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 신뢰의 경제적 비용

in #coinkorea6 years ago (edited)

사회 구성원의 정직성이나 약속, 책임감 같은 것은 상호 존중과 신뢰로 표현됩니다.
상호 간의 신뢰가 높은 사회일수록 사회적으로는 낭비되는 자원이 작아 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 인지 남미에 살아본 사람들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상호간에 신뢰가 완벽한 곳에서는 어떤 상업적 거래에도 걱정할 요소가 많이 없습니다. 서로 약속을 잘 지킬 것이라고 가정 할수 있죠. 대부분의 경우, 물건 혹은 서비스를 구매 할 때 예상했던 서비스와 물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것이 당연한일이지만 남미처럼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사회에선 거의 항상 예상을 벗어난 일을 당하게 됩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주 단순하게는 집의 배관에 문제가 생겨 물이 샙니다. 급하게 배관공을 호출 하여 약속을 하지만 거의 80% 확률로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비슷한 일이 전기공, 목수, 가사도우미 등 업종을 불문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택시를 탔는데 가까운 목적지를 빙빙 돌아 예상시간의 3배 거리를 주행하거나 위조지폐를 거스름돈으로 주는 일도 빈번합니다. 일반적인 물품을 구입하는 상거래에서 모조 상품을 줘서 품질이 형편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일들이 너무 자주 발생하다 보니 사회적 손실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불신의 사회가 되어 어떤 거래를 할 때 항상 주변인의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과 거래를 할 일이 발생하면 꼭 그 사람 과거 이력을 수소문 하여 이전 거래자에게 평가를 요청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회적 도덕 수준이 매우 낮다 보니 직장에서 물건을 슬쩍 들고 가는 일들이 매우 흔하게 발생하여 수많은 직장들에서는 퇴근시간에 직원들의 가방과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손님들 마져도 큰 가방을 들고 출입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카운터에 소지품을 보관하는 로커를 이용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신용을 지키지 않고 서로 불신하게 된 것이 누구의 잘못일까요?
국민성을 논하기에 앞서 이곳이 처한 상황을 좀 살펴 보아야 합니다.
이곳을 이렇게 만든 것은 상당 부분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사회가 이렇게 된 이유로 왜 정부의 책임을 논하는지 비유를 통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느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5학년에 A반과 B반 이렇게 두개의 학급이 있습니다.
A반의 담임선생님은 매우 엄격하고 철저한 분입니다.
선생님이 만들 어둔 여러가지 규칙을 어기는 학생은 철저하게 벌을 받았고 공익에 도움이 되었던 학생은 칭찬을 들었습니다.
언제나 엄격하시지만 정의를 준수하는 분이셨죠.
당연히 이반의 학생들은 질서를 잘 유지했고 서로 속이거나 분쟁을 많이 만들지 않았습니다.

B반의 담임선생님은 매우 무질서한 분입니다.
선생님은 기분에 따라 별일 아닌 것을 벌주시기도 하고 벌을 받아야 할 때는 무관심하시기도 했습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분이셨죠.
규칙이 있기는 했지만 별다른 제제가 없었기 때문에 매우 혼란스럽게 지냈습니다.
시험을 볼 때 부정을 저지르는 녀석들이 매우 많았지만 선생님은 별로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공부를 열심히 했던 아이들 보다 부정을 저지른 아이들이 높은 점수를 받고는 했죠.
시간이 지나자 아무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커닝 스킬만 연습하게 되었습니다.
규칙을 지키는 아이들은 더 손해를 보게 되고 바보 소리만 듣는 곳이 되었죠. 청소 시간에도 (아프다고)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은 빈둥거리고 놀고 정직한 아이들만 매번 힘들게 청소하게 되었습니다.

이 학교 이야기 에서 A반은 신뢰가 높은 선진국 사회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B반은 전반적인 3세계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죠.

3세계 국가의 특징은 정부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정의는 잘 지켜지지 않으며 편법과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더 큰 이득이 만들어 지는 구조가 고착화 되어 있습니다.
부정직한 이들이 정직한 이들보다 경제적 보상을 많이 얻는 곳이다 보니 결국 아무도 정직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사회의 질서를 어기는 사람에게 법적인 제제가 있기는 하지만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싶은 유혹이 그 어느 곳보다 강력하게 발생합니다.
이렇다 보니 사회는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곳이 되어 버린 것이죠.
정부 스스로도 수시로 국민을 속이고 세금을 지도적 위치에 있는 정치인들의 재산축적 수단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A반과 같은 책임감 있고 정직한 신뢰의 사회에서는 그 누구와 상거래를 한다 해도 예상을 벗어나는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작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의 본업에만 충실할 수 있게 되는 질서가 유지 되는 것이죠. 이것은 자신이 가진 여러가지 자원을 직업적 요소에만 투입할 수 있도록 하여 숙련도를 높이고 결과물의 품질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B반과 같은 무책임한 불신의 사회에서는 그 누구와 상거래를 한다 해도 거래 실패를 감안 해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높은 낭비를 발생시키며 사회적 효율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의 거래는 극도로 꺼리게 됩니다. 이 말은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신규 사업자에게 극도로 불리한 상황이 된다는 것이죠. 창업을 해도 고객들이 꺼리게 됩니다. 즉 신규 사업자의 실패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창업에 경직된 사회가 되어버립니다.

실제로 수많은 가게들이 새로 오픈한후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워서 상당한 시간을 적자상태로 버티게 되고 상당한 기간을 견디지 못하면 폐업으로 종결됩니다.

결국 부모로부터 사업체나 가게를 물려받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 보니 부의 세습이 고착화 되고 아이디어나 창업을 통해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되죠.
이것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가 발생 하게 되며 더 나은 선진 사회로의 이행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현재 전반적인 남미 사회가 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신뢰 획득비용

신뢰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선 시간, 노력, 비용이 필요한데 이것을 신뢰 획득 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선진화 되고 각 개인의 도덕적 수준이 높은 곳일수록 이 신뢰 획득 비용이 낮아집니다.
신뢰 획득 비용이 낮게 유지 된다면 분업의 효율은 최대화 되고 사람들은 신뢰를 보완하는 장치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본업에만 충실할 수 있죠.
정부에서도 신뢰 부족으로 벌어지는 수많은 사안들에 공적 비용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 또한 낮아집니다.

신뢰수준이 높은 곳에서는 어떤 종류의 거래라 해도 불확실성이 낮아 거래의 실패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안심하고 활발한 상거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사는 이곳 아르헨티나에서는 신뢰획득비용이 매우 높고 일정수준의 신뢰를 형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모든 형태의 비즈니스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을 하게 되죠. 이러한 부담은 사회 구성원들을 극도로 보수화 시키고 후진적 사업에만 매달리게 합니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은 실종됩니다.

그 뿐만 이 아니고 사회속의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도 불신이 만연해 있습니다. 고용주는 직원들과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형태로 비용을 투입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감시카메라, 경비인력, 출입통제 등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죠.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소비자들의 부정행위 발생 빈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죠. 도난 방지 태그, 감시카메라, 경비인력, 도난 보험 등 부족한 신뢰를 메우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비용이 추가가 됩니다.

정부를 통한 질서가 잘 확립되어 있다면 민간차원의 신뢰 구축 노력은 줄어들게 되지만 남미국가들은 매우 후진적 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를 통한 신뢰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민간에서 자구적 노력을 하게 되죠. 이것은 모든 상거래 에서 수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게 됩니다.
당연히 이런 추가 비용들은 소비자 에게 전가되어 선진국에서 보다 훨씬 더 높은 판매 가격이 형성될 수 밖에 없죠.

반대로 사회적 신뢰가 매우 높은 곳에서는 무인 판매소 같은 형태로 비즈니스가 운영 될 수 있습니다. 자동판매기 같은 장치로 저렴하게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사회적 신뢰가 일정수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비지니스이죠.
남미에서는 자동판매기를 목격하기 어렵습니다. 감시,감독할 인력이 없는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기계는 파손될 것이고 내용물은 모두 도난 당하게 됩니다.

결론은 신뢰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법과 제도 권력기관을 발생시켰습니다. 그러나 신뢰를 대행하는 제 3자(권력기관)에게 과도한 힘을 집중시켰고 원치 않는 결과들을 가져왔습니다. 이들은 투명하지 않았고 정의롭 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대안의 부재로 오랜 시간동안 우리 삶 속에서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을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제 이런 제도를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블록체인으로 말이죠.

글이 너무 길어져서 블록체인이 어떻게 사회속에서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 글로 이어 집니다.

  1. 블록체인 - 신뢰의 경제적 비용
  2. 블록체인 - 신뢰를 해결한 기술
  3. 블록체인 - 새로운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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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글 잘읽었어요.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와 진짜 재미있는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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