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하미

in #hamy6 years ago

여기는 하미다.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디엔즈엉사(지금은 디엔즈엉구)의 바닷가 마을 하미다.

2000년 5월 2일.

논(삿갓)을 쓰고 짐을 메고 오는 아주머니를 촬영하려 하자, 아주머니가 부끄러운 듯 멈춰섰다.

그냥 자연스럽게 걸어오시라고 손짓을 하는 모습이다.

그날 행사에 참석한 누군가가 찍어 보내준 사진이다.

동네 사진관에서 인화한 사진이다.

향을 든 30대 여성이 서글피 울고 있다.

너무 슬프게 울어 사진을 찍는 나도 가슴이 찡했다.

이 분의 이름은 당티카다.

한베평화재단 홈페이지 '기억과 기록'편에는 이분의 사연이 이렇게 소개돼 있다.

▶ 당티카(Đăng Thị Khá), 1965년생 
▶ 1968년 1월 24일(음력),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즈엉구 하미학살 피해자
▶ 그는 학살로 온가족 6명(할머니, 어머니, 언니 2명, 동생 2명)을 잃었다. 아버지는 학살 이전에 죽었기에 그는 어린나이에 전쟁고아가 되고 만다. 학살 당시 3살에 불과했던 그는 총에 맞고 쓰러진 할머니가 자신을 감싼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나온 뒤로 노숙을 하며 생계를 위해 식모살이와 막노동을 하면서 온갖 고생을 해야 했다. 훗날 우연히 만난 친척을 통해 하미학살에서 온가족이 몰살 당한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하미 위령제가 있을 때마다 찾아와 통한의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는 현재 디엔탕남사에 거주하며 집 근처의 '따이한 삼거리'라고 불리는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한베평화재단 홈페이지 해당 기록 보기


1968년 2월22일(음력은 1월24일) 하미마을에서 한국군 해병대에 의해 135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당티카는 유족 중의 한 명이다.

이 사진은 17년 뒤의 당티카 모습이다. 

2017년 2월20일 하미마을 위령비에서 열린 학살 사건 희생자 제사와 위령제 때다.

노란 옷을 입은 그녀가 재단에 향을 피운다.

하미 학살은 베트남전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 사건 중 가장 상징성이 크다.

한국 참전단체(월남참전전우복지회)가 돈을 대 위령비를 세웠는데, 위령비 준공을 앞두고 한국 외교부가 한국군의 학살 사실을 명시하고 묘사한 위령비 비문을 문제삼자, 결국 그 비문을 연꽃으로 가려버렸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기사를 참조.    50주기엔 비문이 해방되는 기적을 꿈꾼다

다시 2000년 5월2일이다. 

울면서 향을 피우는 학살 유가족 당티카를 한 카메라 기자가 촬영한다.

로이터 하노이 지국의 미스터 빈이다.

그날은 한국의 참전단체 방문단이 찾아와 위령비 기공식을 하는 날이었다.

사진 오른쪽 아래에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보인다.

이번에 사진을 정리하며 깨달았다. 

그는 팜티호아 할머니다.

팜티호아 할머니는 하미 학살의 대표적인 생존자 중 한명이다.

할머니는 한국군 학살로 인해 두 아이와 두 발목을 잃었다. 

이 사진들은 취재 직후 기사에는 쓰지 않았다가 나중에 스캔을 받은 것들이다.

위령비 행사가 끝나고 로이터 기자가 팜티호아 할머니를 취재하고 있다.

할머니는 2013년 6월16일 돌아가셨다.

한겨레 토요판 에디터로 일할 당시 할머니의 죽음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기사는 옆 링크를 보면 된다.    팜티호아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

기사는 현재 한베평화재단(이사장 강우일) 상임이사인 구수정씨가 썼다.

다음은 구수정씨 사진이다.

2000년 5월2일의 하미 위령비 기공식장에서 마을 주민과 사진을 찍었다.

2000년은 한겨레21이 베트남전 사죄 캠페인을 모금운동과 함께 미친 듯이 하던 때다.


하미마을 인민위 주석의 인사말을 구수정씨가 통역하고 있다.

그리고..몇몇 사진들.

위령비 기공식이 끝난 뒤 바닷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찍은 사진 같다. 맨 오른쪽이 당시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하노이 지국 권쾌현 특파원, 오른쪽에서 네번째는 당시 KBS 추적 60분의 최아무개 피디.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구수정씨인데, 나머지 여성분들은 참전단체 방문단의 일원.

하미마을이 속한 디엔즈엉사 인민위원회 분들까지 합류해 찍은 사진.


이건 어떤 상황인지 나도 모르겠다. 

구수정씨, 나, 그리고 오른쪽 남성은 여행사 직원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엔 다시 2017년 2월20일의 하미마을.

하미 학살 희생자 제사 및 위령제 모습인데,

구수정씨가 앞에서 본 유족 당티카와 함께 있는 모습이다.

맨 왼쪽은 민변의 김남주 변호사.


다음편은 2000년의 퐁니.퐁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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