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아침이 마땅하다

in #dclic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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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2년차 과정으로 연구개발 과정을 선택했더니, 수업을 조금은 재량껏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저녁 수업이 있는 날이면 그때까지 남는 시간 폭이 크긴 하지만, 결국 아침 수업을 많이 택했다.

아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차가울 정도의 푸른 빛깔이 자욱해선, 하나 둘 잠에서 깨는 사람들의 분주함을 맞아 들이는 그런 아침 공기 속에 들어가면 왠지 코까지 찌릿한게 좋다.

아침에는 별 무리 없이 잠에서 깨는 편이다. 시간 여유를 조금 두고 눈을 떠, 몸도 천천히 깨기를 기다린 뒤에야 다같이 일으켜 본격적으로 하루를 준비한다.
나 다녀온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집안 물건들에게 잘 일러두고서야 비로소 안심하고 집을 나선다. 혼자 살면 이런 식으로 혼잣말이 많아진다던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내 경우엔, 혼자 살기 전부터 원래 애저녁부터 많았다. 사견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과도 대화를 잘 나눌 방법을 알아가는 것도 꽤 중요하다.

여전히 공사 중인 집 앞의 소음을 벗어나려 지하철 역까지 발에 속도를 높이고, 그 기세를 몰아 개찰구까지 초 스피드로 통과하게 된다. 파리에서는 매달 월초에 75.20 유로를 내고 대중 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카드가 있으니 여러 번 찍어도 되고, 탔다 내렸다 맘대로 해도 좋다. 그렇게까지 굳이 없어 보이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휴대폰 통신사를 Orange사로 바꾼 이후로 지하철 안에서도 인터넷을 갖고 놀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Orange 통신망의 데이터 20Go를 한 달에 3유로만 내면 되는 할인 요금제가 몇달 후면 끝나니, 만료되어 울기 전까지 최대한 지하철 폰 플레이를 만끽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몇몇 구간에서는 연결이 끊기긴 한다. 이곳은 프랑스라는 걸 잊을 만하면 일깨워 주는 것이다.
아침에는 조금만 늦게 나가도 지하처철에 사람들이 가득 찬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서로 거리가 가까워지는데, 눈 바로 앞까지 다가오는 목덜미들을 보면 저마다 그 피부 결과 폭, 색이 각양각색이라 신기하다 느낀다. 그러다 혹 상처가 보이면 괜히 그 사람의 감추고 싶은 부분을 본 것 같은 기분에 곧바로 눈을 돌리게 된다. 또는 너무 안 씻은 흔적이 보이면... 그때에도 눈을 돌린다. 나라도 나의 비위를 지켜주어야 한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에 그날 주머니 속에서 동전이 만져진다면 아침 식사겸 0.95~1.30 유로 정도 하는 크루아상 빵이 당첨이다. 풍성한 버터의 풍미가 혀를 감싸 돌면 어느 정도 편안해지는데, 실제로 사람이 애정을 필요로 할 땐 느끼한 음식을 찾아 위안을 삼는다는 어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상관관계가 아주 없진 않지 싶다. 프랑스 빵집에선 아침 세트로 크루아상/빵 오 쇼꼴라(초코빵)와 커피 한 잔을 해서 2~2.50 유로에 파는 경우가 많아 그 세트도 재미가 좋지만, 요새 다시 일정이 바빠지자 몸이 또 카페인을 거부하니 커피는 삼간다. 하여간 요구 사항 많은 몸뚱이이다.
지방 함유량이 많은 크루아상은 반쯤 먹다 보면 몸에서 열이 슬렁슬렁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추운 날씨에 몸을 덥히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 추천한다. 처음 크루아상을 시작할 땐, 버터가 꽤 들어가니 주기적으로 먹으면 건강에 해롭거나 몸이 불어나지 않을까 해서 1빵/1회 기준으로 자체 임상실험을 해 봤는데, 1년쯤 지났는데도 아무 문제 없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2빵/1회/n일 로 파라미터를 살짝 조정해 봤다. 이 결과도 내년 이맘때쯤 나오려나. 이 아침 일과가 당분간은 바뀔 것 같지 않다, 혹 궁금해하는 이가 하나라도 있다면 이 실험의 결과는 그때 가서 공유하겠다. 그럼.

아, 왜 파리는 아침이 마땅하다 했는지 얘기하는 걸 깜빡할 뻔 했다.

프랑스어로는 아침을 Matin(마땅) 이라고 한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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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tanky 오랫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아침이 마땅 하다...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요즘 일교차가 심한 것 같아요.

넵 잘 지낸답니다ㅎㅎ @parisfoodhunter님도 잘 지내시죠? 일교차가 정말 심해요, 올 가을 감기 없이 건강하게 보내실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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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tanky 님 포스팅인가 어디서 인공지능 관련 전공하신다고 하셔서 정보 하나 공유하려고 합니다.
등록만 하면 무료 입장이고 AI 관련 업체도 몇개 있눈거 같아서요.

Korea France Start up Summit 2018

https://www.eventbrite.fr/e/billets-korea-france-innovation-summit-2018-50448259101

신경써서 정보 공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 허락될지 확인해 봐야겠네요 ㅎㅎ

아닙니다. 저도 인공지능 분야 관심 많아요. 잘 모르지만요. ^^
Bonne journée

봉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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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봉수와~~ 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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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침 수업이 있는 날은 미친듯이 일어나서 가는게 힘들어 그냥 밤을 새고 가는 일이 더 많았던 듯 해요. 이 버릇은 간호사로 일할 때 인수인계 시간에 늦으면 안된다는 강박으로 아침에 일이 있을 때 밤 새는 버릇이 습관이 되어서. 그러다 깜빡 잠들면 끝장이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그래서 저는 아침스케쥴을 하려면 전날부터 긴장입니다. 제게 아침은 공포입니다^^

저는 밤 새시고 일할 수 있는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져요, 박사님께선 책임감도 그만큼 대단하신 듯. 밤잠이 많은 저는 밤샘에 약해서, 저는 아침 일정 때문에 전날에 긴장이 되면 그냥 일찍 자 버리고 일찍 일어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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