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쩜짜리 아빠의 불량육아 탈출하기 | 아이와 첫 수영장

in #kr-life6 years ago

결국 감통치료 주2회 추가를 하며 살림은 더욱 빠듯해졌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아이를 위해 뭐라도 해야한 다고 설득당한 저는 돈으로만이 아니라 내 시간으로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하기로 했습니다. 쉬는 날은 내 시간을 온전히 아이를 위해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거실을 아이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거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 책이었습니다. 저는 또다시 처제에게 설득당하여 책 800권을 처분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천여권은 남았네요. 책을 없앤 빈 채장을 아이들 장난감과 교구로 채우고, 아이들 장난감이 정신없이 처박혀 있던 장들을 전부 내다 버렸습니다. 거실은 넓어졌고 아이들 장난감들은 보기 좋게, 한 눈에 보이게 정리가 됐습니다. 이렇게 저는 여름휴가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집정리가 하루만이 되나요. 휴가 둘쨋날엔 아내 혼자 집정리를 하고, 저는 두 아들과 함께 키즈카페에 갔습니다. 이번에 간 키즈카페는 넓기도 했고 혼자서 두 아들을 데리고 간 적은 처음이라, 두 시간 내내 두 아들 찾으러 다녔더랬죠. 한 놈 찾으면 한 놈 안 보이고, 한 놈 찾으면 또 한 놈 안 보이고. 아이고... ㅎㅎㅎ 저도 좀 쉬고 싶어서 작은애를 풍선 방에 들여넣고 큰애만 보기도 했습니다. 요령이 생기더라는... ㅎㅎㅎ

휴가 셋쨋날엔 드디어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이들과 처음으로 수영장에 갔지요. 큰애가 벌써 다섯살인데 아이와 함께 한 첫 수영장이라니... 빵쩜짜리 아빠라고 불릴만 합니다. 수영장이라고는 저도 초딩때 가보고 안 가봤으니 저도 거의 30년 만이고... 뭘 챙겨가야 하는지도 몰랐지요. 가보니, 울 아이들만 구명조끼가 없고, 튜브가 없고, 수영모자도 구형이고(요즘은 챙이랑 목 덮는 것까지 달렸더군요. 처음 봤어요.) 암튼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몸으로 놀아야지요. ㅎㅎㅎ 작은애는 아내가 맡고 저는 큰애를 맡아서 몸으로 놀았습니다. 아이고야... 허리 어깨 무릎 다리... 안 아픈 곳이 없게끔 놀아줬어요. 수영장 두 번 갔다가는 골병이 들 정도로요.

큰애는 엄청 좋아했습니다. 너무 좋아했어요. 계속 싱글벙글에 '좋아 좋아'를 외치곤 했습니다. 치료사가 민주니는 집에 있지 말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에너지를 소비시켜줘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더군요. 진이 빠지게 놀다 온 아이는 집에선 말을 엄청 잘 들었습니다. 게다가 수영장 다녀온 후 치료실 가서도 아주아주 잘 했다고 하네요.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비 제대로 챙겨서 한번 더 가기로 했습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아쿠아슈즈부터 시작해서 신형 수영모자와 신형 수영복도 사고 튜브도 챙겼습니다. 아이들이 먹을 간식과 도시락도 챙기고 마실 것 등 제대로 챙겨서 지난 토요일 한번 더 갔습니다. 이번엔 아침 일찍 가서 무려 7시간이나 놀다가 왔네요. 그 바람에 저는 이틀이 지난 월요일인 지금까지도 허리가 너무 아픕니다. 아이고야... 애 일찍 낳으세요. 놀아주려니 체력이 딸립니다. ㅠㅠ 수영장을 두 번 갔다온 큰애는 지난주보다도 더 좋아졌습니다. 교회에만 가면 소리지르고, 누워서 발버둥을 쳤었는데요, 어젠 예배시간 내내 소리한 번 안 질렀습니다. 발광 수준인 발버둥도 안 쳤습니다. 아~~~ 아빠하기 힘들구나.

감통치료... 저도 큰애가 발달지연이니 발달장애니 이런 판정 받기 전엔 들어보지도 못한 말입니다. 감통치료는 감각통합치료라는 말인데요,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모든 것들이 바로 감각통합이라고 합니다.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결과를 만들듯 아이가 행동 하나하나 모두 하고 경험하며 생각하게 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아이는 개월수에 따라 발달 순서가 있는데요, 해당 발달이 충족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안 넘어간다고 합니다. 간혹 해당 발달을 건너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안 넘어간다고 하네요. 아이가 누워만 있다가 뒤집고, 뒤집은 다음엔 배치기로 기고, 그 다음엔 엉덩이를 들어 기는 과정 모두가 발달의 과정이며, 그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균형잡기, 팔과 다리 근육 키우기 등이 발달된다고 합니다. 각 단계마다 충분히 경험하고 충분히 익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민주니같이 느린 이유는 해당 시기에 충분한 발달을 못해서랍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고 있지만, 이번에 새로 등록한 치료학원에선 기질적인 영향도 매우 크다고 했다고 합니다. 즉, 아빠 닮아서. ㅡ.ㅡ^ 그 치료학원에선 '아마도 아빠도 민주니처럼 발달지연이었을 것이다'라고 했다더군요. 흠... 역시 제 성격이 문제. 또한 저나 아내나 큰애가 너무 예뻐서 밥을 다 떠먹여주고 그랬는데요, 자기가 떠먹게 놔둬야 한다고 합니다. 숟가락을 잡고 입으로 넣는 행위 자체가 바로 감각통합의 단계거든요. 그런제 저희 부부는 흘리면 옷이 더러워지는 게 싫어서 떠먹여 줬습니다. 반 이상 흘리고 옷이 엉망이 되더라도 혼자 떠먹게 해줘야 맞다고 하네요. 걷고 손으로 쥐고, 눈으로 보고, 행동하는 모든 단계를 직접 경험해야 발달이 된다고 합니다. 그 치료사는 '아이가 잘 안 걷죠? 안아달라고만 하죠?'라구 물었다는데, 정확합니다. 근데 저도 엄마가 '넌 안 걸었어. 항상 아빠가 안고 다녔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흠... 역시 기질적인 영향이 큰...

감각통합이란 자신과 신체와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감각들을 조직화하고 그 환경 속에서 신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신경학적 과정(neurological process)이다.

빵쩜짜리 아빠의 불량육아 탈출하기... 우선 체력이 문제입니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아빠가 된 것도 있지만, 워낙 약골인 체질이라... 흠... 아내에게 운동해야 겠다고 했더니, 운동할 시간에 애랑 놀라고... ㅎㅎㅎ 생각해보니 운동할 시간에 노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역시 저는 빵쩜짜리 아빠입니다. 그래도 휴일을 아이와 온전히 지내고 수영장에도 두 번이나 갔다왔으니 빵쩜은 아니고 이제 10점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하니다. 아~~~ 저 잘하고 있는 거겠죠?

빵쩜짜리 아빠의 불량육아 탈출하기 | 뜻밖의 키즈카페
빵쩜짜리 아빠의 불량육아 탈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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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 이시군요.

아직 멀었어요. ^^

아무리 잘해도 100점이 될 수는 없겠지요.
님 만큼 이라도 노력한다는 것도 대단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잘해도 100점이 될 수는 없겠지요.
님 만큼 이라도 노력한다는 것도 대단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핫... 파이팅입니다. ^^

아무리 잘해도 100점이 될 수는 없겠지요.
님 만큼 이라도 노력한다는 것도 대단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감히 말씀드리면 좋은 아버지신 것 같습니다. 저도 나중에 @naha 님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너무 못해서 몇 배로 열심히 해야 해요. 아이고 팔다리야. ㅠㅠ

아빠가 되보는 건 처음이니깐 서툴수도 실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노력하는 마음만과 시작이 반이다란 의미에서 50점은 충분히 드려도 될것 같아요! 아자아자 힘내세요! :D 아침부터 좋은 기운의 글 감사합니다.

50점이나 주시다니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 더 열심해 해야지요. 아빠는 처음이니까요. ^^

아이와 노는 걸 운동으로 해보시면^^

체력이... ㅠㅠ
아이와 놀다가 체력이 바닥나요. ㅠㅠ

저질체력이 아니라 애기들 체력이 에너자이저가 아닐까요?
저도 조카봐주면 체력이ㅠㅠ후덜덜

정말 애들 보면 에구구... 지치질 않아요.
나 어렸을 때도 저랬나... 생각해보니...
5살 땐 기억이 안 나지만, 초딩땐 하루종일 뛰어놀았던 기억이... ^^

아이들과 노는것만해도 이미 백점 아닌가요?ㅋ
나하님의 육아를 응원합니댜...

이제 겨우 시작인걸요. 지금까지는 못했어요. ㅠㅠ
응원 감사합니다.

백점 짜리 만점 아빠 입니다. 엄지척!!! 대단 하세요
그에 비하면 전 50점인가요 ㅜ ㅜ

아직 백점 멀었는데,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

굿대디세요 ㅎㅎㅎㅎ 멋지십니다~~~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아직 멀었어요. ^^

너무 책만 읽지 마시구요!!! 꾸준히 운동하면서 체력관리 잘하셔요
집에서 아빠가 튼튼해야지 아내도 아이들도 튼튼한 법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생각하시면서 800여권의 책을 정리하신것만 봐도 이미 좋은 아빠 인정입니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기분좋은 한주 보내세요^^

요즘 책을 거의 안 보다 보니... 마음이 쬐끔씩 멀어지고 있네요. ^^

안보시는 책 분양 받습니다 ㅋㅋㅋ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이제는 불량 아빠 아니고 100점 짜리 우량 아빠의 우량 육아 일기라고 바꾸셔도 되겠습니다. ^^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울 큰애가 말이 빵~~ 하고 터지면 100점짜리로 바꾸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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