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과 낙수효과

in #jjm5 years ago

오산에 오래된 설렁탕집이 있다. 어느날 길을 지나다 우연히 들어갔는데 얻어걸린 거 치고 너무 맛있다. 특히 아삭한 깍두기가 인상적이다. 설렁탕 '특'에는 도가니 서너개가 추가로 들어가 있어서 적당한 가격에 몸보신까지.. 아주 좋다.

설렁탕집인데 24시간 영업이다. 바로 옆에 오산경찰서가 있다. 야근에 밤샘작업을 끝내고 난 경찰서 직원들의 허기 달래는 모습이 그려진다. 조사를 받은 피의자나 참고인도 여기에서 밥을 먹을 것이다. 구치소에 갇혀있는 사람들도 이 설렁탕을 먹겠지. 배달이 된다면 말이다.

이 집의 고객은 경찰, 피의자, 죄인, 시민... 사형을 받은 죄수에게는 음식을 팔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가끔 자존감이 너무 떨어지는 날에는 '나 같은건 살 자격도 없어. 음식을 먹을 가치도 없는 놈이야..'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집에 오면... 숨 쉬고 살아있으니까 그것으로 먹을 자격은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참 고마운 식당이다.

또 한가지.. 음식은 부자에게나 죄인에게나 평등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자라고 한 끼에 10그릇 먹을 수 없으니 말이다.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중소기업에도 이익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잘 못보았다. 돈은 많을수록 더 가지고 싶은데, 우리의 위장은 물리적 한계가 있으니 참 다행이다. 게다가 음식은 며칠 이내로 썩어버리니 돈보다 귀해보인다. 돈으로는 잘 안되는 낙수효과가 음식으로는 가능하니 말이다.

얻어걸린 식당 치고 너무 만족스럽다. 사실 오산에서는 유명한 맛집 중 한 곳이다.

상호: 청담집
주소: 경기 오산시 동부대로 602
연락처: 031-376-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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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집이 잘 살아야 우리도 산다고 하면서 대기업 편들던 몇년 전이 떠오르네요.
설렁탕 한 그릇의 평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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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집... 하는 순간 교도소가 떠올랐어요.. ㅎㅎ
생각해보니 얼추 맞는 듯 하여 한참을 고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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