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후쿠오카에서 올리는 편지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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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잘 지내시나요?

저는 후쿠오카에 잘 도착해서 어느덧 세 번째 밤이 깊어 가고 있어요. 이곳에 온지 고작 삼일 밖엔 안 되었지만 기분은 한 일주일 있던 거 같은 기분이랍니다. 아무래도 아침 일찍부터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가봐요.

아직 날이 많이 더운데 건강하신지요? 여행 계획을 세울 땐 후쿠오카도 많이 더울 거 같아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는 그리 덥지는 않답니다. 햇쌀이 따갑기는 해도 한국만큼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 있으면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거든요.

10년 만에 가는 해외여행이라고 하니 이것저것 걱정이 많으셨죠? 우려와 달리 저는 실수 없이 잘 싸다니고 있어요. 아, 첫날 숙소에서 새벽에 잠시 외출했다가 키를 안 가지고 나가서 숙소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밖에서 30분이나 서성였지 뭐예요. 잠시였지만 그때는 정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더운데 밖에서 자야하나 싶었거든요. 날이 더운 게 이럴 땐 또 도움이 되더라고요.

일본은 한국에 비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모든 게 천천히 움직여요. 지나가는 차도, 사람들도 모두 한적하게 느릿느릿 움직인답니다. 특히 버스는 한국인이 보기에는 답답할 정도로 느릿하게 움직여요.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생각해보면 이게 맞는 거 같아요.
탈 땐 승객이 다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누군가 길을 물으면 천천히 설명도 해주시고, 내릴 땐 버스가 멈춰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일어서고. 재밌게도 버스가 멈추기도 전에 일어서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대게는 한국인이더라고요. 물론 저도 몇 번이나 버스가 정차하기도 전에 일어섰답니다.

이곳의 하늘은 참 가까워요. 제가 잠시 머물고 있는 곳은 ‘무로미’라는 곳인데 높은 건물들이 별로 없는 곳이예요. 높아도 3층 건물 정도니 그 아래서 바라보는 하늘은 손만 내밀면 닿을 것만 같거든요. 그래서 어렸을 때 제가 살던 동네가 많이 생각났어요. 제가 어릴적 살던 동네도 여기처럼 하늘이 낮은 곳이었거든요. 지금은 하늘을 뚫을 거 같은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서 흔적조차 남지 않았지만요.

내일이면 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밌는 것도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꿈만 같아요. 잠시나마 모든 걱정 내려놓았던 이 시간이 정말로 그리울 거예요. 그래서 아쉬움도 많아 그 아쉬움은 이곳에 내려놓고 가려해요. 그래야 다시 이곳에 와 볼 수 있을 거 같거든요. 그게 언제가 됐든요.

당신, 잘 지내고 계시나요? 당장에라도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마시고 싶지만 자정이 가까워 올 수록 눈커풀이 무거워지내요. 너무 쉼 없이 돌아 다녔나봐요. 아직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많지만 이만 줄여야 할 거 같아요. 괜찮으시다면 당신의 이야기는 귀국 후 듣도록 할께요.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면서요. 그 동안 건강히 잘 지내시길.

후쿠오카 무로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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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혹시 그거 아시나요? 일본에서 유튜브를 보면 광고도 일본 광고가 나오네요! 저만 지금 알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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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올해는 정말 더운 거 같아요. 집에 있는 게 오히려 곤욕이더라고요. ㅠ

이제 틈만나면 비행기표를 검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겁니다.

이미 돌아오기 전 마지막 날 다음엔 어딜갈까 하며 저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후쿠오카든 오사카든 베트남이든 기호가 되면 반드시 꼭! 떠나려고요! :)

와... 왜 저한테 보낸 편지 같은지...
왜 보고싶단 생각을 하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받는 이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진짜 편지를 받은 기분이 들게한 글이었습니다..
글 잘읽고 팔로우 하고 갑니다. :)

특별이 받는 분은 읽으신 모든 분들이었어요. 떠나기 전에 떠난다 말해 놓고 일본에 도착하면 편지 드린다 말했었거든요. 오랜만에 나가는 외국이라 주변에서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거든요. ㅎㅎ

저도 바로 팔로우 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뵐게요. :)

와따시와 겡끼데스.

아 당신이 제가 아니겠군요 ㅎㅎㅎ조심히 돌아오시기를!

이터널님께도 보내는 편지였답니다. :)
전 잘 돌아와 현실에 적응 못하고 열심히 방황하고 있답니다. ㅎㅎ

선물사와 쪼꼬형

제가 잘 돌아오는 게 선물 아니었나요? ㅋㅋ

정말 편지같네요 ㅎㅎ 글에서도 여유가 느껴지네요. :)

일본에 있는 동안 너무 편안하고 좋아서 그랬나봐요. 덕분에 현실에 적응 못하고 열심히 방황 중이지만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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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잘읽었습니다.
몸 건강히 남은여행 잘 끝내고 오세요.

걱정해주신 덕분에 잘 돌아와 현실에 적응하려 열심히 노려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마치 짧은 서간체 소설을 읽은 기분이에요.
행복한 여운이 오래 가시길. :)

짧은 시간이었지만 편안하게 잘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D
이제 휴가도 끝나고 다시 열심히 글도 쓰고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브리님. :)

누군가 제게 보낸 편지를 읽는 기분입니다
공개된 포스팅이지만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그런...
여행의 끝자락에서...길 잃지 마시고 건강히 돌아오세요

디디엘엘님 덕분에 길 잃지 않고 잘 돌아왔습니다. 오늘 휴가 끝나고 출근 첫 날이었는데 제 정신은 아직도 일본 후쿠오카에.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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