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훈련병 시절 이야기 - 논산 육군 훈련소 입소대대 시절

in #kr-army6 years ago

이번 오마주는 훈련병 시절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잊을만 하면 생각나는 그 때 그 시절...

링크: https://steemit.com/kr-army/@dorian-lee/74tqcs


1999년 9월 16일. 인도인접 행사가 끝나고, 나를 포함한 입영장정들은 연병장(사회에서는 운동장이라 하지요.) 옆에 있는 막사 쪽으로 줄지어 갔다. 2중대 막사 바로 앞에 이르자 가족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그 때부터 통제가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얼차려나 협박을 한 건 아니었지만, 조교들은 우리를 향해 윽박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조교들의 통제에 압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들의 군복무는 시작되었다.


처음 입대해서 나를 비롯한 동기들이 소속된 곳은 육군훈련소 입소대대 2중대였고, 나는 그 중에 1소대에 속했다. 입소대대는 6주 간의 교육을 받기 전에 잠시 대기하는 곳이다. 대기하면서 신체검사, 보급품 분배, 예방주사 접종, 군사특기 심사, 그리고 약간의 작업이 있었다.

입소대대에서 특별히 힘든 훈련을 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가만히 앉아 있어야만 하고, 화장실도 정해준 시간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다. 가만히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게 힘들었고, 가만히 있다보면 밖에서 놀던 시절이나 집 생각이 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야만 했다. 몇몇 애들은 집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근처에 있는 애들과 조금씩 친해져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내무반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고, 조교들은 이를 통제하기 위해 우리들에게 얼차려를 부여했다.

입대하는 날 저녁부터 우리들은 소위 말하는 짬밥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걸 먹느라고 고생 많이 했다.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찬은 김치, 된장국, 약간의 고기가 주를 이루었다. 고기마저 없는 날도 많았다. 이런 밥을 먹으면서 내가 군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했으나, 매 끼니를 먹으면서 조금씩 적응되어 갔다. 인원이 너무 많아서 물을 제 때 챙겨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식탁의 물을 먹지 못하면, 식기세척대(싱크대)에서 숟가락을 씻으며, 몰래 수돗물을 마시기도 했다.

그나마 편하게 느껴지는 시간은 뭐니뭐니 해도 취침시간. 취침시간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이다.(11, 12월은 6시 반이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7시에 기상한다.) 문제는 취침시간 전에 치러야 하는 점호였다. 다른 시간에는 몰래몰래 떠들 수 있어도 이 때만큼은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어야 했다. 조교들도 이 때에는 통제를 특히 심하게 한다. 분위기가 아주 살벌했다. 아주 조용한 상태에서 점호시간이 되자 각 소대의 조교들이 일직사관에게 큰 소리로 인원보고하는 소리가 들렸다.

"보고!"
"보고."
"충! 성!"
"충성."
"1999년 9월 ○○일 2중대 일석점호 인원보고! 총원 ○○○, 사고 무, 현재원 ○○○..."

그들의 인원보고와 일직사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들에게 똑똑히 들렸고, 일직사관의 지적이 나오면 우리들은 또 다시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어떤 날은 일직사관이 점호가 마음에 안든다며 1시간 후에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그날 우리 훈련병들은 엎드려뻗쳐를 하며 조교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점호가 끝나고, 우리는 다음을 복창하며 침구류를 깔기 시작했다.

"인! 화! 단! 결! 취침! 수고하셨습니다."

침구류를 깔고, 전투복에서 녹색티, 얼룩무늬 반바지로 갈아입은 후 우리들은 취침에 들어갔다. 여기서 모든 훈련병들이 다 취침에 들어가는 건 아니고, 불침번 근무가 있어서 대다수의 병력들이 1시간씩 불침번을 서야 했다. 이 시간도 우리들에겐 너무나 힘든 시간들이었다. 불침번 서는 시간 동안 집생각, 친구 생각, 애인 생각(나야 애인이 없으니 이건 제외)이 우리들을 미치게 했다. 특히, 내무반 창문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네온사인은 바깥 세상을 더더욱 그립게 했다. 아~. 옛날이여~!


1999년 9월 21일. 드디어 우리는 입소대대로부터 배출되어 교육연대로 가게 되었다. 아침에 우리는 처음으로 전투화를 보급받아 신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구형이 아닌 신형을 받아서 소문만큼 뻣뻣하지는 않았다. 우리들은 26연대로 배치받았다. 그 날 26연대 간부들과 조교들이 우리들을 데리러 왔다. 인원 및 소속 파악이 끝나고, 우리들은 소대별로 줄 맞춰서 입소대대를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때 26연대 3대대 10중대 3소대에 속하게 되었고, 하사 계급장을 단 분이 우리 소대를 우렁찬 목소리로 인솔했다.(연대 가서 알았지만, 그 분은 우리 3소대장 정하사였다.)


이 글은 [오마주]프로젝트로 재 발굴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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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흥미로운 역사에요. 많이 배웠어요.😄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을텐데, 물어보시면 말씀 드릴께요.

프사가 아름다워요.ㅋ

덕분에 프사도 바꾸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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