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는 나를 원망하지 않을 자신있어?

in #kr-pen5 years ago

원래부터 알고 있었고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결정적으로 나하님 덕분에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았다. 이 영화는 특이했다. 예고편이나 영화 소개편에서 왜 이렇게 스토리를 많이 보여주는 걸까 생각했는데 내가 봤던 부분은 도입부에 불과했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 속에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다. 다소 산만해질 수 있는 구성인데 나름대로 재밌게 엮었다.


영화를 보고 선택과 '원망'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예전부터 지나치게 타인에게 영향을 줄까봐 두려워했다. 내가 아니었으면 하지 않았을 행동, 선택을 '나 때문에' 하게 될까 무서웠다. 누군가의 삶에 끼어들어가 조금이라도 변형을 일으킬까 전전긍긍했다.

웃긴다. 내가 무슨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중요한 사람도 아닌데 왜 그렇게 과잉된 자의식에 시달렸을까?어떻게 보면 나를 굉장히 상처줬던 L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말대로 어마어마한 관종이었나보다.

왜 그랬을까. 좋은 결과보다는 항상 나쁜 결과를 염두했다. 그리고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원망의 대상으로 투영될까 두려웠다. 말도 안되지만 조용히 와서 조용히 살다가고 싶었다. 아무도 모를 만큼 가볍게, 투명인간이 되고 싶었다. 자연속에서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꽃을 피우고 사라지는 길가의 이름 모를 작은 들꽃처럼, 하루살이처럼 살고 싶었다. 나의 존재가 그 누구의 삶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일으키지 않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게 없었다. 세상에 독립된 개체로 살다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의도에 집착했다. 본심이란 게 구분 가능하지도 않은데도 본심을 찾았다. 나와 그 사람을 분리했다.

'내가 아니었어도 그랬을 거야? 원래 네 생각이 그래? 나랑은 상관없지?'

그렇게 아프게 못을 박아야 했다.


늘 나를 짓눌리던 죄책감. 당사자는 이미 잊었을 일. 나는 부모님이 나 때문에 이혼하지 못했던 거라고 늘 생각했다. 내가 아플 때 의사는 부모님께 말했다.

지금 여기서 이혼하면 당신 딸 죽어요. 당분간 좋아질 때까지 참고 살아요.

나는 왜 또 그 말을 알아버렸을까. 내가 아니었으면 이혼했을 텐데. 다른 삶을 살았을텐데. 내가 그들의 인생 진로를 바꾼 기분이었다. 그래서 늘 미안했다. 나 때문에 참고 산 것 같아서 그들이 불행할때마다 나를 자착했다.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안 아프고 싶었다. 말해주고 싶었다.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하셔도 된다고. 그 편이 차라리 견디기 쉽다고'

그래서 그 이후로 무언가 타인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치면 늘 두려웠다. 내가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조금이라도 고려사항이 된다면 어떻게 하지? 이후에 그들이 불행해지고 조금이라도 나를 원망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너 때문이야...'

그 말이 무서웠다. 원망하지 않는다고 몇 번의 확답을 받고나서도 상황이 변하면 사람은 누군가를 원망하기 마련이다. 또 한 번 누군가의 원망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 말한마디가 실수임에도 진심이 아님에도 이별을 결정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나라도 헤어졌을 거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된 건 사람은 그다지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듣고 싶지 않으면 어차피 듣지 않는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들을 준비가 된 말만 받아들인다.

나때문이라는 생각도 오만이었다. 지금 엄마 아빠는 아주 잘 살고 있는데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이 이혼을 하지 않게 된 이유가 꼭 나 때문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선택은 어차피 다 자기가 하는 거다. 원망할 필요도 원망을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태어난 이상 엮이게 되고 엮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영향을 주고 받아야 한다. 그래서 때론 변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욱 더 내게 영향을 받고 나를 기점으로 변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나쁜일도 아니고 내가 책임져야 할 일도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원망할 필요도 원망할 이유도 없다. 모든 건 다 나의 선택이다. 알지도 못하는 일에 나조차도 똑바로 살지도 못하면서 겁없이 조언을 할 일도 경계할 일이지만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 살아갈거란 마음도 어리석다.


예전의 나라면 결혼하기 전에 물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너는 나를 원망하지 않을 자신 있어?'

그러나 지금은 네가 나를 원망하게 된다 해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것 또한 그냥 너의 선택일 뿐이니깐. 그냥 우린 그 자리에 있었고 서로 최선을 다하고 서로의 삶을 살아갔던 거고 잘 풀리든 안 풀리든 그냥 그렇게 흘러갔던 거니깐. 받아들여야 한다. 살면서 여전히 그걸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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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글을 읽고 반대로 생각해 봅니다. 내가 내린 결정을 남탓하지 말자고. 모두 내가 내린 선택이니까. 결국 나죠. 나에요.

맞아요. 모든 건 제가 내린 선택, 선택에 따른 책임만 제가 책임지면 될텐데. 남탓하지 말아야죠: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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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감사합니다:D

흠 고물님은 기준을 바꾸셔야 할듯해요

내 선택과 결정으로 인해 타인의 삶 주변의 삶이 바뀌고 내 결정으로 인해 누군가는 날 원망하는게 싫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함에 있어 타인의 삶이 변하지 않아 내 선택은 오로지 내 삶을 바꿀 뿐 그 선택이 행복이 될 지 후회가 될 지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잖나요 걱정 보다는 자신을 믿고 선택 하세요

인생은 b와d사이의 c입니다 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란 말이 확 와 닿기를 ㅎ

skymin님의 진심어린 조언 감사드립니다. 참으로 많은 환상에 갇혀 살아가는 나날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가끔은 객관성을 잃어버리게 되고 오히려 가혹해질 때가 있어요. 기억해둘게요.

내 선택은 오로지 내 삶을 바꿀 뿐 저를 믿습니다.

누군가의 삶에 끼어들어가 조금이라도 변형을 일으킬까 전전긍긍하고 타인에게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했던 고물님이 나름의 경험과 깨우침으로 이제 그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다 보면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사는 건 당연한 거라 생각되어져요~.

고물님 말씀처럼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인생과 주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글에 답들 달기가 힘들 것 같은데 미스티님은 정말 포용력이 대단하세요. 이것이 인생의 연륜일까요😊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올리지 않으려다가 오늘 들었던 중요한 생각이라 올렸습니다. 이 생각이 진심으로 제안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만 해도 이렇게 제게 좋은 말을 건네주는 이웃임들이 있기에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올리길 잘했어요 ㅎㅎ

저는 답글 달기가 힘들어서 이렇게 출석확인만 하고 갑니다 ^^

글을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늘 감사드려요!

음...

때론 팔자려니
생각하는게
가장 속 편하다는...

因緣

인연...

사실 맘대로 계획대로 되는게 얼마없긴하지요 ㅎㅎ

23 아이덴티티 보고 있어요. 글보랴 영화보랴 집중이 잘 안되긴 합니다만, 복잡할 땐 다른 인격을... 걱정은 많아도 결혼하고 나면 그러구러 살게 되더군요..ㅎㅎ

23 아이덴티티는 안봤는데 전 3이이덴티티는 가지고 있는 것 깉기도 ㅋㅋ ㅎㅎ 그럴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내에게 결혼하자고 했을 때 아내는 '나로 인해 오빠가 꿈을 포기하는 건 싫어.'라며 싫다고 했습니다. 저는 전세 얻을 돈만 마련되면 회사 그만두고 소설만 작정하고 쓰려던 참이었거든요. 인생 걸고 소설만 써보자고. 하지만 결혼하면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는 거고, 소설가의 꿈은 또 미뤄지게 되기에 아내는 아이를 지우자며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소설가의 꿈이 미뤄지더라도 결혼하겠다고 했고 아내는 후회하지 않겠냐고 했죠. 저는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했고, 물론 당연히 후회하지 않습니다.

살면서 내가 했던 선택들을 후회하는 행동을 많이 했어요. ㅇㅇ하지 말걸. ㅇㅇ할걸. 그런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 ㅇㅇ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고, 결국 ㅇㅇ 안 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후회를 덜 하게 됐어요. 결국 모든 선택과 행동과 상황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요.

이 영화에서도 보면 나중엔 현실을 받아들이며 고맙다는 말을 하는 장면에서 많이 놀랐습니다. 아~~ 이렇게 끝나는 엔딩도 괜찮겠다, 라며. 곧 결혼인 고물님, 결혼 미리 축하드리고요,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분명 해복하실 거예요. 글로 만난 고물님이 남자친구는 정말 좋은 사람이니까요. ^^

나하님도 무언가 선택을 했군요. 그래서 나의결혼식을 보고 그런 말씀을 하셨었구나.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 말이 멋지네요.

결국 모든 선택과 행동과 상황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요.

이 말에 동의를 하지만 어떤 날엔 그래서 무척 슬플 때도 있어요. 후회나 원망을 하는 건 아니지만서도요.

제 남자친구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전 절 원망할 것 같은 남자는 쳐내며 살았기 때문에 ㅋㅋㅋ) 행복을 빌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 절 원망할 것 같은 남자는 쳐내며 살았기 때문에

ㅎㅎㅎㅎㅎ

살면서 선택해야 할 일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잖아요. 넥플릭스에서 선택형(?) 영화가 나왔더라고요. 보는 사람이 직접 선택해서 결말을 바꾸는 거죠. 저는 이걸 소설에서 시도해볼까도 싶어요. 그럼 연재에는 제한이 생겨서 여러가지 고민중이랍니다. 아, 말이 새버렸네.

음,,, 아이로 인해 죽으려고도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결국 제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아이는 아이의 운명이 그거였고, 나는 내 운명이 이거라고. 나중에 저승(천국과 지옥 합쳐서 그냥 저승)에서 만나면(만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를 원망할지도 모르지만요. 그래서 원망 안 들으려고 아이의 소원 이뤄주려고 소설을 시작한 걸수도요. 고물님께만 살짝 말씀드리면 초대박 5부가 진행됩니다.(판타지는 아닙니다. 요즘 로맨스판타지가 유행이지만 또르륵 통통의 장르를 로판으로 하진 않으려고요.) 그 암시를 단편으로 쓰고 있고요, 어느정도 암시가 끝나면 본격적인 5부로 찾아뵐게요. ㅎㅎㅎ

와우 고급정보 5부가 더욱 기대되네요 +_+!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선택형 영화에 대해서 저도 언뜻 들었어요. 요새 넷플릭스 구독을 안해서 보지는 못했지만서도요. ㅎㅎ 소설로 시도하신다면 재밌겠네요. 왜 가끔 독자들이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서 결말 바꾸어 달라고 항의하곤 하잖아요. 그럴 일이 어느정도 해소될 수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플랫폼이 종이보다는 디지털쪽으로 접근해야겠네요. ㅎㅎ

나하님의 작가 생활을 응원드립니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시길 :D

'선택'이라는 건 온전히 각자의 몫인 것 같아요.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 사람들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가지만, 결국 스스로 선택하고 감내해야하기 때문에 삶이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요.

어쩌면 영향을 받는 것도 저의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삶이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거 알게 된지 얼마 안 되었어요. ㅎㅎ 맞아요.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3일전에 이영화 봤는데 ~ 전 브리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반대의견이에요~

ㅎㅎㅎ 잼나게 보셨나요?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상대방이 동의안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길지 않은 런닝타임에 많은 이야기라니~
마약왕하고는 정반대인가 보네요! ㅎㅎ
마약왕은 매우 긴 런닝타임에 별 이야기가 없던데요~ ㅋㅋㅋ

마약왕 ㅋ 저도 소문을 들었습니다. 송강호 배우로도 쉴드가 어려울만큼 빈약한가보네요 ㅋ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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