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244. 영화감상보다 더 중요한 팝콘 사먹기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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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영화관 국내시장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의 3대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장악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전국의 3대 극장들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관객수는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극장의 매출이 더 늘어났는데, 이 매출 증가의 열쇠는 바로 '팝콘' 이라고 한다.

극장 매점 이용 시 평균 지출 비용은 2015년에 비해서 19.3%가 증가했고, 매점의 매출수준을 공개한 CGV의 경우는 매점 매출이 2015년 대비 29.5%가 증가했다고 한다.

2012년 영화관 산업의 관객증가율이 22%를 찍은 이후로 성장률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였고, 2015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데, 이런 상황속에서도 메출이 증가했다고 하니, 이제는 영화관람객들이 팝콘을 먹어대는 정도가 엄청나다는 설명이겠다.

오늘날 우리가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는 관습은 1920년대에 헐리우드에서 영화애호가들에게 팝콘이 많은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당시에도 영화관에서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심심한 입에 뭐라도 씹어대고 있으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재미 이외에도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식탐을 자극하면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치 밤에 TV 앞에서 드라마나 연속극등을 보면서, 과일이나 과자등 야식을 함께 먹으면서 보려는 이중적 플레이를 좋아하듯이 말이다. 시각과 미각의 이중적 즐거움을 자극하는 순간에, 어쩌면 인간에게 엄청난 위로감과 마음의 안정감을 느끼게 만드는 스트레스의 해소방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왜 1920년대의 미국영화관에서는 옥수수를 튀긴 팝콘이 유행을 하기 시작하였을까? 가장 큰 특성은 딱딱하지 않아야 하고 부드러워서 영화를 보는 시각적 집중력을 저해시키면 안된다는 것과 물기가 있거나 냄새가 나면 영화관 안에서 불편하므로 건조하고 푸석푸석하면서도 냄새가 나지않는 콘이 좋았을 것이고, 너무 달거나 짜거나 매운 등의 자극적인 맛 역시도 시각적 집중력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밋밋한 맛이면서도 약간 달콤한 맛이면 가장 적절한 것이었을 테고, 결정적으로는 그 당시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이 엄청난 규모였는데, 그것을 소비할 수 있는 마땅한 소비처가 필요했다는 점 등이겠다.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로 1920년대의 미국영화관에서는 팝콘이 유행하기 시작하였을 것이고, 2차대전 이후에는 전세계로 미국헐리우드판 영화들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영화이외에도 미국식 소비문화의 상업전략적 선전이라는 마케팅의 관점에서도 팝콘소비문화를 유행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또한 미국농업 생산량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옥수수를 전세계에 판매할 수 있는 좋은 출구를 만들어야만 하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년사이에 국내에서는 영화관람객들의 영화관람율은 줄어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팝콘매출량이 절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전체 매출액이 평균 20%이상 늘어났다는 것은 영화를 보기 위해서 보조적으로 팝콘을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팝콘을 먹기 위해서 영화관을 간다는 말이 성립될 정도라고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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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요즈음 세대들은 팝콘자체를 맛있어서 먹는다는 것도 있겠지만, 그와는 다르게 영화자체에 대한 집중보다는 영화관에 같이 어울려서 놀러간다는 대중적 오락문화의 측면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하겠다. 가족동반 혹은 연인끼리, 혹은 친구들끼리의 영화관 관람은 가장 자렴한 가격에 여러명이 함께 어울리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생활의 한 장르이기 때문이겠다.

이 현상을 역설적으로 표현을 한다면,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영화를 보려고 영화관을 가는 것보다는 팝콘은 함께 나눠 먹으면서 영화관에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나의 어릴적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관람을 가게 되면 그 다음날 당연하게 나오는 한가지 숙제가 그 영화에 대한 독후감을 적어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는다는 것이 아주 고급스럽거나 유별한 사람들만 즐기는 특이한 버릇에 불과할 뿐이었고, 오로지 영화자체에만 몰두하기 위해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심취력이 중요한 것이었고, 그 영화에 대한 평론과 감상평이 며칠을 두고서 회자되는 스토리였던 시대였다.

이것이 어쩌면 스마트폰과 온라인 방송과 미디어기기등이 등장한 이후로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볼 수있는 다양한 문화소비생활이 가능한 시대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의 세대는 영화 한편을 보아도, 그 영화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영화에만 몰두하고서 보는 경우는 일부 매니아 층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고, 중간중간에 다른 행동을 하거나 팝콘을 먹는 등의 군더더기 몸짓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오랜시간동안 한 가지에만 집중하려는 아날로그식 세대의 특성과는 비교되는 것이다. 오늘늘의 디지털 세대는 짧게 빠르게 정확하게 명확하게 캐치해가면서 필요한 것만을 얻어내고 또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응용해가는 것에 더 뛰어난 문화적 역량이 있다.

SNS 커뮤니티의 시대가 바로 그러한 특성이다. 마치 긴 장편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읽어가는 듯한 그러한 아날로그식의 문화생활과는 너무도 다른 특성이다. 짧게 간략하게 빨리 빨리 받아들이고 넘어가려고 하는 시대이다.

사실은 나 역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공감을 한다. 영화관에 가 본것이 거의 5년이 넘은 듯하고, 꼭 필요성에 의해서 봐야할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의 평론과 스토리등을 미리 검색해서 다 알아본 후에 파일저장소 사이트 등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노트북으로 감상할 뿐이다. 아미도 지금시대에는 나같이 영화를 분석적으로 감상하는 부류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이러하니 해가 가면 갈수록 순수한 지성적 평론의 깊이를 가진 영화매니아들이 영화관을 직접 찾는 것이 아니라, 시설이 좋고 규모가 크고 내부 놀이시설이 많고, 팝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오프라인 영화관을 직접 방문하는 사람들은, 끼리끼리 함께 가서 놀 수 있는 오락문화라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사람들만의 공간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것이겠다.

그러니 앞으로 가면 갈수록 팝콘의 매출량은 더 늘어날 것이고, 그 반면에 영화관의 관람객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현상이 더 많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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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인과 팝콘먹는재미로 영화관 가는경우도 많을겁니다~^

잘읽었습니다 ㅎㅎ 전 팝콘을 그리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제 친구들은 팝콘 먹으려 영화관 가는건지 영화보러 가는건지...ㅋㅋ

영화관에서 시각의 즐거움과 함께
미각도 즐겁게하고..
또 기대감이라는 즐거움도 함께하기에..
그 매출은 계속 늘어 나겠지요 ㅎㅎ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건 이제는 분위기를 조명시켜주는
무대조명장치 같은 개념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하는 소비행태라고 생각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잘 보고 가요

P.S
짧게 짧게 보면서 끊어치기 하듯이
접하는 정보가 당연한 상황에서도
굵직함이 묻어나는글을 당연하듯이 쓰는 님이
듬직해보이는구나 싶은 심정을 느끼게 되네요 ㅎㅎ

영화관의 제 모습은 한 손에는 팝콘 그리고 다른 손에는 음료를 들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 같아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팝콘, 영화, 미국의 옥수수생산량 등등 많은것들이 교묘하게 잘 맞아떨어지면서 생기는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네요 ㅎㅎ

영화끝나고 퇴장하면서 보면 쓰레기통에 먹지도 않고 그대로 쳐박혀있는 팝콘양이 어마어마하죠ㅎㅎ

그래도 영화보러 가겠죠. 설마 팝콘 때문에 가진 않을거라 믿습니다. 팝콘은 어디까지나 양념이죠.

저도 사실 영화보러 가는게 아니라 팝콘하고 오징어 사 먹으로 갑니다. ^^

좋은정보!!
호호.주말잘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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