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간다.

in #hope5 years ago

봄맞이 간다/cjsdns

봄맞이 간다.
봄맞이 간다.
코 흘리게 동무들과 봄맞이 간다.
머리는 희끗하고 얼굴의 주름 늘어가도
생각만 해도 마냥 설레기만 하는 코 흘리게 동무들
사랑의 첫사랑이 있다면 그녀일지 몰라도
인생의 첫사랑이 있다면 너였을지 모르고
삶의 첫사랑이 있다면 반드시 너였던 거야
이른 봄날이면 뒷동산에 올라 칡뿌리 캐서 같이 먹고
양지바른 언덕배기 길가에 돼지감자 우리들 간식이었지
하늘바라기만 하던 조용하던 시골 동네 꼬마들도
여름이면 마을 앞 개울은 언제나 우리들 천국이었지
멱감다 고기 잡다 즐거웠으나 툉가리에 쏘이면 울기도 했지
황금물결 넘실대는 가을 들판에 가을걷이 끝나고 나면
마음껏 뛰어노는 놀이터 되어 자치기 하며 즐거웠지
도시가 뭔지도 모르고 서울이 어딘지도 모르던 꼬마
철사줄 나무판에 구부려 붙여 겨울을 실어 보낼 썰매를 만들고
큰 못 대가리 돌에다 갈아 만든 썰매 꼬챙이로 꽁꽁 얼은 겨울을
콕콕 찍어 밀어가며 누가 빨리 달리나 경주가 열리곤 했지
어쩌다 서울에서 온 아이가 발에 신는 썰매로 씽씽 달리면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님보다도 더욱 부러워했지
그랬었지, 그렇게 컸지, 덤부사리 찔레를 같이 꺾어 먹고
바람 불어 우수수 떨어지는 잘 익은 영섭이네 살구는
아직도 입안에서 달콤한 맛을 간직하고
마을 앞 큰 밤나무 아래 가을 새벽은 아직도 안개에 싸여
알밤을 보여주질 않는데 은자네 울타리 앵두는 아직도 빨갛게 달려
나 예쁘지 하며 방긋대고 있는데 마을을 지켜주는 큰 느티나무가
어딘지 모르게 작아지는가 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작아진다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이 느낌, 늙어가며 키워지는 그리운 동심
봄맞이 간다.
봄맞이 간다.
코 흘리게 동무들과 봄맞이 간다.
세월 지나고 보니 코 흘리게 동무가 세상에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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