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무의식

in #kr-feminism6 years ago

지난주에 창직 연수원에 다녀오면서 있었던 일이다.

창직 수상작 중 암환우 뷰티관리사란 게 있다고 한다.
항암치료로 변한 외모를 아름답게 바꿔주는 직업이고, 직업을 설명하는 그림에는 여성 암환우가 뷰티관리사에게 케어를 받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팀원 중 4학년 언니가 말했다.
"여자는 저런 순간에서까지도 예뻐야 한다는 거야?
듣는 내내 기분이 너무 나빴어."

그리고는 나와 같은 학년인 팀원 두 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비웃음과 어이없음이 섞인 조소였다.


갑분싸 시킬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데 가만히 있었던 것이 참 부끄럽다.
자리에서는 미처 못 다 했던 말들을 하고 싶다.

얘들아, 지금 저 언니가 왜 저렇게 예민하게 구는 건지 이해가 안 되지?
화장도 안 하고 머리도 안 기르고 옷도 대충 입는 언니라서 열등감에 저러는구나 싶지?
그런 게 아니야.

음, 내가 성형을 하고 싶어. 아 하고 싶은 건 아닌데, 그냥 그렇다고 해 보자고.
콧대도 세우고 싶고, 턱도 깎고 싶어.
그냥 혼자서 막연히 생각만 할 수도 있고, 진짜 성형외과 가서 성형도 할 수 있어.
이건 개인적인 거야. 그렇지?
근데 지하철 역에 이런 게 있어.
00성형외과, 최고의 변신 / 수능 끝난 고3 할인 / 자매 할인 ..
이런거 보고 사람들은 한 번 씩은 지나가다가 보고 생각하잖아, 나도 해야 하나-
나 중학생 때엔 성형외과 광고 보면서 내 얼굴이 싫었어. 한참 외모에 민감할 때였으니까. 지금 10대 학생들도 다를 거 없을거야.

얘들아, 한 개인이 혼자서만 생각하는 거랑 타인이나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압박을 주는 거랑은, 그 결과물이 엄연히 달라. 여성 암환우 한 명이 혼자서만 아름다운 모습을 갈망하고, 그래서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하는 건 아주 개인적인 일이야. 그런데 저렇게 암환우의 외모를 바꿔주는 직업이 생기고, 여러 관심을 받는다면 그건 더 이상 개인적인 일이 아니게 되는 거야. 그렇지?

개인적인 일이 아니게 되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내가 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발 맞춰서 줄서지 못하면 그들로부터, 그 사회로부터 도태된 느낌을 받게 되지. 이건 결국 압박으로 작용해서 그 흐름을 따르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리고, 이는 사회의 한 관례가 될 수도 있는 거야. 실제로 성형은 이제 여성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관례가 되었고.

일반 여성에게 씌워지는 외모 코르셋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픈 환자에게도 예쁠 것을 요구하게 되는 그런 사회가 끔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니?


무의식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들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무의식은 천천히 아닌 척 하면서 우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혐오 표현을 하는 순간에 스스로에게 놀란다.
'19금', '병신', 외모 품평 등등.

이 글에도 무의식적인 혐오 표현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덧. 이 글은 굳이 여성주의적 관점이 아니고서도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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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한테 가해지는 사회적인 코르셋이 정말 많은 것 같아. 여성들을 너무 틀어 잡는 듯한 느낌이야.

페미니즘병자에게 진실을 요구한다 https://steemit.com/kr/@hogu/3kecve

나는 좀 생각이 다른게.... 괜찮은 직업같거든? 물론 그 사진이 어떻게 표현해뒀는지는 못봐서 모르겠지만.

항암치료를 받는동안 환자들은 많은걸 포기해야하지. 살기 위해서. 근데 살기 위해서 다 포기해버리고 삶만 남는다면 즐거울까? 그사람들도 예뻐지고 싶거나, 적어도 치료도중에 잃어버렸던, 지금보다 예뻤던 과거를 그리워할지도 모르잖아.

여성이 예뻐야 한다는 코르셋이 아니라, 포기해야만 했던 어떤걸 다시 찾게 도와준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외모를 가꾸는건 의무는 아니지만. 그분들은 외모를 가꿀수 있는 선택권을 치료로 인해 박탈당했을수도 있어.

앗 오빠랑 나랑 요지가 다른 것 같당
나는 여성 암환우들이 외모를 가꾸고 싶어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저런 광고가 계속해서 나오면 여성은 아픈 와중에도 예뻐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흐름이 생길 걸 우려해서 쓴 글이었어! 직업 자체로는 나도 괜찮다고 생각해~~

혐오 표현을 무의식 중에 많이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혐오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겠죠. 외모 코르셋도 그렇고.. 우선 자각하고 나부터 코르셋을 벗고, 혐오표현을 지양하는게 첫 시작인 것 같아요.
(요즘 뭐 y존 미백...? 이런 광고도 있더라구요.. 보고 너무 어이가 없었네요. 물론 선택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광고가 만연함으로 인해 강요가 될 정도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음, 항암치료시에 바뀐 외모를 환자가 아닌 모습으로 바꿔주는 건 여자 뿐 아니라 남자의 경우에도 해당되어요. '뷰티관리사' 직업자체는 문제가 아니지, 문제가 되는건 바로 '이미지'입니다. 꾸미고 싶은 환자의 욕구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데 왜 광고에는 '여성'만 예뻐지고 싶어한다고 표현하는지 모르겠어요. 무의식에 들어간 그런 광고나 인식이 늘어날 수록 우리 안에 고정관념이 잠식할거에요. 위니님은 예민해서 좋아요.

페미니즘병자에게 진실을 요구한다 https://steemit.com/kr/@hogu/3kecve

자존감의 문제도 있지 않을까요, 항암치료를 오랜기간 받다고 거울을 보게 되는거지 근데 초췌하고 불쌍해 보이는 내 자신이 보이는거야 그럼 아 내가 힘을 내서 회복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까...? 아니면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떄 만약 아직도 괜찮아 보이는 내 모습이라면 더 힘내서 치료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잠깐 생각해봤네요... ^^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거 아닐까요~

맞아요..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는 있죠. 물론 그것 자체도 어느정도는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 낸 일종의 ‘척도’가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해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구요...저도 그것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싫으면서도 그에따라 행동하는 역설에 혐오스러워지기도 해요. 하지만 성은님 말씀대로 분명 여성에게 요구되는 일종의 기준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 이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봅니다. 더더욱 요즘은 이런 문제를 자각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여야하는데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런 것에 되게 민감해지고 있는 것같네요.

맥락이 안 맞네요

어떤 부분에서 맥락이 안 맞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페미니즘병자에게 진실을 요구한다 https://steemit.com/kr/@hogu/3kecve

워마드 안하는 사람한테 워마드 내부 문제 말하는게 뭔 짓거린지 난 모르겠다.
너 내 블로그 관음충 같은데 지금까지 내 글들 봤으면 내가 커뮤니티 안한다는 것도 알테고 설사 모른다 할지라도 내가 쓰는 글들 보면 워마드랑은 스탠스가 다르다는걸 알텐데?
워마드는 터프고 난 쓰까다. 내가 워마드였다면 mtf, 게이에 대해 우호적인 글 쓰지도 않았을텐데 헛짓거리 하지 말고 다른데 가서 진실 요구나 해.

네 다음 쿵쾅쿵쾅 사랑받지못하는 사랑이 먼지 모르는 페미돼지

위니 너보다 예쁘고 날씬하니까 닥쳐, 하여튼 할말없으면 쿵쾅이야. 눈이 똥구멍에 달렸냐?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개소리나 하고 있어.

여기 페미정신병자 하나 추가요 예쁘고 날씬 ㅋㅋㅋㅋ 외모 코르셋 벗자고 외치던게 느그들이 하던 말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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