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의 영어 이야기] #04. 영어는 왜 이리 안 들릴까? - 1편

in #kr-english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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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꽤나 했다는 사람도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영어 듣기가 아닐까 싶다. 읽으면 다 알겠는데, 왜 들으면 바로 해석이 안 되는 걸까? 아니, 그것보다도 도대체 영어는 왜 이리 안 들리는 걸까? 오늘은 영어의 듣기에 대해 얘기해보자.




영어 듣기 실력 향상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말하기, 읽기, 듣기, 쓰기.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지만, 영어 듣기는 특히나 더 어렵다. 내 귀가 막귀라서 그런 건지, 유학이나 어학연수 경험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10살 전에 원어민 선생님한테 영어회화를 배우지 않아서 그런 건지.

나도 한때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으로서, 듣기 때문에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동지의식을 느끼는 바이다. 지금부터는 대략 5회 정도에 걸쳐 영어 듣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 내가 했던 ‘영어 듣기 실력 향상 프로젝트’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거창하게 ‘프로젝트’라고 써놨지만 사실은 막귀를 뚫기 위해 동분서주, 고군분투, 우왕좌왕했던 날들의 결과물이다. 물론 이 글에서 제안하는 프로젝트만이 듣기 실력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내가 썼던 방법들을 잘 참고해서 본인만의 ‘영어 듣기 실력 향상 프로젝트’를 가동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국, 영국, 호주 등 지역에 따라 영어 발음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 글에서 말하는 원어민 발음은 ‘미국식 영어 발음’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두고 시작하겠다. 미국식 영어 발음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는 게 그거밖에 없어서..




영어가 안 들리는 이유

아는 만큼 들린다: 단어도, 문법도, 배경 지식도, 알아야 들린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영어가 안 들리는 이유를 차근히 파헤쳐보면 역으로 영어 듣기 실력을 높이는 방법도 알아낼 수 있다. 영어가 안 들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아는 단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유홍준 선생님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셨는데, 영어는 ‘아는 만큼 들린다’라고 할 수 있다.

24시간 내내 CNN을 틀고 있어봐야 내가 모르는 말을 할 때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기껏해야 Korea, Mr. President, Moon, Trump처럼 내가 아는 단어만 간간히 내 귀에 캔디처럼 들릴 뿐이다. 그러니 일단은 아는 단어가 많아야 한다.

또한 듣기를 잘하려면 독해 실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읽어서 이해를 못할 내용이라면 들어도 이해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해를 잘 하려면, 당연한 얘기지만 기본 문법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뿐이랴. 뉴스를 잘 듣고 싶다면 뉴스에 나올만한 단어도 많이 알아야 하고, 시사와 세상 물정에도 밝아야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뉴스에 주로 나오는 단어들은 정치, 군사, 경제, 사회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일상생활회화에서 주로 쓰는 단어들과는 다르다. 뉴스를 듣고 이해하고 싶다면 이런 단어들을 따로 공부해야 한다. (영자 신문 기사를 읽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다섯 살 꼬마가 아무리 우리말을 야무지게 잘 한다고 해도 저녁 뉴스를 듣고 모두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회'니 '민생'이니 하는 단어도 모를 테고, 판문점과 싱가포르 얘기가 왜 나오는지도 모를 테니까.

드라마나 영화도 마찬가지다. 미드 속 대화를 잘 듣고 싶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뉴스에 나오는 단어들이 아니라 생활회화 어휘들을 익혀야 한다.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속어나 유행어와 같은 단어들도 알아야 하고,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결국 잘 듣고 싶다면 많이 알아야 한다. 단어든, 문법이든, 배경 지식이든.



읽어서 이해를 못할 내용이라면 들어도 이해를 못한다.


그럼 아는 단어가 많으면 영어가 잘 들리느냐?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단어도 많이 알고, 독해는 기가 막히게 하는데도 영어 듣기가 잘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이게 바로 영어가 안 들리는 두 번째 이유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 발음과 원어민의 영어 발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 듣기는 절대 글로 배울 수 없는 영역이다. (아, 지금 글로 영어 듣기에 대해 쓰고 있는 나는 뭐지. 대동강 물 파는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 영어에는 우리말에 없는 f, th, r 등의 발음이 있기 때문에 책만 봐서는 안되고, 단어의 발음을 직접 들어봐야 한다. 사실 옛날 옛적 까까머리에 검은 교복 입고 학교 다니던 학력고사 세대라면 몰라도, 요즘엔 다들 영어를 들으면서 공부하니까 발음을 몰라서 듣기가 안 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영어 듣기를 방해하는 의외의 복병들이 있다.


첫 번째 복병: 우리말 발음과 영어 발음은 다르다


영어를 곧잘 해도 듣기가 잘 안 되는 이유, 그 첫 번째 복병은 우리말 발음과 영어 발음이 다르다는 점이다. 너무 당연한 소리를 해서 순간 졸 뻔했다고? 흔히들 r이나 f처럼 우리말에 없는 발음은 당연히 다르다고 생각하고 신경 써서 발음하지만, L이나 t 발음 같은 건 우리말 ‘ㄹ’이나 ‘ㅌ’ 발음과 같다고 생각하고 그냥 우리말처럼 발음한다. 하지만 L의 발음은 우리말 'ㄹ'의 발음과 엄연히 다르다.

L이 단어 첫머리에 올 때의 발음도 다르지만, 특히나 단어 중간이나 끝에 올 때는 확연히 다르다. 이때는 L을 [을]이 아니라 [으을-]처럼 좀 더 길게, 밀어주며 발음한다. 더구나 L 바로 뒤에 다른 자음이 붙어서 나오면 [으을-]하고 대충 밀어주다가 그 뒤에 나오는 자음을 발음해버린다. 흔히 드는 예인 milk를 한번 보자. milk를 우리는 '밀크'라고 쓰지만 원어민은 L 발음을 뒤로 밀어서 [미을ㅋ]라고 발음한다. 혹은 혀가 입천장에 닿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바로 k 발음을 해버려서 [미여ㅋ] 소리가 나기도 한다. 영어를 조금 깊이 공부해본 사람들은 이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글로 발음을 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러려면 책 한 권은 써야 할 것이다) L은 ‘ㄹ’이 아니고, t는 ‘ㅌ’이 아니며, b는 ‘ㅂ’이 아니다. 우리말 발음과 영어 발음은 다르다.




뭐라는 거야? 분명 책에서 배운 거랑 다르잖아!

두 번째 복병: 영어단어에는 강세가 있다.


아는 단어도 안 들리게 만드는 두 번째 복병은, 영어단어에 강세가 있다는 점이다. 영어단어의 발음까지는 신경을 쓰더라도 강세는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강세만 제대로 짚어줘도 발음의 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다. 단어의 강세에 따라 발음과 뜻이 확연히 달라지는 경우도 많고, 말할 때는 강세가 있는 부분만 귀에 쏙쏙 들리기 때문에 강세가 다른 단어는 비슷한 뜻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다른 단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Desert는 앞에 강세를 줘서 [데젙]라고 읽으면 ‘사막’이 되고, 뒤에 강세를 줘서 [디저-ㅌ]라고 읽으면 ‘버리다’라는 뜻이 된다. ‘사진’이라는 뜻의 photograph는 [포우토그랲]이라고 읽지만 ‘사진작가’라는 뜻의 photographer는 '포토그래퍼'가 아니라 [퍼타그러퍼]가 된다. 앞의 단어는 [포우]가 크게 들리고 뒷 단어는 [타]가 크게 들린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분석하다'라는 뜻의 analyze는 앞에 강세를 줘서 [애널라이즈]라고 발음하지만, '분석'이라는 뜻의 명사 analysis는 뒤에 강세를 줘서 [어낼리시스]라고 발음한다. '경제'라는 뜻의 economy는 [이카너미]지만, '경제의'라는 뜻의 형용사 economic이 되면 강세를 뒤에 둬서 [이커나믹]이라고 해야 한다.


  desert   desert    photograph    photographer
235.jpg
   analyze    analysis     economy  economic
235-1.jpg

강세가 있는 부분은 엄청 크게 읽고, 아닌 부분은 작게 흘리듯 발음한다.


앞에 나온 두 개의 복병도 만만치 않지만, 세 번째 복병도 꽤나 골칫거리다. 아는 단어도 들리지 않게 하는 복병, 그 세 번째! 는 다음 시간에 공개하도록 하겠다. 다음 시간에는 세 번째 복병의 정체와 함께, 이 복병들을 없애고 듣기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까지 알아보자.





[불이의 영어 이야기] 지난 글들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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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의 영어 이야기] #01. 영어를 잘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불이의 영어 이야기] #02. 영어를 잘 하는 비결

[불이의 영어 이야기] #03. 문법, 나만 어려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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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흑 알면 알수록 더 어렵네요 ㅋ~
미국 여자친구를 만나면 빠르게 는다던데
기회가~~~~ㅜ,,ㅡ

미국 여자친구를 만나면 빠르게 늘다가 정체기가 오지 않을까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라 굳이 말을 안 해도 돼서? ㅎㅎㅎ

ㅋㅋ~그래도 여자칭구 만들고 싶어요 ㅎㅎ

영어에 대한 얘기보고 갑니다.~ 앞으로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ㅎㅎ

고맙습니다. 영어 이야기는 일주일에 한편씩 꾸준히 올리려고 합니다. :)

영어 듣기의 문제점을 지적하신 불이님의 분석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김삿갓이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김삿갓님.
도움이 되는 글 올리도록 노력할게요. :)

다음내용도 무지 기대됩니당^^

기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전 존예님의 운동 포스팅 기대하고 있어요. 저도 자극 좀 받으려고요.

읽어서 이해를 못할 내용이라면 들어도 이해를 못한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영어는 딱 아는 만큼만 들리더라고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영어에 대한 내용 잘 보고 갑니다.
슬슬 공부도 시작해야하는데 글만 보고 가네요ㅠㅠ

자꾸 읽다보면 자극이 돼서 곧 하시게 되지 않을까요? ^^;
화이팅입니다!

영어발음이 좋아지고 싶군요..
단어좀 외워야겠어요 아는단어도 다까묵고...

발음도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좋아지더라고요. 좀 힘들긴 하지만. ^^;

오늘도 좋은 글 얻어갑니다.^^ 결국 많이 알아야 되네요.ㅋㅋ 열공 !!

아는 만큼만 들리기 때문에, 영어 실력은 낮은데 듣기만 잘하기를 기대하긴 어렵죠.
그래도 한국분들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신 편이라, 듣기에 대한 공부만 조금 하면 금방 늘더라고요. ^^

완벽한 영어듣기는 영어공부의 끝처럼 느껴지네요 ㅠ 읽기 쓰기 말하기 등 어느정도 다 베이스는 충분히 갖추어야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끝처럼 느껴지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게 함정.. ㅠ.ㅠ
영어 공부는 파도파도 끝이 없어요. ㅎㅎㅎ

흑흑 어렵네요 ㅜㅜ 역시 쉬운거는 없느거 같아요 브리님^^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실력이 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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