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35. 1984 by 조지 오웰 - 소름 끼치도록 현재를 그리고 있는

in #kr-book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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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혹은 2018년?


사실 이 책은 그다지 나의 흥미를 끄는 책은 아니었다. 대학시절 읽었었지만 그때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여기저기에서 우리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1984>의 ‘빅브라더’가 언급됐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북이오 홈페이지에 이 책이 있기에 다시 한번 도전해볼까 싶었다. 이십년이 지난 후 다시 읽는 <1984>는 어떨까, 생각하면서.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책은 의외로 꽤 흥미로웠다. 내가 흥미를 느낀 지점은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간단히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미래 시대인 1984년(이 책이 쓰여진 시점이 1949년이라는 걸 염두에 두자), 세상은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그리고 이스트아시아의 세 개 권력으로 나뉘어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혼잡한 상황 속에서 오세아니아의 집권당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국민들을 세뇌시킨다.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더 잘 살고 있으며, 전쟁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고, 이 행복을 영속시키기 위해서는 모두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고. 집권당은 필요하다면 과거를 서슴지않고 바꾸고, 진실을 말하는 자들을 가둔다. 집에서건 회사에서건 모든 당원들을 감시하고, 자식이 부모를, 동료가 동료를 서로 고발하는 게 영웅적인 일이 되도록 만든다. 과거 기록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이 지긋지긋한 세계에 반기를 들고 싶지만, 마음만 앞서갈 뿐 행동에 나서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서슬 퍼런 텔레스크린의 감시 아래에서도 자신에게 만나자고 쪽지를 건네준 여인이 있었으니..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읽으실 분들을 위해 앞 쪽 줄거리만 살짝 풀어봤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시대인 1984년을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몇몇 세부 사항만 바꾸면 2018년의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소름끼치도록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



이 책의 모든 것이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했지만, 그 중에서도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다음 네 가지였다.


첫째,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세상.


<1984>가 그리고 있는 미래에는 곳곳에 텔레스크린이 걸려 있다. 이 스크린은 양방향으로 기능하는데, TV처럼 당과 관련된 뉴스나 홍보자료들을 계속 틀어주는 건 물론이고, 그 스크린이 있는 곳의 사람들을 감시하는 감시카메라 역할까지 한다. 24시간 내내 켜져 있는 이 텔레스크린은 회사뿐만 아니라 각 당원들의 집, 거리 곳곳에도 놓여 있다. 텔레스크린이 없는 곳에는 마이크가 숨겨져 있어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당에서는 합법적으로 도청할 수 있다. 볼펜 보다도 작아진 몰래 카메라와 스마트폰,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전광판들과 CCTV 등 우리 주변을 둘러싼 기기들을 생각해보면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세상이 현실에 도래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오래된 기억이라 다소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스승이 제자들에게 새를 한 마리씩 나누어 주고 사흘의 말미를 주며,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 가서 새를 죽이라고 말했다. 모두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가서 은밀히 새를 죽였다. 사흘 뒤 스승이 제자들에게 새를 죽였느냐고 묻자 모두들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평소 바보라고 모두에게 놀림을 받던 한 제자만 아직도 새를 데리고 있었다. 다른 제자들은 그를 비웃으며, 머리가 모자라 이런 쉬운 지시사항도 따라하지 못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스승이 그에게 어이하여 새를 아직도 데리고 있느냐고 묻자 그가 답했다. “제가 어느 곳에 가든 그곳에는 항상 신이 있어서 새를 죽이지 못하였나이다. 세상 어디에도 신이 없는 곳은 없었습니다.”
만일 저 우화가 지금 다시 쓰인다면 어떨까.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 가서 새를 죽이라고 한다면, “제가 어느 곳에 가든 그곳에는 방범카메라와 CCTV가 있고, 어디에 몰래 카메라가 숨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으며, 주변인들이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어서 새를 죽이지 못하였나이다.”라고 하지는 않을지.


둘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공부하면 현재를 되돌아보게 되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된,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사건에 대한 해석의 여지는 시대에 따라 바뀔 수도 있겠으나, 과거에 일어났던 역사 자체를 자신의 입맛대로,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이리저리 바꾼다면 그것은 결코 제대로 된 공부가 아닐 테니까. 우리가 일본의 역사 왜곡을 지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1984> 속에 나오는 집권당도 이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는다. 자신들의 주장과 어긋나는 점이 있으면, 당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만 있으면, 그들은 주저없이 역사를 바꾸고, 지우고, 없앤다. 흔적도 없이. 하도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어느 것이 진짜 역사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유라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유라시아에 대한 온갖 비방을 쏟아냈었는데, 이젠 유라시아와 평화협정을 맺고 이스트아시아와 전쟁을 벌인다. 그러면 과거에 나왔던 유라시아와의 전쟁을 기록한 모든 신문, 잡지, TV 보도 등을 없앤다. 우리는 계속 이스트아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었다고 과거 기록을 조작한다.

올해 신발끈을 10만 개 제작했는데, 작년 기록을 보니 작년에는 11만개를 제작했다면? 작년 기록을 모두 삭제하고 변조한다. 작년에는 9만개밖에 제작하지 못했었다고. 우리 경제는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위대한 당의 지도 아래 우리 사회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고.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하는 일이 이렇게 기록을 조작하고, 없애고, 변조하는 일이었다.

책 속에만 나오는 일이라고 코웃음 치며 넘어가기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압박하는 일본, 자료의 일부만 가져오거나 제목을 이상하게 뽑아서 오독을 유도하는 기사들, ‘언론’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내세워 여론을 조작하려는 세력들.
과연 우리의 역사는, 우리의 기록은 잘 보전되고 있는가? 아래에 있는 섬뜩한 문구는 <1984>에 나오는 집권당의 슬로건이다. 현재 권력을 가진 자가 과거를 바꾸고, 미래를 지배하기 위해 과거를 조작하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출처: 북이오


셋째, 아무것도 질문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


앞서 언급된 역사의 왜곡은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중에 사람들이 “우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라시아랑 전쟁하고 있지 않았어?”라고 말을 한들, 그것을 증명할 아무런 기록도 없고, 증인도 없다. 나중에는 자기 기억마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래서일까.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의심하지도 않는다. 당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가슴 아프고, 아찔한 장면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서 자기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적인 유라시아에 대해 성토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유라시아와는 평화협정을 맺었고, 이제는 이스트아시아와 전쟁을 벌이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왜 갑자기 연설 내용이 바뀌었는지 질문하지 않는다. 왜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유라시아 대신 이스트아시아가 적이 됐는지 의심하지 않는다.


증오주간 —— 행진, 연설, 함성, 합창, 국기, 포스터, 영화, 밀랍제품, 북소리, 트럼펫소리, 행군의 발소리, 탱크 바퀴 구르는 소리, 편대 비행의 우렁찬 소리, 총소리 등등으로 진행된 증오주간 엿새째 되는 날, 흥분은 절정에 이르렀고 유라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증오감이 광적인 상태로 끓어올라 이 행사의 마지막 날 공개 교수형에 처하기로 된 2천 명의 유라시아 전범들이 눈앞에만 있으면 군중들은 말할 것 없이 갈기갈기 찢어 죽일 기세였다. 그런데 바로 이 절정의 순간에 오세아니아는 유라시아와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되었다. 오세아니아는 이스트아시아와 전쟁 중이며 유라시아는 동맹국이라는 것이다.

...(중략)

그의 음성은 확성기로 쩡쩡 울리면서 잔학이니 대량학살이니 추방이니 약탈이니 강간이니 포로고문이니 양민폭격이니 허위선전이니 불법침략이니 조약파기니 끝없이 열거하며 떠들고 있었다. 그의 연설을 듣노라면 처음에는 그저 그러려니 하다가 얼마 안 되어 열광해 버리게 된다. 연이어 군중들의 분노가 터지고 연사의 목소리는 수천 명의 목구멍에서 참지 못해 터져 나오는 짐승 같은 함성에 파묻혀 버린다. 학생들의 아우성이 가장 컸다. 그 연설이 한 20분 동안 계속됐을 때 전령이 급히 연단으로 오르더니 연사의 손에 종이쪽지를 건네주었다. 그는 연설을 계속하면서 그걸 펴 읽었다. 그의 음성이나 태도, 그가 말하는 내용까지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다. 다만 갑자기 이름만 달라졌을 뿐이다. 말은 없었으나 군중들 사이에 알았다는 듯, 조용한 파문이 번졌다. 오세아니아가 이스트아시아와 전쟁을 한다! 다음 순간 굉장한 동요가 일어났다. 광장에 장식된 깃발과 포스터가 모두 틀렸다! 그들은 상대를 잘못 알았다. 태업이다! 골드스타인의 부하들이 잠복활동을 했다. 아우성이 터지면서 벽에서 포스터를 뜯고 깃발을 조각조각 찢어 발로 짓밟았다. 스파이단이 비상한 활약을 해서 지붕 꼭대기로 기어올라가 굴뚝에서 휘날리던 장기(長旗)를 뜯었다. 그러나 2, 3분도 안 되어 모두 끝났다. 연사는 여전히 마이크 목을 잡고 어깨를 앞으로 내밀고 한 손은 하늘을 할퀴며 연설을 계속했다. 1분도 안 되어 군중들의 야수와 같은 분노의 함성이 다시 터져 나왔다. 대상이 바뀐 것 외에는 ‘증오’는 전과 똑같이 계속하는 것이었다.


윈스턴 같은 자가 비밀리에 역사와 기록을 바꾸는 건 다른 문제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에서, 전쟁 상대국이 유라시아에서 이스트아시아로 바뀌었다. 이 책을 보다가 “다음 순간 굉장한 동요가 일어났다.(The next moment there was a tremendous commotion.)”라는 부분을 읽고는 아, 드디어 군중들이 깨달았겠구나, 당이 얼마나 어이없는 짓을 하는지 이제 명명백백히 밝혀지겠구나, 이제 들고 일어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들은 서둘러 당이 하는 말과 어긋나는 포스터와 배너들을 찢고 없앨 뿐이었다. 군중들 사이에서 벌어진 ‘동요’와 ‘소요’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질문과 의심의 행동이 아니라, 눈을 가리고 거짓을 옹호하려는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나는 허탈을 넘어서 경악했다. 아니, 솔직히 두렵기까지 했다. 이들은 철저히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구나.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구나. 그저 당이 유라시아가 나쁘다고 하면 유라시아를 욕하고, 이스트아시아가 나쁘다고 하면 이스트아시아를 경멸하는구나. 군중들이 드러내는 이런 맹목적인 증오는 결국 당이 장기집권하기에 아주 좋은 무기가 되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런 맹목적인 증오를 불러 일으키는 자들이 있지는 않은지. 꼴페미, 틀딱, 한남충, 맘충. 남자와 여자를, 노인과 젊은 층을 서로서로 증오하며 반목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도 저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질문을 하고, 의심을 해야 한다.


넷째, 언어로 생각을 통제한다.


생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또한 마음 속에서 은밀히 하고 있는 생각은 누군가가 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러니 다른 이들의 마음을 통제한다거나, 생각을 검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려운 일일지언정,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싶다.
언어는 생각을 하는 도구다. 우리는 ‘언어’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언어를 통제하게 되면 사람들의 생각도 통제를 할 수 있다. <1984>에서는 ‘신어(Newsepak)’라는 것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사고를 통제하고 있다. ‘신어’에서는 말의 의미를 굉장히 좁게 만든다. 또한 기존에 쓰던 단어들을 없애고,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인 단어들만 남겨둔다. 세계의 언어들 중에 해가 갈수록 쓰이는 단어들이 줄어드는 언어는 ‘신어’뿐이라고 자랑스러워 하면서. 이게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사람들이 쓰는 단어가 없어지면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개념도 마찬가지로 흐지부지 없어지게 된다. 만일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양심, 공직자의 윤리, 언론인의 사명감, 리더의 도덕성’ 같은 단어가 없어지게 된다면 어떨까.

에스키모인들에게는 눈과 얼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가 수십개라고 한다. 그들에게는 그 하나하나가 상태도 모양도 다른 눈이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다 똑 같은 ‘눈’이다. 만일 단어가 없어지게 되면 그걸 설명하는 개념도 함께 없어진다.

<1984>의 세상에서는 단어를 없애서 사람들의 사고를 통제한다면, 현실에서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에 실체가 없는 나쁜 의미를 부여해서 사람들의 사고를 통제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종북, 된장녀, 맘충, 급식충.

이 단어들이 실질적인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생겨난 단어들은 그 안에 나쁜 의미를 품고 있고, 실체가 있건 없건간에 사람들은 그 단어의 올가미에 빠져든다.

“이렇게 하면 나도 맘충이 되는 건가?” “급식충이 되면 안 되잖아.” “남들이 나보고 된장녀라고 하면 어떡하지?”

허깨비와도 같은 단어들은 사람들의 생각을 붙잡고,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고, 결국 그들을 통제한다. 언어를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이들은 누구인가?


2018년을 살아가는 당신께 권한다.



이 책은 무려 70년 전에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실을 소름끼치게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책을 재미없다고 생각했었는지, 대학시절의 나는 정말 뭣도 모르는 애였던 거 같다.

보통 책들은 처음부분이 읽기가 어렵고 어느정도 진도가 나가면 재미있는데, 이 책은 오히려 처음엔 재미있다가 뒷부분에서 진도가 꽉 막힌다. 후반부에 윈스턴과 당이 대립하는 부분은 약간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2018년의 대한민국에서는.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마디



1.

War is peace. Freedom is slavery. Ignorance is strength. (p. 27)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2.

Frightening thing was that it might all be true. If the Party could thrust its hand into the past and say of this or that event, it never happened – that, surely, was more terrifying than mere torture and death? The Party said that Oceania had never been in alliance with Eurasia. He, Winston Smith, knew that Oceania had been in alliance with Eurasia as short a time as four years ago. But where did that knowledge exist?
Only in his own consciousness, which in any case must soon be annihilated. And if all others accepted the lie which the Party imposed – if all records told the same tale – then the lie passed into history and became truth. ‘Who controls the past,’ ran the Party slogan,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p. 34)

놀라운 것은 그게 모두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당이 과거라는 그릇에 손을 넣고 이것저것을 가리키며 이런 것은 절대로 없었단 말야 —— 라고 말한다면 그건 단순한 고문이나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일 것이다. 당은 오세아니아가 유라시아와 절대로 동맹을 맺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윈스턴 스미스는 오세아니아가 겨우 4년 전 유라시아와 동맹을 맺었다는 걸 알고 있다. 도대체 이 지식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바로 그의 의식 속에, 그것도 여차하면 아주 없어져 버릴 그의 의식 속에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만일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당이 하는 거짓말을 믿는다면, 그리고 모든 기록이 그렇게 되어 있다면 그 거짓말은 역사가 되고 진실이 되는 것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라고 당의 슬로건은 말한다.


3.

But the proles, if only they could somehow become conscious of their own strength, would have no need to conspire. They needed only to rise up and shake themselves like a horse shaking off flies. If they chose they could blow the Party to pieces tomorrow morning. Surely sooner or later it must occur to them to do it? And yet - ! (p. 70)

그러나 노동자층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을 의식하게만 되면 모의할 필요까지도 없다. 그냥 들고 일어나 파리를 쫓는 말처럼 흔들리기만 하면 된다. 그들이 하려고만 들면 내일 아침에라도 당을 산산조각으로 부숴 버릴 수 있다. 조만간에 그들에게 그럴 마음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민중들에게는 역사를 바꿀 힘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일어서는 것은 그저 말이 파리를 쫒아버리듯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함께 얼룩져야 하기에.


4.

Winston watched it with a sort of vague reverence. For whom, for what, was that bird singing? No mate, no rival was watching it. What made it sit at the edge of the lonely wood and pour its music into nothingness? (p. 124 thrust)

윈스턴은 일종의 경이감을 가지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저 새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가? 친구도 적도 봐주지 않는데. 어떻게 해서 저 외로운 가지 끝에 앉아 무(無)의 세계 속에 노래를 퍼붓는가?

어디에 텔레스크린이 있을지, 어디에 마이크가 숨어 있을지 몰라서 말 한마디도 마음대로 내뱉지 못하는 윈스턴. 그런데 저 새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마음껏 노래를 한다. 누구를 위해서 노래하는가? 구애할 짝도, 라이벌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단 말인가?


5.

Privacy, he said, was a very valuable thing. Everyone wanted a place where they could be alone occasionally. (p. 137)

“사생활이란 참 값진 거야”라고 말했다. “누구나 때로는 혼자 있을 곳을 원하거든.



제목: 1984
저자: 조지 오웰
번역: 김병익 옮김
출판사: 문예출판사






[독후감] 지난 독후감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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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내 친구 윈딕시 by 케이트 디카밀로 - 가고 싶어하는 것을 붙잡아둘 방법은 없단다

31. 스토너 by 존 윌리엄스 - 열심히 살았는데,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은 걸까?

32.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by 케이트 디카밀로 - 사랑을 잊어버린 어른을 위한 동화

33. 와일드 by 쉐릴 스트레이드 - 위험해도, 무서워도, 두려워도. 나는 계속 걸었다.

34.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by 정희재 - 목이 타는 한 여름에 미지근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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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권 다 읽은것 같습니다!

실제로 읽어보시면 더 좋을 거예요.
당연한 말이지만 제 독후감이 책에 훨씬 못 미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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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요새 왠지 조지오웰이 생각났었는데, 브리님의 독후감을 읽으니 저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맹목적인 증오에 대해서는 항상 생각하는 주제인데, 한참 전에 읽은거라 좀더 몰입해서 읽어봐야겠어요. ^^

특히 요새 들어서 맹목적인 증오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들을 증오로 내몰고 있는 힘이 있지는 않은지도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중학교 때 읽다가 말았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네요ㅎㅎ 혹시 원서로 읽으신건가욕ㅎㅎ

원서로도 읽었고 우리말로도 읽었습니다. ^^
어떤 부분은 원서로 읽었을 때 더 확 다가오고, 어떤 부분은 우리말로 읽어야 명확하게 이해되네요.
저도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가 봅니다. ^^;

지배자는 과거를 조작해서 미래까지 이어가려 하죠
이념에 매몰된 사람들이 넘쳐나던 시기에 충격을 준 책이었죠
자 ㄹ 봣습니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오랜만입니다. ㅎㅎ

우리가 왜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끝난 미스터 션샤인과 더불어 과거와 역사를 생각하게 해주네요.

친절한 서평입니다. “멋진 신세계”와 함께 문명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경각심을 살려내는 고전이죠.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좋은 책 읽고 있습니다. :)

아주 예전에 ‘프로파간다’를 읽으면서 뭔가 주먹을 쥐게 만드는게 있었지만 다음날은 현실 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일하는 나를 발견하는 그런것, 뭐 그냥 살아가는 것이겠죠. ^^

저도 책 읽을 땐 울컥하면서 분노하고 그랬는데.. 막상 현실에 내가 저런 일을 겪는다면 세류에 휩쓸리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는 꽤나 근래에 읽은 책인데 꽤 충격을 받은 책이었어요. 오래전에 쓰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디스토피아에 대해 너무나 잘 표현되어있고 현 시대와도 너무나 비슷한 게 많더라고요. :)

맞아요. 제목이 <1984>라서, 1984가 미래인 시기에 쓴 책이면 좀 구닥다리일 거라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진 게 아니라는 반증이 될 수도 있을 거 같고요.

한병철 교수님 책이 생각나네요..

무슨 책이었을까요?

한병철 교수님의 '피로사회'가 딱 떠올랐어요.

책 표지가 더욱 강렬해진 듯 한데요?
어릴 적에 읽고, 커서 한번 더 읽었었는데, 그리고 영화도 보고...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재미난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래서 문학은 나라와 시대를 불문하고 읽히게 되나봐요.

이래서 진정한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서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고 하나봐요.
책 표지가 여러 버전이 있는데, 이 표지도 마음에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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