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장보기
야채류는 아침에 마트에 가서 직접 구매한다. 식자재 재료상을 통해 구매하면 품질을 자꾸 의심하게 된다. 왜 오늘은 양상추가 단단하지 않고 속 빈 강정처럼 푹푹 꺼지는지, 양배추는 알이 작은놈은 아닌지, 15kg짜리 양파 한 망 안에 썩어가는 놈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계란이 오래돼서 깨보면 노른자가 부침개인 척 납작해져 있는 건 아닌지, 방울토마토가 왜 물컹한지, 의심을 하다 보면 끝이 없다.
가격도 문제다. 채소 가격은 계절과 날씨에 따른 수급 문제 때문에 변동 폭이 크기 마련이다. 저장 감자가 바닥나고 햇감자가 출하되던 얼마 전 20kg 감자 한 상자에 14만 원이 넘었었다. 감자가 아니라 금자다. 오늘 아침에는 29,800원이었다.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다 보니 호갱되시기 십상이다. 작년 여름 시중에서 2만 5천 원 하던 감자가 5만 4천 원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재료상과의 채소 거래를 끊었다. 그 후 줄곧 아침에 직접 장을 본다.
양상추는 단단한 놈으로, 브로콜리는 큼직한 놈으로 고른다. 방울토마토와 어른 토마토는 무른 것 없는 탱탱한 놈으로 담고, 영양 부추도 담고, 가게 식구들 먹을 김치도 담는다. 김치는 중국산인데 국산 김치보다 맛도 있고 가격은 절반이 채 안 된다. 직접 장을 보다 보면 뜻밖의 횡재를 할 때가 자주 있다. 980원짜리 브로콜리를 2개에 1560원에 판다든지, 홍 파프리카 5kg을 2만 원에 살 수 있다든지, 백설에서 나온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900ml짜리를 5980원에 세일한다든지 하는 경우다.
이 올리브유는 내가 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중 가장 저렴한 데다가 터키나 스페인산 올리브유들과 견주어 품질도 밀리지 않는다. 하긴 어차피 oem 제품이다. 행사 중에는 꾸준히 사서 쟁여 놓는다. 아침에 파스타를 삶은 후 이 올리브유로 오일링을 하면 뜨겁게 토해내는 김에서 과일 향이 난다. 무슨 과일인지는 모르겠다. 꽃향기는 아닌 것이 향수 같은 느낌은 아니고 달곰하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향이다. 뜨거울 때만 맡을 수 있는 잠깐의 행복이다.
거의 매일 보던 장을 요즘은 귀차니즘에 빠져 2, 3일에 한 번씩 본다. 그러다 카트가 넘쳐날 정도로 담아서 난감해질 때도 있다. 채소만 산다면 이렇게 많아질 리 없지만, 사실 채소 외에도 구매 목록이 꽤 된다. 계란은 싸기 때문에 여기서 산다. 요즘은 세 판에 7500원. 내가 원하는 딱 적당한 크기의 칵테일 새우가 있다. 중량도 1kg 씩이다. 1봉에 19800원. 간식거리로 라면도 사고 유자청도 사고 아몬드 슬라이스도 산다. 재료상에 깜빡하여 주문하지 못한 공산품(주로 캔 제품)도 여기서 사야 한다.
990원짜리 카페모카 컵 커피를 카트에 담는다. 연중 세일로 990원에 팔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듣보잡 브랜드 커피로 달달한 모카 향이 마음에 든다. 장 볼 때마다 1개씩 사서 먹는다. 수고한다고, 아침마다 나에게 주는 셀프 선물이다. 선물이니까 내가 계산하면 안 된다. 추상같은 법인카드를 꺼내어 긁는다. 법인카드를 내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하는 유일한 순간이다. 해치운 커피만 모아도 말통 하나는 나오겠다.
이번 주 토요일 아침에는 천일식품에서 생산한 무염 야채볶음밥을 사러 일산에 가야 한다. 근처에 구할 데가 없으니 가긴 간다만 배송 좀 해주면 안 되겠니? 배짱 장사, 부러우면 지는 거다.
홀을 관리해주실 분을 모실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걸리긴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 앞에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라고 어디서 들었다. 주말에 사장님 나오시면 최종면접 보고 일하시는 뽄새도 확인한 다음 채용을 결정할 것이다.
잘 해주셔야 해요.
지난 주에 간만에 장을 보러 마트에 갔는데 계란 한 판 가격이 정말 많이 내렸더라구요. 한창 비쌀 때보다 1/3 이하 가격이더군요. 돈도 아낄 겸, 살도 뺄 겸.... 계란만 먹고 살까요?!ㅋㅋㅋㅋㅋ
특유의 비린맛 때문에 계란만 드시고는 못 살겁니다..ㅎㅎ
품목별로 한 번씩 파동이 오면 환장합니다..ㅋㅋ 그 때는 계란, 이번엔 감자. 또 뭐가 올지 기다려진다는 건 반어법입니다..ㅎㅎ
이번엔 스팀/스달에 파동이 와서 천정부지로 솟아도 될 것 같은...ㅋㅋㅋㅋ
잼있는 일상 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레오님..ㅎ
스팀헌트님 꼭 마중하시길...
매일 아침 직접 장을 보시니 피쉬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은 맛도 참 정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단하십니다. 그러니 카페모카 두개 드세요^^
헉 호돌박님 다운 센스!!! 에잇 낼부터는 두개씩 먹을테닷...
부지런하십니다
홀 관리해주실 분이 구해지나보네요.
이번엔 좋은 분이시길 ^^
좋은 분이 오시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정한수라도 떠야 하나...
정말 자기 일 처럼 하시네요. 사장님이 복 많으신 분 같습니다.
파스타랑 빙수도 많이 파세요.
언젠가는 한번 들리겠습니다.
스팀이 백배만 가도...
넵,, 많이 팔거에요...
어제 현충일에도 나름 괜찮았어요... 오늘은 좀 심심했지만..ㅎㅎ
매일 잘 될수야 없겠죠..
스팀 백배가면 말린사과님은 무료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당...ㅎㅎ
제발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이길!! : )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제발 믿고 맡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트리님,,, 스팀헌트 저격병이었네요...ㅎㅎ
축하드립니다..
ㅎ 드뎌 좋은 분 잡으셨어요?^^
무염볶음밥도 나오나 보군요.
장보는게 정말 알뜰 하십니다👍
무염볶음밥은 싱거워서 그냥은 못 먹어요. 거기에 간을 해야 합니다..
요즘 음식점들이 귀찮으니까 간이 되어 있는 볶음밥을 많이 쓰거든요.. 그러면 맛이 천편일률적이라..
저희는 볶음밥 소스를 따로 만들어서 써요..
좋은 사람 들어오기만을 기대합니다..ㅎㅎ
급 그집에서 홀 써빙하는 아줌마가 되고싶은 심정이네요. 거기서 일하면 직접 보신 장비구니에 담긴 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먹을 수 있나요? ㅎㅎ
쉐프... 글쓰는 멋진 쉐프십니다
셰프 아니구요..ㅎㅎ 그냥 조리 종사자.. 그렇다고 맛 없지는 않습니다..ㅎㅎ
북키퍼님 일하러 오신다면 홀의 반을 터서 도서관으로 만들 의향도....
파스타는 하루 다섯번 정도 드실 수 있게....
파스타 왕 좋아합니다! 요리하면 셰프지요!
제가 가서 마당에 풀 뽑아드릴게요!
ㅋㅋㅋ 풀뽑기 전문
머리털만 빼고 싹 뽑아드립니다~
대신 둥이 좀 봐주시면 돼요ㅎㅎㅎ
강원도의 농부들도 매년 달라지는 감자 가격에 작물 경작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올해는 봄부터 비피해가 있어서 감자밭에 피해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동네 농사꾼 어르신에게 듣기도 했습니다. 수확철이 되면 감자가격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네요. 물론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수확량만은 아니겠지만 저도 농사를 계획하다 보니 예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네요.^^
그나저나 매일 장보시면 운전도 물건 옮기는 것도 일이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니겠어요. 형님~
그래서 감자 가격이 갑자기 그렇게 뛰었나 보네요.. 3만원->5만원->10만원->14만원. 며칠만에 이렇게 올랐었어요. 14만원에 살 때는 어찌나 속이 쓰리던지.. 그러던 게 어느 날 원래 가격으로 돌아와 있더군요..
감자를 쓰지 말아야 하나 생각했었습니다.ㅎㅎ
주차장이 좀 멀어 가게까지 캐리어로 재료를 옮기는 것이 귀찮기는 합니다...^^
와~ 음식점 규모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법인이신가봐요! 규모가 클 것 같군요 +.+
직접 다 장보는게 쉽지 않을텐데 고생이 많으셔요. 저는 대부분의 커피 재료는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고 안주류로 사용하는 녀석들은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고 있네요.
금요일은 쉬신다고 한 것 같은데 내일 푹 쉬시고 주말에도 화이팅하셔요!
법인이고 홀 크기도 작지는 않은데 일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사장님이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투잡인 셈인데, 그러다 보니 체계를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죠..ㅎㅎ
원래 수요일 주로 쉬는데 6월 중반까지는 금요일 쉬게 되었습니다. 아싸 오늘 쉬는 날입니다..ㅋㅋ
씬님도 주말 화이팅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