭔가 덜 떨어지고 모자란 짓만 골라서 하고 있는데 보태주지는 못할 망정... 영문이나 알고 당할게요! 너네 분들 왜 그러시는 거니? 혹시 왜 그러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플랑크톤이라 다행이지 고래급이 찾아와 이유 없이 다운보팅을 하면,,,,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 암말도 안 할 테다!

5
끈적한 땀 냄새를 맡았나보다. 파리 두 마리 눈앞에서 얼쩡거린다. 시야를 벗어났다 싶더니 목덜미에 앉았다. 몸과 손을 흔들어 쫓아내도 금방 다시 찾아온다. 요 녀석들 파리채를 들면 싹 사라진다. 멍하니 있자니 또 달려든다.

띠리리리~~~

주문이 들어왔다. 몸을 움직여 조리 하다 보면 파리도 근접하지 않는다.
파리 날리는 날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6
뭔가 쓸 말이 생각날 듯 말 듯 하여 눈감고 그 실체를 더듬어 보다가 자버렸다. 제시카 님, 건전한 불면증에 걸리는 방법 좀 알려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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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누군가 다운보팅을 시전하더라구요. ㅎㅎ 뭐지...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네요..ㅎㅎ

유피님의 오늘 글 뭔가 느낌이 좋습니다. ㅎㅎ 뭐라고 해야하나..단편 단편 시트콤 보는 것 같은...? 아님 개콘 코너보는 것 같은...??ㅎㅎ 즐거운 주말되셔요 ^^

아재님도 즐거운 주말되셔요. 어디 신나는 일 좀 있으면 좋겠네요. 스팀이 하루새 3배쯤 오른다든가 하는거요..ㅎㅎ

누가 다운보팅을 한단 말입니까? 헐.. 만약 거대 고래급이 유니콘님에게 다운보팅을 한다면 저도 끝까지 쫓아가서 가만히 있겠습니다!

동참해 주신다니 넘 고맙습니다. ㅋㅋ
고래야 기다렷!

저도 뒤따라 갈게요!! 꼭이요~~

요즘...
파리 한두마리씩..날아와서 다운보팅 하고 다녀요
어떤분은 폭탄을 맞듯이 단체로 온대요
비록 하루살이 같은 계정이지만...ㅋ

단체로도 돌아다니나보네요. 영문을 모르겠습니다..헐...

그 선녀님을 자주 봐야 할텐데.....저도 가끔 그런분을 볼때가 있습니다....ㅎㅎ

생사의 목줄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시는 모든 선녀님들에게 경의를......^^;;

아, 보팅이 줄어든게 누군가 다운보팅을 했기 때문이군요
...(말을 잇지 못하는 뉴비)

스팀잇의 빌런들인가봅니다..

깜빡하시는군요 ㅠ
다운보팅하고 돌아다니는 계정들이 부쩍 늘어났던데 유피님께도 찾아왔군요;;
오랜만에 강림하신 선녀님.. 잘 붙잡으셨죠? ㅎㅎ

한때는 떼거지로 와서 업보팅 하더니 이젠 반대네요. 선녀님은 돈만 주고 급하게 올라가셨슴다..ㅎㅎ

다운보팅 ????? 혹시 선녀를 독차지한데 대한 질투 ???????

그런 질투라면,,,, 번짓수를 잘못 짚은 듯...ㅎㅎ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 암말도 안 할 테다!

ㅎㅎㅎ
소소한 인생살이 재미있게 읽었어요~^^

크고 작은 실수가 잦은 건 장마탓입니다..ㅎㅎ

다운보팅하는 계정들이 여럿잇다고 포스팅한 것을 오늘 여러번 읽었네요..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네요.

엄훠, 에어컨을 틀고 갔네....

우와.. 진짜 여기부터 긴장감이... ㄷㄷㄷ;;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얼굴은 시원해지는데 등짝에서 갑자기 식은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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