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의 편리한 역사 인식 - 1

in #dclick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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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청명하다. 앞으로도 이 땅을 등받이로 사는 사람에게 가을이라는 계절은 한동안 청명할 것이다. 아버지의 할아버지의 고조할아버지의 아버지도 이 계절에는 느티나무 아래에 누워 선선한 바람에 코를 벌렁거렸을 것이다. 이렇게 무심하게 일어나는 사계절의 순환이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이어 우리에게 전해졌다. delete 키에 무참하게 대량 학살당하는 텍스트들처럼 과거 어느 시점의 것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그 위에는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졌다. 우리 세대는 수십, 수백 번을 헐고 다시 지은 집이다. 몇 번이나 더 헐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 세대에 걸쳐 다양한 사람들이 점유했던 이 공간이 결국 우리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심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들의 정서, 생활 방식, 세계관은 우리와 어떻게 다르고 또 같은지 알고 싶어진다. 세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그 궁금증은 더 깊어지는데 그 이유는 생각과 문화의 차이가 더 벌어지기 때문이고 비교할 수 있는 유물과 사료가 점점 제한되기 때문이다. 문자 이전의 세대까지 올라가면 의존할 수 있는 자료는 유물과 구전 외에는 없다. 구전은 역사의 재구성에서 극히 일부분만 참고용으로 사용될 뿐 선사 시대는 그 연구의 시료를 전적으로 유물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궁금증의 근원을 찾아 과거로 갈수록 실체는 더 모호해지므로 각종 설이 난무하게 된다. 그중 일부는 학설로 인정받고 또 어떤 것은 명왕성의 운명처럼 학설의 지위를 영원히 잃기도 한다. 나아가서 인류의 기원과 그즈음의 세계는 우리에게 뼛조각, 탄화된 탄소 화합물, 석기류만을 남겨 놓았다. 이것들조차 대단히 드물어서 이빨 화석 한 개로 수만 년이나 수십만 년의 시기를 설명해야 한다.
역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시기적, 방법론적으로 방대하며 여타의 학문처럼 계속 세분되고 있다. 이른바 전문가의 의견이 모여 정설을 구성하면 이것은 실제 그랬던 것처럼 여겨지며 다른 시각의 도전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정설을 심각하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는 활발한 의견 교환과 수렴의 과정이 있지만, 기존의 정설을 뒤엎는 설은 쉽게 묻힌다. 설명 불가한 유물의 발견이나 기존 유물의 획기적 재해석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정설이 되고 그것이 학문으로 발전한 것에는 보편타당성에 대한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실제 있었던 일을 재구성하는데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단단하게 굳은 정설의 땅은 합리적 해명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지만, 파헤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래된 역사일수록 희박한 근거로 인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엉뚱한 소재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정설은 굳건해야만 하는건지도 모른다.
역사를 아마추어리즘의 입장에서 가십거리로 맛보는 걸 즐기는 나 같은 사람은 역사의 줄기를 더듬는 일을 대략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역사의 정설이다. 둘째는 역사 저널리즘인데 왠지 완전 전문가는 아닌 듯한 뉘앙스다. 정설이 놓치고 있거나 외면하는 것들을 주로 연구하며 기존의 학설을 낯 뜨겁게 만드는 파격적인 주장이 특징이다. 대중에 많이 알려진 그레이엄 핸콕이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초고대 문명의 존재에 대한 나름 신빙성 있는 설을 제시한다. 셋째는 인류 이외의 존재가 문명을 건설했다는 주장이다. 외계인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람들의 논리를 도식화하자면 이렇다. 이런 걸 그 시대에 사람이 만들 수 있겠어? 없으니까 외계인! 석기 시대에 이런 단단한 섬록암을 가공할 수 있겠어? 사람이 못 하니까 외계인! 이들 중에는 인간의 창조주가 외계인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 희화화하기는 했지만,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이곳저곳을 넘나들며 그들의 세계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가끔 맥주보다 짜릿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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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산>님, 일단 문체가 너~무 멋집니다 ~

핸폰으로 댓글달려다가 다운보팅을 해버렸네요.. 수정을 어떻게...ㅠㅠ

업보팅을 막 했더니 다운보팅이 없어졌어요.. 뭐가 어떻게 되는건지...

엉엉. 속마음이 그런 것이었군요. 슬프요. 흑흑 ㅋㅋㅋㅋㅋ
저는 보팅보다 현찰을 좋아해유 ~

앗 현찰.... 우리 말로합시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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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정확하게 알 수 없기에 여러 추측들이라 보는 입장에서 재미있는거 같아요.

요즘은 과학 덕분에 옛날의 모습이 정밀하게 밝혀진 것이 많긴한데 아직 모르는 부분이 더 많긴합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역사를 보는 관점도 너무 달라서 보편타당하게 역사서를 쓰는 것이 참어려울 듯합니다.

학계에서 합의된 부분은 나름 보편타당성을 얻긴하지만 논쟁거리는 수두룩하게 남아있습니다.

아직 지적 호기심을 즐기시네요.
저는 그저 간단한 알쓸신잡을 보면서 아 그렇구나 하네요. ^^

저도 마찬가지로 책을 들고 있는 것보다 야구를 보며 맥주를 한 잔하는 유희가 더 좋으니, 점점 머리가 ... ㅋㅋ

지적 호기심이랄것까지는 없구요. 그냥 옛날부터 이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ㅎㅎ
이과 출신인데 참....

정사보다 야사나 음모론 같은 것에 더 끌리게 마련이죠ㅋㅋ 정설만 있으면 재미없습니다ㅎ

음모론 많이 알고 있는데 황당한 게 많아서 포스팅하기는 좀 그래요..ㅎㅎ
듣다보면 귀가 쏠깃해집니다..

음모론 씨리즈도 흥미로울 거 같습니다.ㅋㅋ 아예 황당함을 지향하는 컨셉이면 괜찮지 않을까요.ㅎ

머릿속은 맥주보다 더 짜릿한 상상을...
눈으로는 다저스 야구를 봅니다
오늘 지고 낼 새벽에 한게임 더 볼수 있도록 ㅎㅎㅎㅎㅎ

가을 야구철이죠.. 신경 못쓰고 지낸지 어언 몇년인지...ㅠㅠ

역사는 해석하는 자의 몫이다 ㅋ

잘못하면 음모론으로 흐릅니당..ㅋㅋ

인류의 미스테리가 밝혀질 날이 올까요?
너무 궁금해요^_^

혹시 플레이아데스 성단에 사는 외계인이 조상이면 어쩌죠....

포르쉐도 외계인이 만든 차라고 차덕후들은 그러죠. 물론 우스갯소리로 하는 소리지만요 ㅎㅎㅎ
너무 터무늬없는 상상력만 아니라면 괜찮은 것 같아요. 이웃나라들 상상력들을 보고 있자면...

어차피 밝혀지지 않은 부분은 상상력으로 채울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역사 저널리즘 같은 게 생긴건지도 모릅니다..
포르쉐를 외계인이 만들었군요.. 나가는게 우주선 같긴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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