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박탈

in #kr-diar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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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페인과 니코틴의 신도였다. 담배는 백해무익이라고 하는 주변인들에게 말은 똑바로 하라고, 절대로 백해무익은 아니라고, 담배가 없었다면 상대성 이론도 세상에 나오지 못 했다는 농담을 하곤 했다. 그런 내가 전조도 없이 갑자기 금연을 한다니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나도 몰랐다. 아주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두통과 현기증이 나를 괴롭혔다. 계획적인 금연이 아니었기에 점진적이지 않은, 갑작스런 니코틴 박탈은 반동이 컸다. 두통과 현기증 뿐 아니라 충동도 강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나는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는 감각, 머리가 몽롱해지는 느낌 등을 즐겼던게 아니라 철저히 니코틴만을 원했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니코틴만을 원했다고 충동이 약한건 절대로 아니었지만.

두통과 현기증이 지나간 다음은 불면증이 찾아왔다. 몸은 아주 피곤한데 잠에 들지 못 해서 조금이라도 나을까 싶어 카페인도 끊었다. 그리고 더 피곤하면 잠을 잘까 싶어 운동량을 늘렸다. 운동량은 늘어났는데 살이 붙고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라니,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야겠다. 그나저나 산책을 다니기는 확실히 좋아졌다. 주머니에 담뱃갑과 라이터를 넣고 다니는건 굉장히 불편했다. 특히 여름에는.

한동안은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니코틴과 카페인을 동시에 박탈당한 뇌는 움직이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루 흡연량의 대부분이 글을 쓰는 시간에 집중되어 있었던만큼 글쓰기가 어려웠다. 평소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6시간 가량을 아무 것도 쓰지 못 하고 앉아있다가, 괴롭기만 해서 그만두기도 했다. 그래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안심이다.

지금은 니코틴에 대한 육체적 갈망은 초기에 비하면 희미하다. 흡연량을 줄이다가 끊은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끊었기에, 주먹을 꽉 쥐고 버텨야했다. 현기증과 두통까지 찾아오고 내 의식은 끊임 없이 욕구와 타협하고 싶어했다. 이렇게 갑자기 끊지 말고, 줄여나가다가 끊자며 속삭였다. 그 처음의 욕구가 너무 강렬했기에, 오늘의 욕구가 훨씬 약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한번씩 강한 충동이 찾아온다니 마음을 놓진 말아야겠다.

모든 흡연자들에게 그렇듯, 나에게도 이번이 첫 금연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존도 강해지고, 금단 증세도 강하게 찾아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 다음은 더 힘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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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까지 끊으실 필욘 없을거에요.
하지만 니코틴은........
이번에 확실히 끊으시는 걸로!!:)

이번 금연은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두통과 현기증, 거기에 불면증까지...
힘드셔도 니코틴과 카페인을 금하시는 게 정답같네요...
그렇게 힘드신데, 두통, 현기증, 불면증에는 변화가 있으신지 모르겠네요.

금연을 성공한 저희 남편의 말에 따르면 차차 줄이는 것보다는 확 끊어버리는 게 성공하기 쉽다고 하더라구요.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금연 성공을 기원합니다.^^

두통이랑 현기증은 사라졌어요. 잠은 자주 깨지만요.

응원 감사합니다.

흡연과 금연의 공통점 :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정드압!!!!!

ㅋㅋㅋㅋㅋ

담배는 끊는 게 아니고 평생 참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화이팅!!
저도 커피를 끊어야되는데 있는 것만 마시자며 미루고있네요^^;;;;

아이코스로 옮겨타고서는 안정을 좀 찾았죠.
머 결국 끊은 건 아닙니다. 아이코스를 피우는 셈이니.
대신 피우는 양이 엄청나게 줄었고, 담배냄새가 안나서 좋긴합니다.
이정도로 줄일 수 있다면, 결국은 끊겠다 싶기도 하네요.
저도 니코틴과 카페인 예찬론자라서 글쓰거나 할때만큼은 둘다 꼭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어서 조금씩은 계속 피울런지도 모릅니다

저도 엄청 줄인적은 있는데 거기에 만족을 하고 머물다가 다시 늘어났죠...

예전엔 만나는 사람들마다 담배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확실히 흡연가가 별로 없어요. 저도 올해 금연중입니다. 김리님처럼 작업할때.. 혹은 작업을 끝내고 한 대 피는 맛이 쏠쏠했는데 ㅎㅎ 그것도 끊고 시간이 지나니까 별 생각 안들더라구요.

한번에 확 끊는 것도 좋아요! 유경험자 ㅎ
여러가지로 힘들지만 꿈속에서의 흡연은 제일 괴롭습니다 ㅋㅋㅋ화이팅!
카페인은 때에 따라 조금 풀어주셔도... ㅎㅎ

카페인은 완전히 끊을 생각은 없고, 지금은 불면때문에...

복숭아 이런거 자주드세요~ 니코틴 빼준다그러더라구요.

아.. 매달 연초에 2~3달을 끊다가 한두대씩 피다보면 다시끔 담배를 피고 있네요 카페인도 좋아해서 제 건강이 푹푹 떨어지는것 같지만 정신건강을 위한답시고 피고있으니..저도 조만간 다시 금연시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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