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일기] 마약중독자가 1년만에 현직 기자로 복귀하다 … 네, 제 이야기입니다

in #drug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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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재현 기자입니다. 이제는 <리포액트>라는 대안 행동탐사언론의 기자입니다. 이글은 <리포액트>의 창간을 알리는 글입니다. 지난주에 누리집을 공개하였고 벌써 몇개의 기사도 올렸습니다. 국회에서 제가 쓴 기사 내용이 다뤄지고 민갑룡 경찰청장이 이에 대한 답변도 하는 등 성과도 있었습니다.

스팀잇 가족 분들께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주소는 http://repoact.com 입니다. 많은 방문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곳 스팀잇에도 계속 기사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리포액트의 대부분 기사는 한겨레의 자회사인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무료 게재 됩니다. 저는 한겨레에 많은 마음의 빚을 갖고 있습니다. 허핑턴포스트의 성장에 기여하면서 조금이나마 제가 한겨레와 독자 여러분께 빚을 갚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더불어, 리포액트가 빨리 언론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흔쾌히 리포액트 명예고문과 홍보이사 역할을 수락해주신 명진스님, 국가보안법 피해자 유우성씨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리포액트>에서 첫 기사로 다룬 기사는 '백남기 농민 쓰러뜨린 물대포 지휘자가 검찰 수사도 피하고 경찰청장 표창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회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전해져 민갑룡 경찰청장이 9일 이와 관련한 답변을 했습니다. 민갑룡 청장은 "검토해서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처를 취해나가겠다"고 국회에서 밝혔습니다. 끝까지 백남기 농민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이재정 의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나머지 경찰 감시는 제가 또 이어받겠습니다.

여러분. 마약 중독자는 이 사회에서 쓸모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그 상실감과 박탈감에 세상을 내려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약 중독은 우리 사회에서 질병임과 동시에 범죄입니다. 교도소에서 출소하기 직전 중독자들은 희망을 보는게 아니라 허무함을 느끼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내가 세상에 나가봤자 또 마약을 할 것이고 여전히 쓸모없는 삶을 살텐데 나가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이게 중독자들의 생각입니다. 이런 삶을 몇년 반복하면 언론이 간단히 처리해버리는 '변사 사건'으로 세상과의 마지막 접촉을 하고 마는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지난 1년여간 저는 한겨레를 나와 갑자기 세상에 쓸모 없어진 존재가 된 듯해 죽어야 하나 살아야 하나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제 눈가는 촉촉해집니다. 그만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보내왔습니다. 제가 그래도 살아내자고 버틴 것은 저 하나만 믿고 살고 계신 우리 부모님, 그리고 같이 살자고 손내밀어준 여러분 덕입니다. 저는 오늘 다시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너무나 기쁩니다. 혼자 기뻐서 방구석에 앉아 울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이 벅찬 순간의 감정을 공유합니다.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한 이번 기사는 제가 <한겨레>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었다면 진작에 나왔을 기사입니다. 왜냐면 경찰청 인권침해 보고서는 이미 지난해에 나온 거거든요. 저는 이걸 이제서야 분석해보았고 기사로 뒤늦게 나왔습니다. 너무 늦게 소식 전하게 되어 여러분께 죄송하고 백남기 어르신과 유족분들께 송구합니다. 앞으로는 실수하지 않고 바른 기자로 계속 걸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1년만에 기자로 복귀하는 저를 두고 자숙하는 태도가 아니라며 비판하는 댓글을 다는 전현직 기자 동료분들이 있습니다. 좀 노골적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11년간 한겨레 다니면서 모은 돈이 거의 없습니다. 저도 부모님을 계속 봉양해야 하는 자식으로서의 책임이란 게 있습니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끝나 정말 생존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여러분도 생계를 책임지고 계실 가족이 있으실테니 부디 너른 아량으로 이해해주십시오. 좋은 기사로 우리 사회에 진 빚을 갚겠습니다.

중독자들은 사회의 일꾼으로 사회 안에서 계속 역할을 부여 받아야 회복의 길을 걷습니다. 그게 중독자와 우리 사회가 함게 건강을 되찾는 길입니다. 저에게 일어난 기적같은 기회가 다른 많은 중독자들에게도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제가 그 길을 함께 개척해나가겠습니다. 이미 <리포액트>에 십수명의 분이 후원 가입 문의를 해주고 계십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버텨보겠습니다.

허재현 드림.

허재현 기자 후원 링크
http://repoact.com/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3

<관련 기사>

▶‘집회시위 표창’ 수여 경찰 간부가 ‘백남기 농민 쓰러뜨린 직사 살수 명령자’로 추가 확인됐다

http://repoact.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11

▶백남기 농민 죽인 공로?…물대포 무전 지휘 경찰이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http://repoact.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3

▶7월9일 국회 행안위 이재정-민갑룡 질의 응답 관련 기사

https://www.vop.co.kr/A000014199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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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리고 새출발 응원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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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가 @blockchainstudio님의 소중한 댓글에 시세변동을 감안하여 $0.003을 보팅해서 $0.020을 지켜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5683번 $62.416을 보팅해서 $72.976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선배 오랜만에 삼겹살 먹으러 가시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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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 어제 안그래도 너가 등장하는 일기 부분 작성했는데. 때마침 연락주시네? ^^ 내가 연락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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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좋은 기사만 있으면 그만큼 알려지기도 쉬운 게 요즘인 것 같습니다. 훌륭한 기자의 표본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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