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넋두리] 20181008 편두통 - 2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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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라고 2편에 나눠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허름한 건물의 계단을 비틀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다보니 한약재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순간 '한약재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내과인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단지 한층에 한의원과 내과가 같이 있었을 뿐이다.

한의원을 지나 내과 문 앞에 서자, 옆에 푯말에 적혀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내과 의원 - 진료과목: 소아과. 내 상식에 따르면, 진료과목이라고 적혀있는 경우는 해당 의원의 의사분이 해당 과목의 전문의가 아님을 나타낸다고 한다. 어떤 상황이든 모두 의사면허를 갖고 의원을 운영하는 것이니 큰 문제는 되진 않을 것이다.

의원 안으로 들어서니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통제하려 애쓰는 어머니 아버지들. 표정이 좋지 않은 할머니. 미간이 좁혀져 심기가 불편해보이는 접수처의 간호사들이 눈에 띄었다. 초진이기 때문에 개인 정보를 기록했는데, 내가 상당한 악필이라 간호사분들이 항상 내가 적어준 이름을 잘못 입력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엔 다행히 미리 "OOO씨 맞나요?"라고 미리 확인해주셔서 그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물론 OOO은 잘못된 이름이었다).

내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에 들어서니 굳은 표정의 의사선생님이 앉아계셨다. 말투라든지 표정이라든지 뭔가 귀찮아보이고 불친절해 보였으나, 꼼꼼하고 세세하게 진료를 봐주셨다. 하나하나 증상들을 확인하며 원인을 감별해나갔다. 일단 체온은 37.7도로, 엄청난 고열은 아니지만 정상온도보다는 높은 온도였다. 일련의 질문들이 오간 이후, 심각한 표정으로 침대(?)에 잠시 누워보라고 했다. 여기저기 눌러보며 통증이 느껴지는지, 좌우의 감각이 다르게 느껴지는지, 열이 난 이후로 설사는 하는지 여러가지 질문들을 하고 나서도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이 말하길, 현재 내 상황은 연기는 나고 있는데 불이 어디서 났는지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즉, 열이 나고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 염증이 있다는 것인데, 염증의 위치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냥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은 아닌가 싶었지만, 확실히 이런저런 가능성을 다 탐색해본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

이대론 알 수가 없으니, 폐를 촬영하고 피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이렇게까지나!?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별 문제는 없었는데... 하지만 나로서도 이렇게 별다른 증상 없이 머리가 아프고 열이나는 것이 3일간 지속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왕 온 김에 여러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검사 결과, 폐는 깨끗했으며, 피검사 결과는 다 나온 것은 아니지만 백혈구 수치도 정상이라고 한다. 선생님이 말하길, 백혈구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 열이 난다면 세균에 감염된 것이고, 백혈구 수치가 낮은 상태에서 열이 난다면 바이러스에 감연된 것이라고 한다. 현재 백혈구 수치가 낮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볼수 있다고 했다. 음... 그렇구나... 뭔가 중요한 것 같으면서도 평생 몰라도 될 것 같은 지식을 하나 배웠다.

일단 경과를 지켜보자며 이틀 뒤에 다시 오라는 것으로 진료가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동네에 일주일에 한 번 올 수 있으므로, 이틀뒤에 오는 것은 무리였다. 선생님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일주일이란 기간은 너무 길어서 함부로 약을 처방해줄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 초음파까지 확실히 찍고 가자고 하셨다. 보험처리는 다 해준다며...

오늘 뽕을 뽑으려고 하시는건가?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나도 자주 밖에 나올 수 없는 잆장에서 한 번에 다 해버리는게 속이 편했다. 그래서 결국 초음파검사까지 실시. 불룩한 배통을 까고 선생님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이번 초음파 검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첫째, 초음파 검사 시 신장을 찍으면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
둘째, 내 비장이 일반인보다 크다(건강엔 아무 상관 없단다).
셋째, 지방간이 있다...

사실 세번째 사실이 제일 충격적이었다. 물론 날 실제로 본 사람들이라면 '지방간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실제로 각종 검사들을 받았을 때 간수치가 정상이어서 나도 의외였던 참이기 때문이다.

초음파 상으로 봤을 때, 간이 약간 흰 빛을 띄며 중간중간 검은 점들이 있었다. 그 점들이 바로 지방 덩어리들... 열이 나는 것과는 상관 없지만 살을 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들었다.

여튼 결론적으로, 두통이 생기고 열을 유발하는 특정적인 원인은 찾지 못했다. 가장 흔한 경우의 수들은 모두 배제 되었다며, 이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바이러스를 죽이는 항생제를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보통 이런 것등이 다 배제되었을 경우 큰 문제는 없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니, 곧 바로 약을 먹고 2~3일 정도 열이 계속 나면 문제가 있는 것이며, 피검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전화를 주겠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도 곁들여주셨다.

뭔가 해결된 것이 없는 듯한 찜찜한 기분으로 병원을 나섰다. 그래도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고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18년 10월 9일, 아직까지도 두통은 살짝 남아있고 몸에 기운은 빠져있지만 확실히 어제보다는 컨디션이 괜찮은 상태이다. 한층 더 몸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짜파게티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될 놈은 안된다 싶은 생각이 든다. 다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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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게되니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실감나게 되더군요.평상시에 건강 챙기고 살아가야겠어요.

맞습니다 ㅎㅎ... 며칠 간 정말 아무 것도 못했네요. 몸좀 괜찮아지면 열심히 운동해야겠어요 ㅠ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ㅠㅠ 오늘은 그나마 좀 낫지만 무기력하네요 ㅎㅎ... 역시 사람은 아파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ㅎㅎ

ㅋㅋㅋㅋ 살이 만병의 근원이군요 ㅎ...

항상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하고 즐겁게 사세요~

감사합니다 :) 행복을 추구해야할 때군요.

글쵸..
우선이 건강이죠
다 아는 사실인데도 자꾸 사람은
망각을 하나바요...ㅠㅠ

ㅠㅠ... 건강관리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직도 남아있군요 ㅜㅜ 얼른 없어져야할텐데 ㅜㅜ

좀나아지나싶더니 오늘 다시 부활했네요 편두통이 ㅎ... 큰일입니다 ㅠ

초음파 검사 시 신장을 찍으면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

좋은 정보네요..ㅎㅎㅎㅎ
저도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서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갑상선 양 쪽에 낭종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큰 문제는 아니라는데 그래도 요즘 목이 간지러워 미칠 것 같은데 이와 관련이 있나 싶기도 합니다 ㅠㅠ

ㅋㅋㅋㅋㅋ 사실 저희가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긴 하더군요 ㅠ 종양이 악성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저희 어머니도 외국에 계신데 외국인이 의료혜택받는게 참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ㅠ 검사받으러 오느라 고생하셨네요!

소아과가 별로 돈이 안되서 내과를 하는걸까요.

흠 내과가 주전공이신 것 같습니다 ㅎㅎ 동네에 아이들이 많다보니 소아과도 하는 것 같네요!

초음파 신장 정보 유용하네요. 아프신데 글이 웃긴 대목이 몇군데 있네요. 피식피식 웃으며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ㅎ 수련 때 다이어트 어려운데, 지방간이 문제라면 살을 빼야 하는 건가요. 아무쪼록 얼른 완쾌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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