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의 일상기록 #고양이의 날 특별판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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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을 대문에 넣어주신 @kiwifi님 감사합니다.

국제 고양이의 날이라길래, 간만에 우리 대가족을 또 소개해보기로 한다. 폰 카메라도 안 좋고 해서 사진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우선 어울리는 음악을 깔고...

헨리 맨시니의 핑크팬더나 베이비 엘리펀트 주제곡도 대표적인 '귀여운 음악'이겠지만, 드뷔시의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Golliwog's Cakewalk)는 독보적이다.

모든 것은 너무나도 착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들이면서 시작되었다. 당시에 나름대로 전원 환경에 살면서 쥐가 두려웠던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고양이가 있으면 쥐를 잡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필 순하기로 소문난 스코티쉬 폴드 종의 남아를 하나 데려오게 된다. 여기서 폴드란 귀가 접힌 특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특별히 잘 먹으면 귀가 올라붙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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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였던 시절, 곧잘 저런 표정으로 앉아 있던 몬티

외출하고 오면 외롭게 나를 기다리고 있던 몬티는 불평의 소리를 낸 적이 없지만, 우두커니 앉은 모습은 묘하게 죄책감이 들게 했다. 잠깐 산책을 다녀와도 대문 앞에서 저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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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로 놀아주면 좋아했지만, 계속해서 더 놀아달라고 울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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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성의 없이 놀아주면 슬픈 표정을 지었고, 일을 하다가 돌아보면 털썩 주저앉아 있기도 했다. 쥐가 있었다 해도 아마 기쁘게 같이 놀려고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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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쉬 폴드의 전형적인 자세라지만, 표정을 보면 확실히 슬픈 것 같아서 마음 아프게 했던 자세

그래서 마누라를 들이기로 했다. 이미 사춘기에 들어선 것 같아서 새끼 고양이를 들이면 안 될 것 같았다. 마침 이민 가는 사람이 파양하는 아메리칸 숏헤어 여아가 있어, 데려왔다. 물론 몬티보다 연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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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의 첫째 마누라, 까뮤

아메리칸 숏헤어는 몬티 같은 스코티쉬 폴드에 비해 뼈대가 튼튼하다.

뼈가 약한 폴드끼리 교배는 금물이다. 따라서 스코티쉬 폴드는 귀가 접히지 않은 스코티쉬 스트레이트, 아메리칸 숏헤어, 브리티쉬 숏헤어 등 같은 영국 지역에서 나온 고양이들과 교배시키는 것이 좋고, 그렇게 해서 낳는 새끼들은 스코티쉬로 쳐준다. 귀가 접히면 스코티쉬 폴드, 안 접히면 스코티쉬 스트레이트가 된다.

까뮤가 한 번만 새끼를 낳게 할 생각이었는데, 그 계획은 실패했다. 까뮤는 몬티 뒷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등 거칠게 노는 것을 좋아했다. 교배가 가능하려면 몬티가 기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데, 힘들어 보였다.

뭐 그냥 새끼는 포기하고 중성화할 생각도 했으나, 몬티가 기가 눌려 있고 슬퍼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파양된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주인의 개인적 이유로 인해 파양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새 가정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둘째 마누라를 데려왔다. 원래 키우던 분이 붙인 이름과 최대한 비슷하게 들리게 하기 위해 이름은 토니라고 지었다. 까만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항상 있었다.

스코티쉬 스트레이트라 혹시 몬티와 새끼를 낳아도 괜찮은 편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귀와 상관 없이, 같은 스코티쉬끼리는 아예 피하는 것이 좋다고도 한다.) 토니 역시 몬티보다 연상이었지만, 심성이 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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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토니가 도착한 첫 날은 힘들었다. 토니는 너무나도 사나운 척 하면서 내게 발톱을 펴서 보여주고는, 지하실에 가서 나오지 않았다. 주인과 떨어지면서, 두 낯선 고양이가 있는 집에 와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몬티는 사흘 밤낮을 울면서 그 추운 지하실에서 토니 옆을 지켰다. 희한하게도 까뮤는 지하실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토니는 싸움을 거는 듯한 울음소리를 냈고, 몬티는 친해지려는 의도로 높고 가느다란 소리를 내면서 울었다. 토니가 거실로 올라오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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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는 첫째 마누라 까뮤를 슬쩍 만져보는 몬티 vs 둘째 마누라 토니와는 친구처럼 노는 몬티

몬티와 토니는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단순히 새끼를 낳게 된 것뿐이 아니었다. 대범한 성격의 까뮤는 그런 둘 사이를 질투하거나 하지 않았다.

토니의 초산은 사산이었다. 초산으로는 흔하게 생기는 일이라고 한다. 몬티와 토니는 오랜 기간 동안 둘 다 슬픈 눈을 하고, 낮에도 꼭 껴안고 잤다. 한 번 실패했으니 적당한 시기에 중성화를 시킬까 했으나, 슬퍼하던 몬티의 눈에 원망이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토니는 내가 자고 있던 새벽에 출산을 했던 것이다. 초산이라 사람이 도와주면 수월했을 텐데...결국 한 번은 새끼를 갖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토니는 그로부터 몇 달 후에, 여아 둘, 남아 하나를 출산하게 된다. 토니의 까만 털과 몬티의 작은 접힌 귀를 닮은 아이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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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상자 안에 앉아 있는, 다 자란 첫째 딸. 이름은 딘

셋 다 대략 이런 모습들이었다 (물론 자란 상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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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와 토니의 첫째 딸 딘 앞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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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와 토니의 둘째 딸 휴 옆모습

딘은 딸들 중에서 제일 미인상에 가깝다. 눈이 크고 얼굴이 고양이답게 적당히 납작하다. 휴는 조금 쭈뼛거리는 성격인데, 얼굴에서도 그게 드러난다. 안 쳐다보는 척 하면서 옆눈질을 잘 한다. 얼굴은 딘이 예쁘지만, 털은 휴가 더 좋다.

(딘과 휴와 같이 태어난 남동생은 항상 두 누나에게 치일 정도로 작고 약했는데, 좋은 분에게 입양을 갔고 거기서 튼튼하게 자라났다.)

몬티의 중성화 수술을 앞두고, 그만 토니가 두 번째로 새끼들을 임신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아들 셋, 딸 하나가 함께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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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아들 젬을 안고 있는 몬티

몬티는 항상 부성애가 넘쳐났다. 처음으로 새끼들이 무사히 태어났을 때부터. 사실 아빠 고양이는 새끼들을 물어 죽일 수도 있다는 말에 새끼들을 못 보게 하려고 했는데, 그런 걱정은 곧 무색해졌다. 엄마가 하듯이 새끼들을 핥아서 양육을 도왔다. (젖을 훔쳐 먹은 것은 딱 한번이다.)

새끼들을 낳게 한 것이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 느낀 것은 몬티의 행동들 때문이었는데, 특히 마누라 둘과도 완전히 재미있게 놀지는 못하던 몬티가 새끼들과 수준이 맞아서 함께 뒹굴고 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아들 셋, 딸 하나 중에서 아들 하나가 먼저번 입양간 형이 있는 집으로 떠나갔다. 그리고 (입양간 두 남아들은 제외하고) 첫째 아들 젬은 토니의 솟은 귀와 까만 털을 닮았고, 막내 아들 숀은 몬티의 털, 그리고 토니의 솟은 귀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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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와 토니의 첫째 아들 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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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와 토니의 막내아들 숀

숀은 태어날 때부터 너무 예뻤다. 전에 몇 번 기록한 적이 있지만, 혼자서만 아빠 털을 닮은 아이였기에 까만 아이들에 비해 잘 보이는 얼굴을 갖고 태어났다. 너무 과도한 관심을 받아서인지 성격이 도도하다.

엄마들이 아들을 좋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의 법칙이지 싶다. 물론 사회적으로 딸을 가진 것이 장점이 되면 바뀌는 것이겠지만, 동물의 세계에선 유지가 되는 법칙인 것 같다. 토니는 숀만을 끔찍하게 이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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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보이는 엄마를 베고 누워 있는 막내아들 숀

새끼들에게 젖을 먹일 당시에는 다 똑같이 대했지만, 이상하게도 토니가 현재까지도 안아주고 돌봐주는 건 숀 하나 뿐이다. 큰아들 젬도 있지만, 젬은 함께 태어난 루 외에는 아무와도 가까이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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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와 토니의 막내딸 루

젬과 루 사이가 특별하게 좋아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름을 지었는데, 공교롭게도 둘은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남매 이름이다. 젬은 제일 고양이답게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데, 유일하게 좋아하는 건 여동생 루 뿐이다.

루는 눈이 딘 이상으로 큰데 입이 약간 튀어나와 있어서, 정면에서 잘 찍으면 약간 조그마한 유인원 느낌도 든다. 당돌하고 강한 아이다. 요즘은 언니 딘을 특히 좋아해서 잘 붙어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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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 루(왼쪽), 첫째 딸 딘(오른쪽)

몬티의 두 마누라를 제외하면 여자아이는 딘, 휴, 루 이렇게 셋인 셈인데, 다른 사람은 그냥 몇 번 보아서는 절대로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잘 보면 얼굴도 다르지만 성격도 제각각이다.

딘은 예쁜 얼굴에 맞게 정말 얌전하고 여성스럽다. 휴는 약간 겁이 많지만, 제일 자주 먼저 다가와서 골골 소리를 내는 애교쟁이이다.

반면 루는 절대로 먼저 오지도 않고 얌전하지도 않지만, 뭔가 든든하다. 아빠의 첫째 마누라 까뮤를 가끔 괴롭힌다. 마주치지 않으면 굳이 싸우지 않지만, 마주치면 구박한다.

사실 까뮤는 처음 토니를 들였을 때 텃세는 아니지만 쫓아다니는 등의 장난을 치곤 했었고, 토니는 그걸 매우 싫어했었다.

토니의 자식들이 장성(?)하기 전까지 까뮤는 가끔은 토니에게 짖궂게 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루가 그 복수를 대신 해주려고 드는 셈이다. 물론 현장을 나한테 걸리면 혼난다. 까뮤가 약간 왕따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 내가 더 챙겨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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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하게 나온 휴(하단), 건방진 표정의 루(중앙 왼쪽)와 젬(맨 오른쪽)

그러다가, 졸지에 자식 부자가 된 몬티에게 또 중요한 존재가 하나 생기게 된다. 추운 겨울에 박스에 넣어서 버려진 새끼 고양이 몽땅을 데려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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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같던 시절의 몽땅

몽땅은 처음에는 자신을 가장 잘 받아준 (그때까지의) 막내 숀을 동경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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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을 항상 유심히 보던 몽땅

하지만 얍삽한 판단력으로 실세가 아빠 고양이 몬티라는 것을 깨닫고는, 몬티 껌딱지가 되었다. 예전 일기에 몬티-몽땅 함께 있는 사진을 몇 장 올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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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몬티 옆에 붙어 앉아 있는 첫째 딸 딘. 다시 보니 몽땅도...

사실 몬티 주변에는 자리만 있다면 항상 아이가 하나 붙어 있다. 몬티가 착해서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지금까지도 내게 제일 이쁨 받는 고양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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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 오브 자식들에 둘러싸인 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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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 둘러싸인 몬티 2

혼자 외롭게 앉아 있던 몬티는 이제 혼자 좀 앉아있고 싶어하는 고양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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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리에 뽀뽀해주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주 따라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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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사진 포즈를 한 몬티

이제는 앉아 있어도, 자포자기한 듯한 그런 포즈가 나오지 않는다. 꼭 우량아의 돌사진 같다.

가끔은 장난처럼 아이들에게 말한다. "니네는 니네 아빠 아니었으면 이렇게 먹고 살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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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혼자 있던 고양이 몬티의 대가족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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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 있는 이야기네요.
고양이 집의 시작에서 끝까지..
한방에 알게 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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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1명에 고양이 9이 살면,
고양이 집 맞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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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사람 4백만에
양 2억 마리가 산다고 하더군요.

양들이 지배해는 뉴질랜드..

ㅎㅎ 집사라는 말은 안 쓰지만, 쪽수가 너무 밀리긴 하죠. ㅋㅋ

스코티쉬 폴드의 전형적인 자세가 무척 맘에드네요 ^^
전혀 몰랐던 고양이의 특징이에요~ 사람처럼 앉아 있는데~ 넘 이쁘기만 하네요 ^^

ㅋㅋ네 처음 봤을 때 너무 웃겼어요.

행복한 몬티네 식구네요. 심성 고운 둘째마누라를 만나서 다행입니다. ㅎㅎ

그쵸. 지금은 첫째 마누라한테도 기가 살았는데 처음에는...ㅎㅎ

나도 검은 고양이 2마리랑 한 9개월 살았지.
쉐도우. 트위기.
검은 고양이가 좋아.

임시보호함?

엄마 껌정 고양이 쉐도우가 새끼를 많이 낳았거든 그 중에 트위기만 엄마 닮고 나머지는 아빠 닮거나 섞였나봐... 매번 분양을 했는데... 캐나다 사람들도 검은 고양이를 기피하더라고... 다른 녀석들은 재깍재깍 가져가더니 유일하게 트위기만 남은 상황... 여러명 보러 왔다가 그냥 돌아가더라고... 그래서 같이 살게되었데. 내가 기거하던 어느 캐나다 가족 이야기... 이 고양이들이 지하방을 좋아해서 거의 나랑 같이 살았지.

지금도 이 대가족과 함께 하고 계시는 거죠???
대단하십니다^^

네, 폰이 후져서 그렇지 자식들 사진은 다 아주 최근이에요.ㅋㅋ

으앙 ㅋㅋㅋㅋㅋ 인형같은 기요미들
몬티 주저앉은게ㅋㅋㅋㅋ 양볼을 꼬집어주고싶을정도네여

ㅋㅋㅋ 볼 빵빵한 거 같지만 의외로 잡을 건 없습니다. 동물은 털 빨...

와 몬티 이야기가이랬다니
몬티 몬티이!!!!! 시무룩 몬티!!!

ㅋㅋㅋㅋ몬무룩ㅠ

휴 / 루 / 젬을 구별하는거 신기방기ㅋㅋㅋ
그래도 역시 난 숀이 젤 이쁜 거 같음 ㅎㅎㅎ 숀이 최고임!!! ㅋㅋㅋ
몽땅이도 아기 시절에는 저리 이뻤는데 ㅠㅠㅠ 왜 커서는....ㅎㅎㅎ

헐 얼평하는 나쁜 나방ㅠ

혼자있던 몬티가 대 가족을 이루는 모습이 매우 인상 적이네요~!!

그쵸. 요즘은 좀 혼자 저한테 붙어있고 싶어해요ㅠ

저렇게 많은 고양이 대가족을 어떻게 돌보시나요~ 대단합니다

가족이다 보니 자기들끼리 대부분 돌보고, 고양이 특성상 종일 잠만 자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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