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245. 미 연방의회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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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미국의 연방의회에서 깜짝 등장했다고 한다. 현재 미국 내에는 이미 4곳에 설치되어져 있지만, 미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연방의회에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전시는 의회의 공식업무가 끝나서 의회 방문객 발걸음이 끊기는 오후 5시부터 불과 3시간 동안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일본측의 집요한 방해 때문이라고 한다. 소녀상 설치를 주관하던 한인회장은 "지난 몇 달동안 일본 측의 반대와 방해가 말도 못할 만큼 집요했다" 고 토로할 정도였으니, 일본은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솔작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든지 숨겨서 감추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소녀상 설치를 옹호하는 미국 의회의원들은 "소녀상은 여성인권 침해의 역사적 상징으로서 의미를 담고 있다" 고 주장하면서, 위안부문제는 단순히 한일간의 역사적 문제의 차원을 넘어서서 전 세계가 침묵해서는 안되는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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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은 한국정신대 문제대책협의회가 2011년 12월 14일 1000회가 되는 수요시위를 기념하여 평화의 비를 기획하고 작가 김서경·김운성에게 의뢰하여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최종적으로는 소녀상 형태의 조각상이 만들어졌으며, 처음에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으로 소녀는 불규칙하게 잘라진 단발머리로 의자 위에 손을 꼭 쥔 채 발꿈치를 살짝 든 맨발로 앉아 있다. 소녀의 왼쪽 어깨에는 새가 앉아있고 소녀상이 있는 바닥에는 할머니 모습의 그림자가 있다. 소녀상 옆에는 빈 의자가 놓여져 있다. 단발머리는 부모와 고향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하며, 발꿈치가 들린 맨발은 전쟁 후에도 정착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방황을 상징한다. 새는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과 현실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소녀상 옆에 놓은 빈 의자는 세상을 떠났거나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모든 피해자를 위한 자리이다. 빈 의자에는 일반인이 앉을 수도 있다. 아픈 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할 현재, 함께 평화를 지향하는 미래 등의 상징을 담아 형상화한 것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 명예와 인권회복, 그리고 평화 지향의 마음을 담았다.

평화의 소녀상은 첫 제작 이후 국내외 여러 군데에 세워졌는데, 형상이 동일하지는 않다. 서있는 모습도 있고, 서울 성북동의 ‘한중 평화의 소녀상’처럼 중국인 소녀와 조선인 소녀가 함께 있는 것도 있다. 또 군'위안부' 피해자를 조각으로 형상화한 것도 있는데, 예컨대 나눔의 집에 설치된 소녀상 <못다 핀 꽃>은 군‘위안부’ 피해자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을 기초로 피해자를 형상화한 첫 작품이다. 이외 여러 작가들에 의해 기념비가 만들어졌고,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그리고 워싱턴의 소녀상처럼 국외에도 세워져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의미를 세계인에게 알리고 있는 중이다.

지금에는 평화의 소녀상이라고 하지만, 본래의 명칭은 위안부소녀상이 된다. 이 소녀상을 만든 이유야 일본군 위안분 문제의 강제 성상납 및 성포로 사건을 전세계에 알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일본의 만행을 공공연히 알려서 일본측으로부터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에 있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역사의 과오를 드러내어서 후대에도 그 표본으로 삼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소녀상을 바라보고, 그 이면에는 "일본놈은 나쁜 놈" , "역사의 과오를 저버리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파렴치한 일본" 이라는 식의 격앙된 자세로 분노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이 연결되는 것은 지금 시대까지도 아주 흔해빠진 관념이었다.

과연 이 소녀상의 시대적 상징이, 단순히 일본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리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자는 식의 1차원적인 해석만으로 끝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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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를 겪은 한국인으로서 일본에 대한 악감정이 아주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따지고 들어가보면 "한국인들이 일제식민통치를 겪어야 할 정도로 얼마나 부패하고 무능하고 어리석은 나라의 꼴이 되어져 있었으면 일본에게 침탈을 당했던 것일까? "라는 자기반성을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단순히 일제시대에 일본군의 악행이었기 때문에 일본은 나쁜놈들이라는 식의 해석을 하기 이전에, 한국에서는 과거부터 여성의 성과 인권에 대한 무지함이 얼마나 심했고, 여성을 남성의 노리개 정도로만 여기는 불합리한 악습과 편파적인 관념이 지배적인 나라였는지에 대한 자기반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일제 식민통치를 당한 것도 따지고 보면, 나랏님부터 시작해서 온 나라의 백성들까지도 그만큼 어리석고 무능하고 아둔하기 때문이었음을 반성해야 하는 것이지, 우리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일본은 나쁜놈들이라는 해석은 정말 모순적인 해석일 수 밖에 없는 것이겠다.

위안부 문제 역시 그러하다. 이 나라에서는 과거시대부터도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 얼마나 심각하였으면, 그 억압과 차별의 모순성이 일제시대에 위안부 강제징용이라는 명분으로까지 나타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던가.

그래서 이번에 미국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이라고 하는 연방의회에까지도 소녀상이 설치되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름 생각이 드는 것은 일본의 악행을 알려서 응징하자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 안에는 여성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억압의 역사가 함께 느껴지기도 하고, 일제시대 이전부터라도 한국에서는 여성에 대한 몹쓸 짓들이 얼마나 비일비재했으면 그 상징적 대안이 드디어는 소녀상으로까지 만들어져서 이렇게 세상에 드러나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자조섞인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소녀상을 바라보면서 남들은 여성의 인권을 유린한 일본의 악행에 대해서 분노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도 일제시대의 위안부 사태가 벌어질 수 밖에 없도록 나라꼴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선조들의 무능함과 안일함과 모순성을 떠올리면서, 일본에 대한 분노감이 아닌 후손으로서의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느껴질 때가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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