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내가 만난 영화관 진상들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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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다렸던 영화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다녀왔다. 영화관은 어벤져스를 보려는 인파로 승강기서부터 인산인해였다. 역시 기대작답다는 생각과 함께 엄습해오는 불안감 한 가지.

 ‘아, 몰입해서 보긴 틀렸구나.’

내가 재수가 없는 건지 신작 영화를 볼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진상들 때문에 영화 몰입을 방해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노이로제에 걸렸는지 상영관에 가득 찬 사람만 봐도 한숨부터 나올 정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다행히 어벤져스를 보는 동안 영화의 몰입을 방해할만한 진상은 없었다(다만, 망할 자막이 몰입을 방해했지만).

각설하고 오늘은 오랜만에 영화관에 다녀온 김에 날 영화관 노이로제에 빠트린 진상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다소 발암일 수 있으니 유의하시길.




먹방BJ 영화관에 먹으로 오셨어요?


영화 초반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순간이었다. 나는 숨을 죽이며 영화에 집중했고 내 왼편의 사람은 팝콘에 집중했다. 바스락바스락, 와구와구, 쩝쩝.

처음엔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는 건 당연하니 참아보려 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팝콘을 먹어대는 소리에 상영관 안은 쩝쩝대는 소리로 가득했다. 어찌나 팝콘과 콜라를 맛나게 드시던지 흡사 먹방BJ가 방송을 하는 줄 알았다.

멈출 줄 모르던 그의 먹방은 나를 포함한 주변의 수많은 눈총에 먹던 팝콘을 내려놓는 것으로 평온을 되찾았다.




반딧불이 영화관에 사는 반딧불이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내 앞사람은 열심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광고가 나오고 있었고 상영관 불도 켜져 있던 상태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영화가 시작해도 이 사람은 수시로 핸드폰을 꺼내서 들여다보는 게 아닌가!
뭐, 급한 일이 있겠지. 나름 이해해 보려 했지만 나중에는 대놓고 핸드폰을 보기 시작했다. 대체 뭐하나 싶어 잠깐 들여다봤더니 글쎄 이 자식이 문자도 아니고 게임을 쳐하고 있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진심으로 화가 쳐 올라 소리 지르고 싶은 걸 겨우 참고 좋은 말로 타이르자 별꼴이라는 듯 날 한 번 쳐다보고는 그제야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핸드폰 빼앗아 던져버리고 싶었다.




설명충 아, 쟤는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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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을 보러 갔을 때였다. 내 앞으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줄줄이 들어와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아이들이라면 으레 어수선할 거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영화 시작 전 아이들은 서로 웃으며 장난을 쳤고 난 그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시작하니 아이들은 꼭 뭐에 홀린 것 마냥 영화에 집중했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 중 한 명이 입을 열면 조용하라고 주의까지 주는 것이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았지만 복병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내 오른편에 앉은 커플들이었다.

새로운 뮤턴트들이 나올 때마다 여자는 남자에게 캐릭터에 대해 일일이 물었고 남자는 그걸 또 주절주절 떠들고 앉아있었다. 멀지도 않은 거리라 설명이 귀에 아주 쏙쏙 박히는 게 무슨 히어로 해설사와 함께 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 조용하다 싶어 돌아봤다. 영화가 재미가 없었는지 그들은 자리에 없었고 먹다만 팝콘과 콜라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럴 거면 진작 나가든가!




관광객 어디서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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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를 보러 갔을 때였다. 내 생에 처음으로 아이맥스 상영관에 간 날이었는데 상영관은 초만원 상태였다.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서울인데 설마 진상이 있겠나 싶었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를 간과했는데 바로 ‘진상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사실이었다.

내 앞의 한 여자는 비행기가 나올 때마다 무슨 관광지에 온 관광객 마냥 손을 들어 비행기를 가리켰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덩케르크는 비행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아니, 비행기를 처음 본 것도 아닐 텐데 도대체 왜! 왜! 그러는지 이해를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남자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수시로 팔을 내려며 제제를 했지만 그녀는 당최 멈출 줄 몰랐다. 나중엔 영화에 흥미를 잃었는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고 몸을 수시로 비틀어댔으니 내 인생 최초의 아이맥스 영화 관람이 최악의 순간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절대! 네버! 다시는! 사람 많은 곳에서 영화를 보지 않으리라.




심야의 불청객들 어서와 심야진상은 처음이지?


요즘은 사람들을 피해 심야영화를 자주 본다. 집과 가까운 영화관은 심야엔 사람이 별로 없다. 많아야 열 명 남짓. 물론 그렇다고 진상이 없는 건 아니다. 사람이 없는 심야에는 더 특별한(?) 진상들이 있다.

코를 골며 자는 인간, 술 냄새를 풍기는 인간, 봉지과자를 먹는 인간, 통화를 하는 인간까지. 앞서도 말했지만 진상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사람이 적다고 진상이 없는 건 아니다. 그저 만날 확률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뿐.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는 역시 집에서 마음 편히 혼자 캔 맥주나 마시며 보는 게 최고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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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집중을 방해하는 빌런들이군요! 빌런은 영화 안에만 존재하는게 아니라는 적절한 예시입니다. 반딧불이가 가장 화나는 케이스 ㅠ

ㅋㅋ 로망님은 반딧불이를 가장 싫어하시는군요. ㅋㅋ 저는 시선을 분산 시키는 모든 것들이 다 싫어요. 진짜 끌러다가 집에 보내고 싶을 정도로요. ㅋㅋ

하하하ㅏ하핳하 비행기 나올 때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분은 정말 특이한데요?

대체 왜 그런 건지 지금도 전 이해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냥 영화가 맘에 안들어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요. :D

영화관에서 진상을 많이 만나보셨네요 ㅎㅎㅎ 이해할수 없는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야에도 심하군요. 한국영화관은 언제나 붐비는거 같아요. 그러니 진상은 각오를 ㅠㅠ
어디든 진상은 존재하겠지만 이제껏 큰 진상은 별로 못본거 같은데~ 극장에서 진상만나면 정말 짜증나는건 사실인거같습니다. 저는 특히 발로 의자차면 ㅠㅠ.

아, 의자 발로 차는 것도 정말 싫어요. ㅠ
계속 발로 툭툭 차면 온 신경이 그리로 쏠려서 영화를 못 보겠더라고요. ㅠ

너의 이름은. 을 볼 때 뒷자석에 설명충이... 끝나고나서 제가 그 앙반들에게 그렇게 살지말라고 소리쳤던게 생각납니다 -_-;

정말 짜증 장난 아니셨겠어요. ㅠ 보는 내내 그랬다면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으네요. ㅠ

1년에 영화관을 두 세번 갈까 말까 하는 사람인데 ㅜㅠ... 그 후론 대부분 심야에 갑니다.

초코일빠님 영화는 집에서! 데이트는 영화관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관은 영화가 아닌 데이트를 하는 곳입니다

아프니까 뼈 때리지 마시지요. ㅋㅋㅋㅋ

CGV 골드클래스로 보셔요 ^^
맥주마시면서 볼 수 있습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저도 그러면 좋겠지만 너무 비싸서. ㅠ 흙흙.

저도 몰입 방해하는 사람들 진짜 싫어요. ㅠ.ㅠ
그래서 조조나 평일 낮에 보곤 했는데..

저도 주로 조조를 이용하고는 해요. 그나마 조조는 조금 덜한 서 같아서요. :)

에헴.. 영화관에 간게 언제였드라..하며보는데 덩케르트가 마지막이였군요 ㅋㅋㅋ 만삭인채로 혼자보는데 사운드에 스스로 놀라 솥밥이를 부여잡으며 다 보고 나왔드랬죠.

솥밥이를 부여잡았다고 하니 어쩐지 귀여운데요. ㅎㅎ
근데 하필 왜 덩케르크를 ㅋㅋㅋ

와 이 모든 일이 다 실화에요~~? 쎈쓰 넘치는 제목과 재밌는 설명 덕분에 웃으며 읽었지만 이 모든 분들을 만나셨다니 제가 겪은 듯 불쾌한 기분이 듭니다.. 다양한 분들 정말 많네요~ 하하

네. 실제로 영화관에서 다 만났던 사람들이네요. ㅎㅎ 제가 재수가 좀 없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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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앤캘리에 이은 웹툰입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을꺼 같아요^^ 글작가님이 무려 스탠포드 물리학박사라고......

감사합니다. 오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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