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의 일상기록 #21 / Music Box #16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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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계절이라 '기쁜 표정'의 대문

많이 쌀쌀해졌다. 지난번에 이 말을 했을 때보다 훨씬 더.

과제나 논문을 쓸 때 자주 듣던 말러를 꺼내 들으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요즘이다. 미학적인 것을 접할 때 오는 감동이 상당히 자극적이면서도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가끔은 눈을 감게 만드는 순간들도 적당히 있다는 이유로, 뭔가를 할 때는 항상 말러를 선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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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과거의 어느 시점에 자주 듣던 음악은 그 당시를 떠올리게끔 해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는데, 내 경우는 그런 현상이 아주 드문 편이다. 물론 전혀 없진 않고, 장르 불문하고 그런 곡이 몇 있기는 하니까, 언제 한번 모아서 그 관련 '사연들'에 관해 글을 남겨야겠다.

어쨌든, 요즘 듣는 말러도 공부하던 당시의 느낌을 그다지 상기시켜주진 않는다. 솔직히 전혀 그런 경향이 없는 것 같다. 쌀쌀한 아침을 적당히 포근하게 만들어주면서도 뭔가 하루의 시동을 걸게 해줄 뿐이다.

개리 베르티니(Gary Bertini)가 지휘한 말러 4번 3악장

나는 주로 번스타인 지휘로 말러를 듣는 편이지만, 베르티니가 지휘한 버젼은 다른 녹음들에 비해 좀 분명한 맛이 있다. 알맞게 느리지만서도 거침이 없는 진행이다.

4번에서는 3악장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가끔 똑 떼어서 홀로 듣는 편이지만, 원래는 4악장과 바로 이어져 있어서 이렇게 3악장만 따로 올라온 영상은 잘 없는 것 같다.

물론 전 악장을 다 순서대로 들을 때가 가장 좋다. 규칙적인 출퇴근, 한 장소에 구속되는 것, 정해진 시간에 따른 루틴이 싫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혼자 일하는 방법을 찾아 살아왔는데 그럼 그에 따른 심적 여유를 갖고, 팩이라도 하면서 전 악장을 듣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마땅할 것이다.

원래 학생 때도 그랬었는데, 심지어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아서 강의에도 늦고 그랬었는데 왜 아무도 (그리고 아무것도) 내 시간을 구속하지 않는 요즘, 그런 여유를 잊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자주 바다를 보려고 이사까지 왔는데 말이다. 물론 아침이든 늦은 밤이든, 고정된 다른 활동 없이 원할 때 이렇게 하루 한 번의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갖지 못하는 여유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사실 심적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유유해서 문제다. 그러나 너무 좋아하는 뭔가를 듣거나 볼 때, 아예 일상을 내팽개칠 가능성도 없지 않아서이다.

이제 최소한 말러만큼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습관이 생겼으니, 나머지 좋아하는 것들도 그렇게 접근해봐야겠다. 가령 밥도 못 먹고 연이어서 바그너를 듣는 기존의 습관 대신에, 그냥 일상 생활을 하면서 연이어 듣는 것도 가능했으면 좋겠다.

팩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원할 때마다 팩을 하고 누워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몇 달은 하지 않은 것 같다. 건조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요즘 같으면 좀 해도 될 것 같은데, 일단 그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예상되면 거부감이 들 때도 많고, 하루 중에 누워서 쉬기 귀찮을 때는 더더욱 많다.

쉬기 귀찮다라...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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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보는, 황당해하는 표정의 딩딩이(본명: 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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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전에 올렸던 우리 딩딩이 사진

딩딩이의 생김새는 아빠 몬티를 가장 닮았지만, 기본적인 털 색깔과 작은 체구는 엄마 토니를 닮았다. 확실히 남아들은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생김새도 체격도 큰데, 딘을 위시한 여자아이들은 조그마하다. 하지만 빵빵한 얼굴형의 유전자는 어쩔 수 없어. 나는 이 빵빵함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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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딩이 아빠 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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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무척 좋아하는 딩딩이

요 사진은 친구가 놀러왔을 때 내 폰으로 찍은건데, 역광이기도 하고 역시 카메라를 바꿔야 사진이 제대로 나올 것 같다. 폰 상태도 요즘 시원찮아서 아마 올해가 가기 전에 바꿀 것 같은데, 고양이들 잘 찍어줄 수 있는 걸로 해야지.

요즘은 닭을 자주 먹었다. 닭곰탕에 이어 삼계탕, 통닭까지. 여름에는 몇 번 먹지 않았는데.

여름의 어느 일기에서, 워낙 욕조 속에서 살다시피 하는 바람에 발바닥 피부가 부르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마도 평소의 구둣살 탓이 컸던 것 같은데, 그게 싹 낫고 나니 마치 손처럼 보들보들해졌다.

요즘 들어 1일 1포스팅도, 1일 1식도 나름 잘 지켜지는 것 같다. 진짜 1년 내내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크리스마스가 낀 겨울도 한 2주 정도는...

보팅파워 회복이 너무 느려서, 요 며칠 좀 피드도 잘 안 보고 가만히 있는 편이다. 한번 충전을 해놓고 나면, 사용할 때마다 적당한 간격을 두어 잘 관리해가면서 써야겠다. 그래도 아예 사용치 않고 있어야 겨우 내일 초저녁에나 채워진다. RC는 넘쳐나는데...아마 큐레이터 임대 스팀파워가 있을 때보다 보팅파워 회복이 느려서 그런 것 같다.

(이 얘길 쓰고 나서 우연히 봤는데, 갑자기 79%까지 보팅파워가 늘어나 있다. 분명히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생각보다 너무 회복이 안 되어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내가 본 툴의 표기오류였을지도. 어쨌든, 내일 아침이면 회복이 다 된다.)

그건 그렇고, 며칠 동안 영화만 보고 싶다. 아마 시간을 잘 분배하면 못할 것도 없을 듯 한데...

평소에도 영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정작 요즘 들어서는 잘 보지 못했다. 이미 어릴 때부터 봐온 비스콘티의 저주받은 자들 또는 신들의 황혼(Götterdämmerung)을 최근에 보긴 했지만, 혹시 어느 부분에서 심적 타격이 있을지 몰라서 휙휙 돌려가면서 봤다.

언젠가 포스팅하겠지만, 실시간 경험으로 기능할 수 있는 영화들이 있는데, 정확히는 몇 감독들의 작품이 특히 그렇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키아로스타미 감독도 그 중 한 명이다. 어릴 때 이분 싸인도 받으러 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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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1940~2016)

이 분이 떠오르니까 함께 마구 쏟아져 나오려는 이름들이 많은데, 아껴두고 포스팅해야지. 회고전 등이 열리면 극장에 찾아가서 본 후로 사서 소장도 하고 있지만 감히 다시 열어보지 못하는 영화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만든 분들을 나는 일종의 은인처럼 생각한다. 자신들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 분들이니까.

근래에 들어 차분히 앉아서 영화를 감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위에서 얘기한 여유 부분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 같은데, 사실 그간 말러 등등을 좀 멀리한 것도 그렇고, 너무 빠져들 수 있는 성향이 내게 있기 때문이다. 뭔가 너무 타격을 받지 않으면서 영화를 보는 방법을 익혀나가야겠다.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아름다운 장면들도 다시 보고 싶고, 비참한 내용에는 너무 괴로워하지 않고 싶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기억을 기억으로만 남겨놓는 듯.

뭔가 더 남길 기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잠깐 쉬다가 생각나면 덧붙여야겠다.


원래 뭘 더 쓰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2 시간 정도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나서 덧붙인다.

역시 1식은 편하다. 이제 좀 있으면 날이 질 것이고, 편안한 속으로 해변에서 산책을 하거나 남은 일과를 좀 더 할 수도 있겠지. 이 평온함을 안고 종량제 봉투를 사러도 가야하고. 조만간 다시 요거트를 만들어먹는 습관을 되찾아야겠다.

참, 그리고 요즘 들어 연금복권에서 계속 2천원씩 당첨되고 있는데, 한번 터져주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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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4번 유투브로 찾아보니 개리 베르티니 이 영감님(?)께서도 지휘를 하시면서 좀 흥겨워 하시는 것 같아요. (약간 수전증 있으신것 같기도 한데..)
초반에 나오는 종소리(?) 같은거 들으면 크리스마스 느낌이 드는데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0^

그쵸. 교향곡 하나하나가 나름대로의 축복 메시지 같은게 있어요. 올해가 얼마 안 남았죠. ㅋㅋㅋㅋ

그러네요. 그나저나 시커먼 올빼미는 고양이 코스프레인가요?

고빼미 또는 올양이ㅠ

늦게나마 닭으로 월동준비를 하시는군염~+_+

ㅋㅋ먹는 것이 언급되는 곳에는 항상 출몰하시는 뉴비존님!

엌......이제야...저를 소환하는 마법의 key를 알아버리신 제이미님...ㅋㅋ

여유있는 삶이 부러워요...
챗바퀴 돌듯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는 저에게는...

사실 인간이 습관의 동물이라 그런지...매여 있지 않아도 무언가를 하고 그걸 계속 스스로 반복하긴 합니다. ㅋㅋㅋ 가끔씩 싸이클을 깨야...

한국 날씨 마니마니 추워졌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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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참, 아까 스팀페스트에 추천해주셨던데 감사합니다. ㅋㅋㅋ

수상하셔서 참여하시길 응원합니드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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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팩 얹을 때 차가운 느낌은 참을만한데 팩하고 촉촉해진 얼굴에 가끔 애들이 꼬리 어택을 해서 털이 잔뜩 달라붙을 때면.... 현타와요 ㅎㅎㅎ
좀 편하게 드러누워서 촉촉함을 느끼고 싶어도 다 흡수될 때까지는 90도로 앉아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ㅋㅋ우리 애들은 그런거 하고 있으면 와서 냄새는 맡는 것 같아요. 전 수분이나 영양공급보단 물에 개어서 바르고 나중에 떼어내는 클레이를 좋아하는데...방심하면 궁금해서 떼어놓은 조각들을 먹어보려는 시늉을 하거나 그럽니다. 안락의자 같은걸 이용해서 머리를 뒤로 젖히고 있는 쪽이 제일 안전할 듯 하네요. ㅎㅎ

몇 년 전에 음악의 역사(?)가 궁금해서 가지고 있던 클래식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작곡가의 출생 순으로 수동으로 정렬했던 적이 있어요. 그 나름의 순서에 혼자 좋아하고 있었는데, 올해 폰 바꾸고 다시 흐트러진 음악을 보고나니 새로 만들기 귀찮아져서 전체로는 듣지 않게 되네요
제이미님 덕분에 오랜만에 말러 곡으로 아침을 시작해봅니다 ㅎㅎ

요즘 말러로 아침 시작하면 좋네요. 가끔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더 좋을 것 같아요.

음원 뒤섞이거나 오류나는거 안 그래도 어제 칼님이 얘기하신 것 같네요, 짜증난다고. ㅋㅋ

까만 딩딩이가 부엉이인 줄 알았네요.ㅎㅎ

맞아요. 스코티쉬 폴드가 귀가 작고 둥그래서 그런 얘길 많이 듣는답니다. ㅎㅎ

가을이 깊어질수록... 겨울이 다가올수록 더 추워지죠^^ 감기조심하시구요~~

감사합니다, 독노님! 멋진 가을 보내시고 따뜻하게 겨울 맞이하세요. ㅎㅎ발도 쾌차하시구요!

월동 준비 잘하세요. 바닷가는 좀 춥죠.
요즘은 제이미님이 좀 여유로워 보입니다. ㅋㅋ

넵, 한겨울의 바닷바람은 진짜 너무 매워요. 하지만 해가 쫙 내리쬘 때의 해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남은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딩딩이 보다 아빠가 더어려보이는건 기분탓일까요? ㅎ

ㅋㅋ다들 아빠냥 몬티를 이뻐하다보니까 정말 아기같이 보이긴 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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