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210. 경상도와 전라도, 롯데와 해태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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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말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 당시 나는 부산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었고 88 서울올림픽을 맞이하는 그 해에 대입 학력고사 준비로 수험생 생활을 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사직야구장이라고 하면 전국구 규모의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지는 야구장이었는데,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사직 야구장 근처에 가깝게 위치해 있다보니, 야구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주변 교통상황이 아주 번잡해지는 일이 많았던 것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을 한다.

특히 경상도를 대표하는 롯데팀과 전라도를 대표하는 해태팀이 맞붙게 되면 그 날은 주변 교통상황이 완전히 엉망이 되는 것이 흔한 일이었고, 심지어는 지역감정이 맞붙어서 폭력사태까지 빈번하게 일어나다보니 다른 팀 경기에서는 그런일이 없었지만 롯데와 해태가 경기를 치루게 되면 경찰기동대 몇개 중대가 미리 출동하여 경기장 주변에서 즉각적인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을 정도였다.

롯데자이언츠와 해태타이거즈,,, 80년대에 한국 프로야구계의 두 거인이었던 롯데의 최동원과 해태의 선동열이 라이벌전을 펼치던 시절이기도 하였으니 부산의 사직야구경기장에서 혹은 광주의 무등야구경기장에서 롯데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가 경기를 펼치게 되면, 경상도와 전라도 출신의 지역민들끼리 야구경기장 관람석의 절반씩을 나눠서 차지하고는 한 쪽은 롯데를 한 쪽은 해태를 열렬히 응원하던 것이 마치 전쟁터에서 서로의 기세를 꺽어누르기 위해서 큰 소리로 포효하던 것과 같은 장면을 연출하였던 것이다.

야구경기장에서의 사태가 이 정도가 되면 그 때부터는 롯데자이언츠팀과 해태타이거즈팀간의 야구경기가 아니라, 이제는 경상도와 전라도 출신끼리의 집단 패거리 싸움과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하는데, 야구 경기가 5회~7회 정도를 넘어가면서 부터는 완전히 경기장 관람석을 절반씩 차지한 경상도와 전라도 출신민들끼리의 집단 패싸움과 집단폭행등이 벌어지거나 그것 때문에 중간 중간 경기가 잠시 중단되면서 경찰들이 관중석 사이를 이러저리 휘젓고 다니는 사태까지도 종종 벌이지곤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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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내 기억으로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와 해태가 야간경기를 펼치는 날에, 멀리서 경기장 쪽으로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 중에, 교통혼잡도 엄청나게 심각하였지만 경기장 쪽으로 쳐다보면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길래 무언가 했더니, 전라도에서 온 버스와 그 쪽 출신지역민이 타고온 승용차 등에 경상도출신 지역민들이 집단으로 몰려와서 부셔버리고 방화를 하여 경찰기동대가 출동하여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던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부산 사직야구경기장에서 이러하였으니, 아마 광주의 무등야구경기장에서도 롯데와 해태가 경기를 펼치는 날에는 이와 비슷한 폭력과 방화 사건이 종종 일어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80년대와 90년대까지의 프로야구경기들 중에서 최고의 재밌는 하일라이트 빅이벤트는 뭐니뭐니해도 롯데자이언츠와 해태타이거즈의 프로야구 경기 대결이었으며, 그것도 다른 곳에서가 아닌 부산과 광주에서의 경기가 있는 날은 경기 자체보다도 전라도 출신 지역민과 경상도 출신 지역민들끼리의 패거리 집단 싸움과 폭행사건들을 지켜보는 것이 훨씬 더 짜릿하게 재미있었던 시절로 기억을 한다.

그 때에는 참 재밌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갈등이자, 왜 그렇게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편가름 하지 못해서 안달이 나있을까 참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의문에 대해서 군복무시절에 감을 잡게 되었던 것이, 자기소속 부대에 배치가 되면서 그곳에서 체험하게 되는 군대문화의 특성들 중에서 하나가 부산보리, 서울깍쟁이, 서울뺀질이, 충청도 멍충이 등으로 지역특색적인 특수한 은어를 사용하면서 지역 출신자들끼리의 비공식적인 챙겨주기 문화가 있었으니, 군대에서도 지역갈등의 시초가 발생하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보고서 실소를 금하지 못하였던 기억이 있다.

분명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도 지역별 차별과 갈등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같이 좁은 영토안에서의 지역적 갈등이라는 것이 참으로 우스운 것이지만, 그보다도 아주 오랜 세월동안 지역별로 사람들을 나누어서 차별하는 지역문화를 유달스럽게 잘 챙겨온 것은 전세계에서 한국인들이 단연 최고라고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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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특유의 인삿말 중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집이 어디냐를 묻게되면 당연히 말투가 부산말투냐 서울말투냐를 따져 묻기도 하고 전라도 말씨와 경상도 말씨의 차이를 가지고서 이 사람은 어떻고 저 사람은 어떻고를 편가름하는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여 한국인들은 지역출신과 출신학교등의 출신별 특수성을 감안하여 자기편 다른편을 구분짓고 상대하는 방법도 달리하는 것이 있지만, 이것 뿐만 아니라 신앙하는 종교와 신뢰하는 정당과 정치지도자 등의 성향을 따져 물어서도 차이를 두기도 하고, 그것을 다시 자기편과 다른편으로 구분짓는 잣대로도 활용을 한다.

물론 이러식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잣대의 문화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거의 해당이 되지 않는 과거시대의 한국인들 문화특성이었다. 하지만 한 세대전만 해도 그토록 당연하게만 여겨지던 지역출신별로 같은 나라 사람들을 구분하려는 차별문화가 왜 당연한 한국인의 사회적 문화의 특수성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었던가를 생각해보면, 그것이 한국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오랜동안의 폐쇄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2차대전까지의 길고 긴 역사의 시간동안 나라의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서 순수혈통과 고유한 우리만의 문화유산을 고집하면서 끝까지 버티어왔던 나라가 유일하게 대한민국이었다.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가장 독특한 폐쇄성이자, 극도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가장 장기간의 폐쇄성을 가진 나라였다. 물론 천주교와 기독교 전래등이 우리 한민족 고유의 토속신앙을 누르고 더 크게 인정을 받은 측면도 있었지만, 이것 역시도 한민족 고유의 독특한 민속종교의 특색을 기본으로 하면서 외래문화의 사상과 종교철학을 받아들여서 한국인의 문화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종교문화로 변형되어진 후에 만들어진 것이었지, 결코 외래문화가 한국인 고유의 문화를 완전히 장악해본 적은 없었다.

일본으로부터 전해져온 문물과 사상과 학문 혹은 중국쪽을 통해서 건너온 문물과 사상과 학문 등도 한국인 특유의 문화적 특성에 맞추어 변형이 이루어지면서 흡수되어졌던 것이지, 결코 순수한 한민족의 원류문화를 포기하고 완전히 넘어간 적은 없었다. 그러니 자손을 낳고 조상을 숭배하는 혈통중심 문화는 더더욱 폐쇄적이었을 수 밖에,

그러고보면, 과거 일본의 한반도 통치는 한국인의 폐쇄성을 뿌리째 흔들리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었고, 2차대전과 한국전 이후의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국가의 위기상황은 자존심 강한 한국인들이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국의 문물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준 획기적이고도 치명적인 역사변혁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어쩌면 과거 역사사대에 강하게 팽배해있던 우리 선조들의 순수 혈통을 고집하면서 대를 이어나가려는 그 가상한 노력의 결과가 2차대전과 한국전 이후에 어쩔수 없이 한국땅의 폐쇄적 문호를 열어제치게끔 만들어지면서 나타난 국제 문물의 수용과 더불어서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이 역사의 과정을 역철학적으로 풀이를 한다면, 이러한 한국역사의 변화과정은 순수혈통을 고집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뿌리민족의 가장 뛰어난 유전자를 계속 이어가도록 만들고 배양성장시키기 위한 대자연의 배려이기도 하였을 것이고, 지금 시대에 이르러서는 전세계의 물질문명의 발전수준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었을 때에 한국에서부터 전세계의 물질적 문명의 한계와 그 모순점들을 해소하고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인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신적 문명의 주도국으로 키워내기 위한 과정이었다고도 하지만, 아직도 그 폐쇄성 문화의 부정적인 잔재가 우리 한국인의 습성 속에서는 약간씩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류가 아마도 90년대까지는 그나마 남아있었던 상황이라서 전라도와 경상도의 구분짓기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었겠지만, 2천년대 이후에 세대들부터는 해외문물에 더 익숙해지고 세계화의 흐름에 맞추어서 국제적인 진출과 해외로의 이전등이 활발해지면서 과거 시대처럼 같은 한국땅 내에서 전라도와 경상도를 구분짓는 것과 같은 그러한 지역적 차별문화는 상당히 많이 누그러졌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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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구분짓는 그 차별적 지역문화가 생겨난 이유에 대해서 해명하기를, 백제와 신라사이의 오랜 역사 시대부터의 잦은 전쟁과 그 문화적 차이 때문에 그 다툼의 싸움문화가 지금까지도 이어져 왔던 것 때문이라는 것이 아니라, 진짜 속내는 오랫동안 한민족 특유의 폐쇄적인 혈통보존문화에서 기인한 폐쇄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도 약하게나마 현실에서 드러나지고 있는 현상이 자기가족 자기집안 자기사람만을 최우선적으로 끔찍하게 챙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냉대하려는 폐쇄적인 차별적 문화의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가끔씩 목격을 할 때면, 아직도 한민족의 핏속에는 오랜 역사동안 이어져왔던 폐쇄성의 문화가 어쩔수 없이 유전적으로 흐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아마도 다음 한 세대쯤이 더 지난후에는, 이러한 한국인의 폐쇄적인 유전적 성향이 대부분 사라져버릴 정도로 국제결혼 국제이주 해외이민 해외거주 다문화 수용등이 더 많아질 것으로 여겨지며, 같은 한국내에서도 어느 지역출신이라는 개념이 한정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 다른 지방으로 자주 옮겨다니는 다양성 혼합의 문화가 더 심화되어져 가게 되면서, 우리의 다음세대부터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차별적 문화에 대한 개념을 아예 생각하지도 못하는 때가 올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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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거는 정말 과거로 만들어 버려야 하는데
이런 배타적 미움과 적대는 대개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읽어본 기억이 납니다.
몇 몇 인간히틀러,박정희?이 의도적으로 조장했을 반목. 그런데 휘둘리는 민중이 안타깝습니다.

교통이 점점 편리해 지면 지약 감정은 더 빨리.없어질거 같아요
급 태평양돌핀스가 생각 나네여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색 ㅡ 폐쇄적인 유전적 성향에 기인하는 말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향후 전망과 기대도 잘 읽었습니다 샘
덧붙이면 언어의 차이가 지역색을 더 심화시켰다고도 봅니다
그 지역만의 고유한 방언이 끼리끼리 문화의 큰 몫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방언의 순기능으로 문화 예술 분야 결의 다양성을 더욱 풍부하게 한 측면도 있지요

지역적 특색은 어쩔수 없죠...솔직히 좀 꺼려지는 지역은 있지만....사람들이 다똑같진 않을테니...~

우리의 다음세대부터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차별적 문화에 대한 개념을 아예 생각하지도 못하는 때가 올 것으로 여겨진다.

저도 전라도와 경상도의 차별적 문화에 대한 개념이 거의 탑재 되어있지 않는듯해요! 예전에는 도대체 뭐때문에 그렇게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지 도저히 모르겠지만요. 얼마전에도 부산엘 여행차 다녀왔는데 어찌나 사람들이 정이 많던지, 길다니면서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챙겨주는 부분들을 보며 '경상도는 정이 많구나' 라고 스스로 깨닳았어요ㅎㅎ

아 참고로 저는 전라도 광주 출신입니다ㅎㅎ

부족주의에서 유래된 집단주의는 참 극복하기 힘든 듯 합니다. 오죽하면 도덕적인 사람도 집단에 들어가면 집단주의에 매몰되기 쉬우니깐요.

광주민주화 운동 등 우리가 어릴적엔 제대로 몰랐던 일들이 많았었네요. 경상도 사람으로서 왜 전라도 사람은 왜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는 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지금은 왜 전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똘똘 뭉쳐야했고 경상도 사람들에게 반목적이었을까 많은 이해가 됩니다.
앞으로 제발 정치적으로 지역 감정을 조장하는 일은 없었졌으면 합니다.
사는 곳이 뭐시라고 전라로가 남이가?

서울에서 나고자랐고 지금은 전라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인데요.
제 생각에는 양쪽을 가로막고있는 지리산이라는 큰 장벽이 상호 교류를 막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지금도 양쪽을 오가는 교통이 많이 불편합니다.
박정희시대에 정치적으로 이를 이욯했구요.. 이제는 서로 교류하면서 잘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선동렬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가 최동원이라고 합니다^^

요즘에는 다문화 가정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으니 세상이 정말 많이 변하긴 했네요. 저도 국민학생 때는 선동렬이 우상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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