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 없는 글|| 보이지 않는다고 잊힌 건 아니다

in #kr-pe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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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하는 일 없어 오래된 드라마 하나를 다시 봤다. 2009년 이맘때쯤 방영됐던 드라마인데 문득 생각이나 다시 보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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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이나 지난 드라마라 한 두 편 보고 말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전개에 묘하게 빠져들었다. ‘이게 뭐가 재밌다고 봤지?’라고 생각하며 앉은자리에서 16편 모두를 다 보고 말았다. 기억은 안나지만 당시에도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보지 않았을까. 아, 유치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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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며 9년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간인지를 다시 실감했다. 우선 지금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스마트 폰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멋들어지게 생긴 폴더폰에 감정 실어 접어댔는데 탁! 탁! 소리가 나는 게 꽤 멋있었다.
스마트 폰이 없으니 당연히 sns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도 없다. 극 중 인물 간의 연락은 오로지 전화 아니면 짧은 문자 메시지로 주고받았고 백과사전만한 노트북에 주인공은 최신형이라며 놀랐고 나는 흉기가 될 만한 그 크기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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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중에는 지금은 잘 안보이는 반가운 물건도 있었다. 남주가 여주에게 선물이라고 준 것이 있는데 바로 핸드폰 줄이었다. 나도 한때는 핸드폰 줄을 어지간히 사다 날랐는데, 스마트폰을 사용한 이후로 영영 잊고 살았다. 연인과는 으레 커플로(반쪽짜리 하트라든지, 이니셜이라든지) 해야 했고 개성 넘치는 핸드폰 줄을 대롱대롱 달고 다니는 게 나름의 멋이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예전 핸드폰에는 핸드폰 줄을 달 수 있는 고리가 있었는데 스마트폰에는 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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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도 눈에 들어왔다. 모양새가 얇고 납작 것이 딱 아이팟이다. 생각해보니 그땐 아이팟이 참 갖고 싶었다. 이미 멀쩡한 mp3가 있었지만 디자인이 예뻐 하나쯤 꼭 갖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던 당시 여자 친구는 살을 빼고 복근을 만들면 아이팟을 선물해주겠노라 약속했었다. 물론 살은 빼지 못했고 복근도 만들지 못했다. 물욕보다는 식욕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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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아이팟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여자 친구가 신상 아이팟을 선물로 받게 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팟을 내게 선물로 준 것이었다. 본인이 좋아하던 노래가 고대로 담긴 체였는데 내 음악 취향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 노래마저 선물 받은 거 같아 지우지 않았다.
몇 년 뒤 우리는 이별했지만 아이팟은 내게 남았다. 그 시절 그녀가 좋아했던 노래들을 지금까지 담은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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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것을 사라지게 만든다. 핸드폰 줄과 mp3처럼. 아쉽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 하여 모두 잊힌 건 아닐 테니까. 다만 약간은 그립다. 조금은 불편했지만 사람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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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궁금한 사람이 있을까 말해둔다. 주말에 본 드라마는 황정민, 김아중 주연의 ‘그저 바라보다가’라는 드라마였다.



written by @chocolate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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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드라마인지 한참 궁금했는데 모르는 드라마네요.ㅎㅎㅎㅎㅎㅎ;;
정말 시대 많이 변했죠.ㅎㅎ 너무 급변해서 따라가기 급급합니다.ㅋㅋ

시티홀이라는 드라마에 밀려 인기가 없던 드라마예요. 지금 생각하면 황정민과 김아중인데 인기가 없었다는 게 참. ㅋㅋ

초코님 포스팅을 보니 희한하게 요 드라마다 보고싶어지네요 ㅎㅎ
굿밤되세요

옛날 드라마라 그런지 엄청 유치하고 그렇더라고요 ㅋㅋ
보시게 되면 손발 오그라드는 걸 잘 참으셔야 합니다. ㅎㅎ

황정민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김아중은 정말 좋아하는데~ 흥미가 생기네요 ^^

혹여라도 보신다면 손발이 없어질 수도 있으세요. ㅋㅋ 너무 유치해서요. ㅎㅎ

그바보 박정현 노래를 참 좋아하는데..ㅋ 이 드라마도 재밌게 봤던 기억이... 황정민씨는 참 변화무쌍하구나를 느끼면서.ㅎ
아 전 끝내 아이팟은 가지지 못했습니다... 아이리버만 샀죠.ㅋㅋ

그러고 보면 지금 두 사람은 안방극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네요. 황정민은 영화만 찍고 김아중은 활동을 안하는 거 같고요. ㅋㅋ

저도 아이리버 갖고 있었어요. ㅋㅋ 나중에 받은 아이팟을 잘 사용하긴 했지만 저의 최초의 mp3는 아이리버였땁니다. ㅋㅋ

오랜만에 포스팅 그리고 드라마 ㅎㅎ나의 이저씨 감동에 아직 못 벗어나는 중이라 다른 그들에게 빠질 준비가 아직 ㅜ

아 이 드라마는 빠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ㅋㅋ 저도 갑작스럽게 본 거라. ㅎㅎ

나의 아저씨는 주변에 평이 너무나 좋더라고요. 본 사람이 하나같이 재밌고 좋았다고. 저도 조만간에 한 번 봐야 할 거 같아요. :)

아 그바보였군요 ㅎㅎㅎ 저도 이드라마 두번인가 보았었는데
지금보면 어떨지 생각되네요 초코님^^

우부님은 두 번이나 보셨군요. :)
최근에 다시 봤지만 유치하지만 재밌던 거 같아요. ㅋㅋ 당시에는 시청률이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요. ㅋㅋ

보이지 않는다해서 잊혀진건 아니라는 말씀.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길마님. 문득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 아쉬워서요. :)

오. 이런 드라마도 있었나요? 글읽다가 뭔 드라마인지 말안해줘서 물어볼라고 했는데 언급해주셨네요 ㅎㅎ
핸폰줄. 그러고보니 예전에 열심히 이쁜거 있음 달고 다녔던 기억이 있네요 ㅋㅋㅋ 그게 뭐라고~
아이팟~ 막 나왔을때 자랑스럽게 최신물이라고 들고 다디던 기억도ㅋㅋㅋㅋ
요즘은 누구나 스맛폰에서 음악들은니 ㅡㅡ9년사이에 참 많이 변했다란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 시티홀이라는 드라마에 묻혀서 인기가 별로 없던 드라마예요. ㅎㅎ 저도 한 두편 보다가 안 봐서 이번에 다시 보게 됐네요. ㅋㅋ

핸드폰줄은 비싸지도 않아서 예쁜 거 있으면 보이는데로 샀던 거 같아요. 갖고 있다가 선물로도 많이 주고요. :)

크.. 핸드폰줄 저도 한때 참 많이 샀는데 말이죠.. 어느샌가 보이지 않아서 아쉽기도 했구요
정말 9년 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군요.. 몇 년 후에도 같은 생각을 할 듯 합니다 ㅎㅎㅎ

요즘에는 핸드폰 줄 대신에 핸드폰 케이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거 같아요. :D
9년 뒤엔 또 어떻게 세상이 바뀔까요? :)

'그바보' 정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입니다.
시즌2 제작 얘기도 나왔었는데... 9년 전이라면 이제 물건너갔다고 봐야겠네요.ㅎ

약간은 그립다. 조금은 불편했지만 사람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저도 그립네요~^^

calist 님도 보셨나보군요. :) 워낙 인기가 없던 드라마라 많이들 모르시더라고요. ㅎㅎ
시즌2가 나오기에는 시티홀에 밀려 시청률이 너무나 안 나왔더라고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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