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의 초대 - 94.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몇 살에 결혼을 했을까?

in #busy6 years ago

프랑스의 작가 샤를페로가 1697년에 발표했던 동화집인 <옛날 이야기> 에 수록된 이야기들 중에 하나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는 작품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는 주인공인 공주가 태어난 후 16세가 되던 해에 마녀의 저주로 죽게끔 되어져 있었는데, 이것을 눈치챈 요정들이 그 저주를 100년의 잠으로 바꿔 버림으로써 공주는 16세 때부터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100년 후 홀로 깨어날 공주를 걱정한 요정들이 성 안의 모든 사람들도 공주와 함께 잠들도록 만들어버리고 오랜 시간 동안 그 성은 가시덩굴로 뒤덮이게 된다.

어느덧 100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사냥을 가던 이웃나라 왕자가 마침내 그 곳을 지나가게 되는데, 성 안에 아름다운 공주가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왕자는 성 안으로 들어가서 공주에게 키스를 하고 이로써 공주는 100년 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런데 원작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는 이야기가 두 파트로 나눠져 있었다고 한다. 1편에서는 공주가 태어나면서부터 왕자와 결혼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제2편에서는 공주가 왕자와 결혼한 후에 왕자의 어머니와 갈등을 겪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현대로 접어들면서 아이들이 주로 읽는 동화라는 측면을 감안하여 내용을 순화시키는 과정에서 주로 1편의 내용만을 남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마녀의 저주 때문에 기나긴 잠에 빠진 후에 잠에서 깨어나서 왕자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럼 도대체 왕자와 몇 살에 결혼을 하게 된 것일까? 원작의 내용대로 추정을 해보면 16세에 잠들기 시작했고, 100년의 시간이 지난후에 왕자 때문에 깨어난 것이었으니 대략 120세 정도의 나이에 결혼을 했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엄밀하게 나이로 따진다면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자신과 거의 증손자뻘되는 엄청나게 나이가 어린 연하의 남자와 결혼을 한 것이 된다. 물론 동화속의 주인공인 만큼 충분히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허구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결혼할 남자가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는 하다.

혹시라도 왕의 딸인 공주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어서 막대한 재산을 가지게 될 것이고, 16세라는 풋풋하게 아리따운 나이대라는 점도 있었고, 원작에서는 구체적인 공주의 미모에 대해서 언급은 없었지만 만약 엄청나게 눈부신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면 120세라는 나이를 상관하지 않고 단숨에 결혼을 할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현실적이고 일반론적인 관점에서는 그 나이에 대한 부담감이 많아서라도 섣불리 결혼을 하겠다고 나서는 남자는 분명히 없을것이다.

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을 한다면 오랜시간동안 냉동인간으로 세월을 흘러 보낸후에 다시 소생하여 사랑을 되찾게 된다는 러브스토리식으로 꾸며낼 수도 있을 듯하다. 실제로 1992년에 멜깁슨이 주연했던 Forever Young'(한국에서는 '사랑이야기')라는 영화는 냉동인간이 되어버린 주인공이 오랜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소생하여 사랑했던 과거의 연인을 다시 되찾게 된다는 식의 러브스토리로서 현대판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비슷한 사랑만들기 형식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1939년에 공군 파일럿이었던 멜깁슨에게는 결혼을 앞둔 연인이 있었는데, 그 연인이 불운한 사고로 인하여 의식을 잃게 되면서 방황을 하다 친구의 도움으로 냉동인간 실험에 자원해서 들어가게 되지만, 기계조작의 실수로 처음 계획했던 1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가버린 50년의 세월이 흐른 후인 1992년에 다시 소생하게 된다.

50년이 지나버린 세상에서 다시 살게 된 멜깁슨에게는 모든 것이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우연찮게 만난 어린 소년과 그 소년의 어머니와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세상에 적응을 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과거의 옛 연인을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냉동인간으로 50년 동안 굳어져 있었던 몸으로 깨어나지만 냉동이 풀리게 되자 그 세월 만큼의 시간동안 순식간에 피부가 노화가 되어버리면서 폭삭 늙어버리게 된다는 설정이 특이하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는 냉동인간의 상태는 아니었지만, 잠자는 시간동안의 세월동안 전혀 노화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설정을 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왠지 멜깁슨의 "사랑이야기" 라는 영화가 가지고 있던 스토리 전개의 특성 역시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는 동화스토리에서 따온 특성을 상당히 비슷하게 가미시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볼만 하다. 왜냐하면 두 작품 모두 오랜시간을 잠을 자거나 냉동인간으로 있으면서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는 구도 설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두 작품의 차이가 있다면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100년 동안 잠을 자고 깨어났어도 16세 때의 풋풋하고 싱싱한 미모를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멜깁슨의 사랑이야기 영화에서는 멜깁스 주인공 자신이나 그 상대역인 여자의 모습이 5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그 세월만큼이나 모두 늙어버린 모습으로 다시 재회를 하게 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니 현실성이 있다면 물론 멜깁슨의 사랑이야기 영화속의 스토리가 더 현실성이 있다고 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이 두 작품 모두 깊은 측면으로 들어가보면, 그 관념상에는 사랑의 감정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 간직되어지고 싶다는 갈망이 담겨져 있음을 나타내준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현실에서는 사랑의 감정이 그다지 오랜 세월동안 간직되지 못한다는 측은하고도 서글픈 현실 때문에 상처받고 있는 것에 대한 하소연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샤를페로 역시도 100년의 세월동안을 훌쩍 뛰어 넘어서라도 연인과 이어지기를 갈망하면서 영원한 사랑의 감정에 목을 메었던 사람이었지도 모르겠고, 멜깁슨의 사랑이야기 영화를 제작한 연출자 역시도 영원한 사랑을 갈망했던 젊은 날의 상처에 대한 회상에서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순간의 뜨겁고 불타오르는 듯한 사랑의 열정에 휩쌓인다는 것 자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문학 예술 작품들 속의 공통적인 최고의 주제거리였겠지만, 그 속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작가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비현실성을 현실성있게 보여주기 위해서 변칙적이고 왜곡적인 구도설정으로 작품들을 만들어내게 되었던 것이라고 여겨진다.

잠자는 숲속 공주의 100년 간의 시간과 멜 깁슨의 엉화 속 50년 세월동안의 냉동인간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잠자는 공주가 100년 후에도 16세때의 미모를 가지고서 다시 되살아나서 나와 사랑을 하게 된다고해도, 멜깁슨의 영화속 냉동인간의 50년 세월처럼 오랜 시간을 변하지 않고 사랑이 간직된다고 해도 나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는 못할 것 같다. 어차피 현실은 현실이니까.

그래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비록 120년의 세월이 지난후에 결혼을 하게 된 것이지만, 샤를페로는 그 사랑의 환상이 결국은 비현실적인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원작의 2편에서 결혼 후에 왕자의 어머니와 고부간의 갈등을 겪게 된다는 식으로 비아동적이고 비동화적인 스토리를 전개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그냥 동화속의 재밌는 이야기 거리는 오로지 어린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 속에서나 가능한 환상속의 세상에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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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환상이 팍 깨진다는 느낌? ㅎㅎ
재미있는 상상이네요 신부감이 100살이나 족히 많다 생각하면 끔찍한거죠?

아니 어짜다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나요...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되면 좋았을 것을
하여간 아내분에게 많은 야단을 맞을 것 같은 남편이네요 ㅎㅎㅎ

쓰잘데 없는 생각만 한다고 ㅋㅋㅋ

전 한번씩 제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어떤 사람의 이야기속의 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양목님 인문학 포스팅은 책으로 내셔도 될 듯 합니다. 너무 재밌네요.
저는 뭐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숫자에 지나지 않다고 봅니다. 여전히 이쁘고 젊잖아요.ㅎㅎ

맞아요!! 양목님의 인문학 여행 ㅋㅋㅋ

고팍스랑 같이 협업하면 재밌을 듯

갑자기 든 생각이 매일 주제를 어떻게 정하시는지 급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글 올리시는것도 쉬운 일이 아니실텐데....진짜 매번 감탄합니다^-^

저희집 애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 ^^
120세라고 생각하기는 ^^
그냥 20살이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요
나이요...!!!

인간은 자신이 할 수 없는 걸 그렇게 표현해 내기도 하잖아요 작가의 숨은 사랑이야기가 있지 싶어요

동화를 대하는 나이에 따라서 상당히 다른 견해가 생기는 것 같네요.
어린 시절에는 마냥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기억하고 있네요.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1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잠자는 공주의 시계는 16살로 멈춰져 있어서 감미로운 사랑 이야기가 계속 될 수 있었지 싶습니다. ㅎㅎ!

으아~ 멜 깁슨이 아주 샤방샤방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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