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History: 태초의 화폐는 이미 암호화폐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in #coinkorea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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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KEEP!T입니다. 몇 달 전부터 저희 KEEP!T에서는 ‘경제사상사를 통해 보는 블록체인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었는데요. 오늘부터 그런 경제 분야에서의 시야를 더 넓히기 위해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바로 화폐의 역사입니다.


태곳적부터 화폐의 본질은 같았다

오늘날 우리는 신용화폐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신용화폐란 국가의 신용을 바탕으로 종이화폐가 국가에 의해 조절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그 신용은 강력한 정치력과 군사력으로 기축통화를 움켜쥐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나옵니다. 그리고 화폐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각국의 나라들이 시행하게 되는 여러 통화정책들이 있죠. 예컨대 시중에 화폐가 너무 많이 풀리면 금리를 인상하여 통화를 조절합니다. 금리를 인상시키면 예금금리가 올라가서 사람들의 돈이 은행으로 모이게 되고, 대출금리가 올라가서 그동안 빚을 냈던 가계 및 기업들이 돈을 갚을 유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국가는 국채와 주식을 매매하는 공개시장조작(Open Market Operation), 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일정부분의 돈을 묶어놓는 지급준비율을 조절함으로써 신용화폐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결국 신용화폐의 핵심은 문자 그대로 국가의 신용이므로 국가의 근간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이상 원활한 유지가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초의 화폐는 도대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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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

보통 역사학자들은 타인과 상품의 교환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화폐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이야기합니다. 원시사회에서 직접 사냥이나 채집을 통해 자급자족의 삶을 이어나가다가 다른 부족과의 교류가 생겨남으로써 화폐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은 맨 처음에 자기들 나름대로의 법칙을 정해서 중개인이 없는 P2P거래를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대이전의 사회는 규모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규모가 작아서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들은 정말 간단하게도 닭 10마리에 가죽 1개를 거래하는 식으로 자신들만의 법칙을 정해나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이 시기는 아직 기본적인 법체계 자체가 등장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거래당사자끼리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약탈 및 살인이 일어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등장한 법전이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리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불리는 몇몇 장소에서 비슷한 법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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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의 키푸(위), 비트코인(아래)

법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이제 상호교환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는 단순교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가축을 잠시 빌려갔다가 갚거나 외상을 쓰고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가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에는 반드시 증거가 필요했기 때문에 A가 B에게 어떠한 상품을 빌려갔다는 징표가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타난 대표적인 징표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이었습니다. 이 점토판에는 사회 전반의 이야기와 더불어 A가 B에게 무엇을 얼마만큼 빌려갔는지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었습니다. 또 남미의 문명이었던 잉카제국에서 쓰인 ‘키푸’라는 징표는 매듭을 통해 정보를 기록했습니다. 전쟁의 결과나 세금수취, 물건을 빌리고 갚았는지에 대한 여부를 매듭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죠. 예컨대 A가 B에게 어떤 물건을 빌려 가면 B는 자신의 키푸에 매듭을 하나 만들었다가, A가 갚으면 다시 매듭을 푸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이처럼 태초의 화폐는 처음에 중개인이 없는 상품 대 상품의 P2P 거래아래에서 탄생했으며, 법이라는 기본적 규제가 생겨나면서 징표의 개념으로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두 가지 측면 모두 암호화폐의 특징과 닮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P2P거래와 징표의 영어에 해당하는 토큰중심의 경제가 이미 고대 이전에 존재했던 것이죠. 다만 고대 이전의 사회에서는 컴퓨터가 없어도 직거래가 가능할 만큼 실물 네트워크가 작았다는 점, 징표가 디지털 상에서 기록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직접 처리되었다는 점이 암호화폐와 다른 부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화폐가 상품화폐에서 토큰화폐로 이행하게 된 과정이 상호간의 신뢰에서 이루어졌음을 상기해본다면, 화폐의 본질은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의 신용화폐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며, 토큰화폐에 뒤이어 나타나는 금속화폐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게 됩니다.

태초의 금속화폐

문명이 막 시작될 무렵, 사람들은 외상에 따른 빌리고 갚음의 개념을 법의 보호아래 간단한 징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징표 자체를 편리하게 디지털데이터로 옮길 수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또한 원시적인 징표는 ‘A가 B에게 빌렸다’는 증거로서의 기능만 할 뿐, 지금의 암호화폐처럼 개수로 쪼개서 그 자체의 성질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화폐는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때부터 보다 편리하고 정확한 교환수단을 찾게 됩니다. 닭 10마리에 가죽 1개를 교환하는 것은 너무나도 불편하고 추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결과로 나타난 화폐가 바로 금속화폐였습니다. 금속화폐는 닭과 가죽에 비해 훼손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필요하면 쪼개서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상품의 객관적 지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금속화폐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물건의 가치를 보다 객관적으로 매기면서도, 빠르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는 금속화폐의 개념이 생겨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서 금속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생필품의 중요성이 훨씬 컸기 때문에 금속은 자칫하면 ‘쓸모없는 쇳덩어리’로 평가될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금속화폐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 나라들은 근대에 이르러서도 상품화폐(쌀, 피복 등)를 사용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한국이죠. 한국의 화폐사를 돌아보면 조선후기에 이르러서야 상평통보라는 금속화폐가 보편화되기 시작합니다. 다른 여러 나라와 상품거래가 빈번히 이루어져야 간편한 통일화폐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을텐데, 조선은 중국과 조공무역으로 물자를 해결했기 때문에 그럴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또한 농업위주의 자급자족경제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상평통보 이전에 이미 금속화폐의 시도가 여러 번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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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명도전

반면 금속화폐가 비교적 빨리 정착된 나라들은 보통 타국과의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자신이 속한 범위를 벗어나 타국과 지속적으로 거래한다는 것은 그만큼 긴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이죠. 물건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때마다 상품화폐로 거래를 하려면 너무 불편할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상품의 가치를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금속화폐가 금세 발달하게 됩니다. 또한 이렇게 외부세력과 접촉이 많았던 국가들은 타국과 전쟁도 빈번히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군사들의 월급을 금속화폐로 지급함과 동시에 국가 구성원들의 세금을 금속화폐로 걷으면서 금속화폐경제를 정착시킵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월급을 금속화폐 대신 쌀 같은 상품으로 지급했다면 행군할 때마다 들고 다니기 굉장히 불편했겠죠. 그리고 그 금속이 군사들 사이에서만 유통된다면, 그들이 그 금속으로 일반상인과 거래를 하려 했을 때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국가가 민간의 세금을 금속화폐로 거두어들인 것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등지에서 유물로 출토되고 있는 명도전, 반량전, 오수전 등의 금속화폐가 바로 이때 당시를 상징하는 것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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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명권에서 여전히 화폐로 쓰이고 있기도 하는 조개껍데기

한편 금속이 희박하거나, 금속의 성질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지역에서는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금속화폐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조개껍데기, 소금, 향신료 등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얼핏 보면 식량이나 피복과 똑같은 상품화폐로 취급될 수 있으나, 휴대성이 좋고 개수조절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원시적인 상품화폐와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사실은 사회구성원들이 무엇을 화폐수단으로 신뢰하느냐에 따라 그 토큰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식량과 피복으로 대표되는 물물교환경제에 가까운 상품화폐, 조개껍데기로 대표되는 한 단계 발전된 상품화폐, 금속을 화폐수단으로 이용하는 금속화폐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간에 있는 구성원들이 무엇을 믿기 시작했느냐에 따라 경제체제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화폐는 역시 같은 영향권 안에 속해있는 네트워크 구성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음 [KEEP!T History: 화폐의 역사]에서는 초기의 금속화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금속화폐의 모습을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KEEP!T이었습니다.

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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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즈아!!!
코인도 신뢰를 쌓으면 화폐가 되겠죠 ~ 스팀 가즈아~!!
우리에겐 스팀페이가..

잘 정리된 글 ! 잘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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