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판석 사단 -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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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 첫회부터 10화 까지를 어제 오늘 다 보고 지금 11화를 볼까말까 고민하다가, 안보기로 하고 글을 쓴다.

나는 그렇다. 뭐 하나 빠지면 끝을 보고야 만다. 대학원 공부를 끝까지 마친 것도 내가 학구열이 불탔거나 지적 갈증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기 보다는 뭐든 시작했으니 끝장을 보자는 것이었고, 요가를 시작하고, 한달 무한 패키지를 진심으로 ‘무한’으로 나가서 클래스 사상 최단기간에 헤드스탠드를 성공시킨 것도, 난생 처음으로 마라톤을 뛰고 결승점으로 들어오며 웃음이 났던 것도, 뭐든 한 번 하면 뿌리를 뽑아야 하는 내 정신병적 발작의 한 형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절대 마약에는 손대면 안된다.

시작하고 십 분도 안되서 알 수 있었다. 이 드라마가 그 분의 연출이라는 걸. 워낙에 유명한 분이라 내가 이래저래 보탤 말은 없다만, 최근 이 분의 연출작은 다 본거 같다. 아주 황홀하게.

[하얀거탑]을 보고 어쩜 이런 드라마가 있을까 충격을 받았고, “특급 칭찬”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김희애 유아인 주연의 [밀회], 장기하의 매력적인 보이스로 배경음악이 시작되는 이준, 고아성의 [풍문으로 들었소]는 또 얼마나 가슴을 졸이며 보았던가. 안판석 프로듀서가 이번에는 손예진을 내세우고, 정해인이라는 걸출한 충무로 블루칩을 찾아내서는 꽁냥꽁냥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만들어 왔다.

뭐 드라마 내용이나 손예진, 정해인 찬양은 여기저기 다 했으니 나는 배우들을 이야기 하고싶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말고, 바로 그들 이야기.

김수현 사단이라고들 하고, 또 문영남 패밀리니, 최근의 김은숙 드라마에 얼굴을 내민 배우들, 그렇다. 보통 유명 작가나 피디가 그 드라마에서 연을 맺거나, 드라마를 빛내게 했던 배우들을 잊지 않고, 본인의 차기 작품에도 꼭 등장시키는 경우가 있다. 안판석 사단도 있다는 걸 아시는가?

그들은 잘나가는 아이돌도 아니고, 이미 얼굴을 알린 TV스타도 아니며, 예능계의 떠오르는 별도 아니다. 바로 그냥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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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연

처음 이 배우를 본 드라마는 바로 [하얀거탑]이다.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언을 해야 하는 퇴사한 간호사 역이었는데, 처음보는 여배우가 어쩜 그렇게 따박따박 대사를 하는지, 그녀의 딕션(diction)은 그 배역에 대한 무한 신뢰를 주는가 하면,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돌출된 송곳과도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 그 드라마를 떠올리면, 나는 장소연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강렬한 연기였고 배우였다.

이후에도 여러 영화, 드라마에서 단역을 하며 얼굴을 알리고 본인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는데, 영화 [도가니]에서 수화 통역사로 잠시 등장했을 때에는 소름이 돋았다. 그 짧은 역을 위해 수화를 배우고 모든 리허설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계속 나왔다. 그리고 빵! 떴다. 곽도원만 뜬게 아니라 장소연도 [곡성]에서 대중들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오랜 팬으로서 흐뭇했다. 그러더니 손예진의 친구로, 주연같은 조연을 꿰차고 나왔다. 대중성을 가지지 못했던 그동안의 드라마들에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그 예쁜 손예진을 옆에 두고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밀회]에서는 김희애의 부하직원으로,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유준상의 비서실 직원으로 나와 열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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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권

말해 무엇하랴. [밀회]에서 김희애의, 세상 꼴뵈기 싫은 남편 역을 하더니 그 연기력을 단박에 인정받았다. 그 이후로 승승장구, 영화 [스물]에서 치고 나온 대사는, 보는 모든 이들을 빵 터지게 했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치호에게 영화감독이 하는 충고.

영화감독? 하지마, 힘들어, 우울증 걸려.

여기서도 꼴뵈기 싫은 속물 캐릭터에 완벽 빙의했다. 어쩜 이다지도 매력적이란 말인가. 통역 일이 끝나고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노래방 성희롱을 수도 없이 당하던 나로서는, 죽이고 싶은 캐릭터 이기도 하다. 나는 그래서 노래방 가는 것을 싫어한다. 가서 놀면 누구보다도 잘 노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그 때 기억이 나서 다시는 가기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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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해연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난생 처음 본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한다. 허스키한 보이스가 매력적이었다. 찾아보니 이미 연극계의 대모격인 분이다. 사실적인 연기를 가장 잘하는 현존하는 여배우 쯤 되시겠다. 손예진의 극성엄마. 꼭 우리엄마같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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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연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처음 보고, 참 못생겼다라고 생각했었다. 역할 자체가 굉장히 차갑고 정 안가는 역이라 더 그랬겠지만, 근데 이 배우 보면 볼수록 매력있고 미인이다. 솔직히 이제는 안판석 사단이라 하기 힘들다. 그 이후에 각종 드라마, 영화에 엄청 출연해 왔고 다른 배우들에 비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드라마나 영화도 많다. [태양의 후예]에도 나왔었다고 하니, 안봐서 모름, 이미 ’남의 사람‘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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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백지연의 반항아 딸로 나와서는, 백지연의 지못미 영어발음과 함께 민망한 영어싸움을 하던 아이. 눈여겨 봤었는데 이번에도 등장한다. 많이 예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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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룡

박혁권과 같이 암유발 캐릭터 완벽소화한 이 배우도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역시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유준상의 눈치보는 비서역으로 나왔던 배우다. 연기를 잘해도 너무 잘한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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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영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는 보았다. 그녀가 지나가는 것을... 또 한명의 안판석 사단.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처음 보고 정말 미인이라고 생각했었다. 연극계에서는 너무 유명하고, 다른 드라마 영화에 자주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아쉬워서 잠시라도 출연 했으리라.

그리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내가 발견한 반짝반짝 배우를 한 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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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석

생전 처음보는 배우다. 이 드라마가 유일한 출연작이다. 경상도 사투리, 저 사투리는 진짜다.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폭 안기고 싶은 아버지다. 연극계에서 오래 몸담아온 그가, 앞으로 드라마에서도 잘 나갔으면 좋겠다. 연기를 어쩜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앞으로 당신을 지켜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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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준

딱~ 저런 남동생 하나만 있었으면... 요새 어린 배우들은 연기를 참 잘한다. 너 또한 이 누나가 지켜보겠어. 저런 남동생이랑, 저런 아빠가 있었다면, 내 인생은 더 풍요로왔을 듯^^

오늘밤에 딱 하나만 봐야지 ㅋ
힘들다ㅠ

(위의 모든 이미지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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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키퍼님 이런 포스팅 넘 좋아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대우받는 날이 오길...
예전보다 좀 나아지긴 한 것 같죠?!
이 드라마 매일 기사로만 보는데...ㅎㅎ

저도 기사로만 보다가 정해인이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봤는데 초반에 딱~~ 뭐야 이거 이거... 하다가 찾아보니 그분 드라마^^

나도그래서 드라마는 첨부터안볼라그해 ㅎㅎ

흐음... 한 두편 지나가다 봤었는데요...
연기도 연출도 넘나 훌륭해서 재미는 있는데....
지나친 꽁냥꽁냥으로 인해... 손발이 오그라드는 문제가 발생하여
시청 자제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ㅋ

첫 몇회 동안은 꽁냥꽁냥 주의 가 예상되마 회차가 갈수록 아주 현실적인 드라마라 참을만 합니다ㅎㅎ

훌륭한 조연들이 있어 드라마가 꽉 차는 것 같습니다. 씬스틸러들!

맞습니다 훌륭한 배우가 꽉 채우고 스토리는 거들뿐

저도 끝장을 봐야하기에...
결국 안보고 있습니다....

잘하시고 계십니다 ㅎㅎ

좋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더군요. 이렇게 훌륭한 요약정리. 굿굿.
그리고 과연 한개만 더 볼 수 있을련지...ㅋㅋ

월요일까지 연휴라 다 봐버릴까 고민중입니다 ㅋㅋ

요즈음 엄청 핫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밥 잘 사주는예쁜누나"군요.
저는 어릴 적에는 이상형이 "밥 맛있게 잘 해주는 누나, 청년 때에는 나랑 " 맛있게 밥 먹는 누나" 였구요. 지금은 저 "역시도 밥 잘사 주는 예쁜누나"랍니다, 물론 지금은 밥 사줘야 하는 딸들만 있는 상황이지만요. ㅎㅎ

하하하 밥 사줘야 하는 딸들이 곧 밥을 사는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저는 이드라마때문에 마누라하테 찬밥입니다...ㅜㅜ

남편 찬밥 주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ㅋ

ㅎㅎㅎㅎ
전.. 그분이 연출한 드라마 하나도 안봤습니다.
저것도 보지 않으렵니다.

ㅋㅋㅋ 역시 대장부 이십니다.

전 이미 누나기에.. 굳이... 내남편을 그 잘생긴 연하와 비교해보려니 속이 쓰려서...
저도 손예진은 아닌데 말입니다. ㅋㅋ

하아 저는 어제 막 1편을 봤는데... 이제 시작인 거 같습니다 ㅋㅋ

이제 1편을 봤다면 한 4회정도만 오글거림 유의하시면 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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