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친구끼리 표현 안 해도 다 알아주길 바라는 거, 나만 느끼는 거였나 보다.
이따만큼 모아서 이따만큼 해줄 때까지를, 그러면 이따만큼 좋아하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딸과 아들은 삼촌을 몰라봤다. '삼촌, 알아?'해도 아빠, 엄마 뒤로 숨었다. 자주 보는 또 다른 친구와는 대화를 이어가는데, 부러우면서도 부러워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내가 무심했나 보다.
엊그제는 대학 친구들이 뜬금없이 홍대로 불러내는데, 거절하지 못했다. 나는 누구에게 먼저 연락하는 성격이 아니다. 연락이 오면, 그 전제를 넘어서는 관계가 아니면, 거의 모든 내가 정말 혼자 있고 싶지 않은 이상, 다 나가는 편이다.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엊그제는 결국 집에 오면서 왜 나왔나 후회했지만 말이다.
나는 먼 약속은 확답을 하지 않는다. 내가 지키지 못 할 약속도 하지 않는다. 오늘 다시 친구에게 얘기 했다. 너가 소개해준 니 친구 가족과 너 가족과 언젠가는 같이 또 밥을 먹자고. 친구 아이들은 오랜만에 보는 나를 몰라봤다. 자주 보는 또 다른 모임의 내 친구의 친구는 아이들과 코드를 맞춰주며 잘 놀아주었다. 나는 그러지도 못했다.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오늘은 뜬금없이, 기분 좋게 운이 잘 맞은 만남이었다.
아이들의 아빠, 내 친구는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핸드폰 번호를 외울 만큼의 애정이 있는 친구다. 지금도 처음 사귄 여친의 전화번호 뒷자리는 기억나지만, 그 친구 번호는, 016-000-0000이 다 기억난다. 왜 그럴까. 내 마음이 그렇기에 친구는 나에게 섭섭함을 요즘 들어 표현한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는 친구의 말이, 나는 섭섭했다. 우리가 그런 사이냐고. 내 마음, 너 다 알지 않냐고. 그게 아니라고 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나는 이해하질 못 했다. 근데 오늘 친구가 이룬 가족들과, 제대로 된 식사를 처음하고 느꼈다.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너, 너무 빨리 결혼했어 인마'라고 느꼈는데, 아니었다. 너는 가정이 있으니 연락을 못 했다는 것도, 친구의 와이프에게는 통하지 않을 이야기였다. 나를 만나고 들어간다면 늦게 들어가도 매 번 이해해주었다.
어릴 때 과자 선물 세트 사준 아빠 친구를 기억한다. 과자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아빠도 사주지 않는 그 선물을 사주신 아버지 친구분의 얼굴이, 친구의 딸과 아들, 조카들을 보며 갑작스럽게 어린 나의 그때 기분이 떠올랐다. 이따만큼 해주려고 했는데.
친구가 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서며 먼저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의 아이들이 너무 소중하다고, 그때 알아차렸다. 이따 만큼 모으려다, 애들의 어릴 적 기억에 삼촌은 없겠구나, 그 것을 친구가 섭섭해했다는 것을.
집에 와서, 친구에게 연락하지 않고, 친구 와이프에게 연락했다. '누나, 오늘 잘 먹었습니다.' '오늘 너무 좋았지?'라는 대답이 왔다. 오늘 본 또 다른 친구들의 모임은 자주 보는데, 그 와는 다른 내가 포함 한 우리 친구들은 너무 무심했나 보다, 내가 무심했나 보다, 생각했다. 누나는 속으로는 섭섭했겠지만, 섭섭함을 표현하지 않고, 언제든 밥 먹으러 와, 하며 답장을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친구 놈이 둘째 학교 갈 때, 내가 뭐 해줄 거라는 이야기를 밥 먹으면서 꺼냈다. 내가 친구와 했던 이야기였다. 그거 못해줘도, 이해 다 해줄 친군데. 오늘 내가 친구 아이들을 대리고 편의점에서 아이들 과자 사주는 걸 밖에서 지켜보며 친구는 너무 좋아했다. 근데, 누나 옆에서 뭐 든 거에요? 비싼 과자 같은데...다 사줬을 텐데.
가족들끼리도 표현 안 하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알았다. 처남이 해외 출장 갔다고 근처에 사는 동생이 오늘 집에 왔다. 내가 너무 늦게 들어왔나, 거실에서 엄마랑 자던 동생이 방으로 들어가서 자나보다. 동생이 시집가기 전에, 실감이 나기 시작하니, 술 먹고 들어와서는 전에 없던 대화를 자주 했다. 오빠가 전에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니 동생도 술 취한 오빠를 전과는 다르게 많이 받아줬었다.
표현을 그렇게 못 했는데, 30여 년을 산 동생은 알아줬을까, 내가 알아주기를 바란 걸까. 20여 년을 만난 동생보다 더 가깝다고 생각한 내가 친구에게 바란 그 마음과 심보는 나만의 것이었다. 가족이니까, 괜찮아. 친구니까, 괜찮겠지, 하는 마음은 나만의 욕심이었다.
이제야 그걸 느끼다니.
아이들에게 몇 번이나 본 삼촌을 기억 하지 못 하는 걸 섭섭해하는 것은 욕심이었다.
아이들의 시간과 어른인 나의 시간과는 속도가 다름을, 그때 과자 선물 세트를 받던 어린 나와, 오늘 본 조카들의 모습이 겹쳐지며 그제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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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맙습니다 : )
비슷한 성격이네요. 저도 그러거든요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거 초코파이 한테 우리가 다 속은거에요 ㅎㅎ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말해보세용~
정에 여태 서로 속고 살았나봐요 ㅎㅎㅎ
조금씩 노력해보겠습니다 : )
전 아끼는 친구 딸래미가 있는데.. 거의 매달 보는데도 보면 모른척해요..흑흑..제 인상때문인지..
표현은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무엇보다 저도 표현받고 싶어하고 받으면 좋아하니.ㅎㅎ
저도 인상때문이라면 다행인데...ㅎㅎㅎ아무래도 기억이 잘 않나서 정말 몰라보는 것 같아요.
여태까지보다는 자주 찾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
표현하지 않으면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더이다. 그게 내 잘못인줄 알게 되어도 사실 잘 바뀌지도 않구요.
저도 매 번 느끼는 거였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더라구요.
억지로라도 버릇을 들여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