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처럼 - FINLAND] 여행의 주제곡 - On the road

in #kr-newbie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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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은근슬쩍 두려워하는 나는 언제나 음악을 귀에 달고 사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클래식이나 재즈에 조예가 깊어 멋들어진 느낌이라거나 Rock부심 혹은 Hip부 심이 있어 취향이 정확하다거나 한 인간형은 전혀 아니고, 단지 그때그때 귀에 들어와서 좋은 음악을 즐겁게 듣는 것이다.

어디든 여행을 하게 되면 단지 눈과 다리만을 사용하며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이 꽤 많이 생기는 고로 음악이 없으면 심심해져버릴 경우가 많으니까 여행 할 때마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듣고 다니게 된다. 그렇게 한 리스트를 듣고 듣고 또 듣다 보면 순서도 외우게 되고 그 여행의 ost앨범이 하나 생성된다. 그에 따라 타이틀곡도 생기고 나중에 그 노래를 듣게 되면 그 여행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10년 전쯤 인도에 갔을 때 주제곡은 SES의 달리기였다. 배낭을 짊어지고 행군하듯 돌아다녔던 컨셉의 여행이었고, 첫 여행이기도 했고, 인도라는 곳이 비교적 터프한 곳이었기 때문에 달리기가 플레이될 때마다 그 적절한 가사에 위안을 얻곤 했다. 그리고 SES 언니들 목소리가 워낙 상큼 하시니까.

몇 년 전 유럽에 혼자 갔을 때는 ain’t no sunshine과 카라의 pretty girl 을 많이 들었다. 두 곡의 분위기는 뭐 전혀 이렇다할 연관성이 없는데 아무튼지간에 둘 중에 한 곡이 흘러 나오면 전자는 전자대로 조금 쓸쓸한 느낌에 잘 어울렸고 후자는 후자대로 혼자 한 첫 여행의 길고 심심했던 시간에 어디서나 당당하게 걸어다닐 수 있게 만들어 주어 즐거웠다. 역시나 신나는 노래가 몇 개쯤 필요하다.

얼마 전 버클리에 갔을 때에는 셀린디온의 That’s the way it is에 버닝했다. 라스베가스에 가지는 않았지만 근접한 곳에 왔다는 것 때문에 어쩐지 그녀의 라스베가스 공연이 떠올랐고 그래서 Backstreet boys와 함께했 던 That’s the way it is 무대가 생각나고. 그런 식의 이런저런 연상 작용 때문이었나보다. 셀린디온의 당당한 몸짓과 목소리는 정말이지 내 몸에 다 힘이 바짝 들어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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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헬싱키에 도착한 세 번째 날 정도였던가. 트램 안에서 어떤 청년이 헤드폰 밖으로 새어나올 만큼 귀청이 터지게 듣고 있는 virtual insanity 를 따라 흥얼거리다가 목록에 추가해놓고 즐겨 들었다. 언제 들어도 참 쫀쫀한 노래다.

그리고 신화의 On the road가 참 좋았다. 도입부의 둥둥 울려퍼지는 북 소리부터 장가장가 기타소리, 후렴구의 승천하실 기세인 시원한 보컬을 듣 고 있노라면 길 위에서 10cm쯤 떠오르는 느낌이랄까. 여행의 설렘과 잘 어 울리는 곡이었다. 게다가 헬싱키의 청량함과도 딱 맞아 떨어지고.

더불어 주말마다 좋은 방송을 제공해주시어 타국의 침대에서 깔깔 웃게 만 들어주신 신화 여러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하며 꼬리뼈 치기 체조 때문에 웃다가 화장실 갈 뻔.


FINLAND

비어 있어 여유로운

북유럽처럼


본 포스팅은 2013년 출판된 북유럽처럼(절판)의 작가 중 한 명이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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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음악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여행은 늘 다이나믹하지 않으니까요. 그때마다 비어버린 시간과 분위기를 채우는 일, 음악만이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 노오란 단풍이 가득했던 10월의 시벨리우스 공원이 생각나네요. :)

여행 ost는 정말 중요합니다. 요즘은 스트리밍이 되니 그때그때 골라 들을 수 있어 좋아요. 옛날에는 파일을 막 몇백개씩 넣어서 다녔었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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