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속의 여행 - 몽생 미셸에서 만난 보이드

in #kr-pe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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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몽생 미셸을 기약하며 떠났다



709년, 대천사 미카엘이 아브량슈의 주교인 성 오베르의 꿈에 나타나 말한다.

-바위섬 꼭대기에 예배당을 지으라.


성 오베르는 단지 꿈이라고 생각하고 그 말을 무시한다. 그러나 대천사 미카엘은 다시 오베르 주교의 꿈에 나타나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에 빛을 쪼여 두개골에 구멍을 낸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이마의 상처를 발견하고 그제서야 이탈리아의 몬테 가르가노의 화강암을 실어와 예배당을 건축한다.

만약 대천사가 오늘 밤 꿈에 나타나 터무니없는 것을 시도하라고 한다면 과연 난 어떻게 할까? 성 오베르의 결단으로 인해 몽생 미셸 예배당 안에서 잠시 머물렀던 나라는 존재도 파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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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오베르의 결단으로 맺힌 상




꿈의 계시로부터 쌓아올린 몽생 미셸. 그 고운 자태를 잡지에서 본 나는 급작스러운 파리 여행을 결심하기 오래전부터 미로 같은 그 길을 걸으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돌아보면 모든 길은 전두엽에서 내 망막까지 직진하는 길이었다. 나는 구불구불한 길과 계단을 헤매다가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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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으로 가는 길






바닥을 보니 8이 있었다.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몇 번의 이직 끝에 마련한 작은 커피가게를 접고 새로운 챕터 앞에 서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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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료가 된 챕터





그때의 나는 펼쳐지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강력한 배수진을 치고 싶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위해 가게의 모든 집기와 커피잔과 소품, 커피 관련 서적과 로스팅 노트를 새로운 주인장에게 다 넘겨주었다. 기록지에는 날씨와 기온, 습도에 따라 변하는 드럼의 온도변화가 분 단위로 빽빽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내가 쏟았던 땀의 가치라고 해도 좋았다. 그러나 땀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의 문을 닫아야 했다. 나는 확실하게 문을 닫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야말로 과거로 회기하기 위한 틈을 반쯤 남기는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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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를 만나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발밑의 숫자 하나가 계시처럼 느껴지던 날, 가능성이 무한대인 상태로 꿈꾸는 데 한계를 두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그 마음이 다시 오늘밤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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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파리의 인상들


끝과 시작을 붙여볼까?
먹고 산책하고 노을을 본다
단골이 되고 싶은 가게를 나열한다
여행 속의 여행 - 니스에서 수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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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 미셸.. 꼭 가고 싶은 곳인데 말이죠. 우선 당장은, 대신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상가에 있는 식당에 가고 싶습니다. ^

사진 하나하나가 너무 멋지고 저도 언젠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항상 멋진 포스팅 잘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 사진 마음에 드네요~ ㅎ

헉... 지금 프랑스 여행중이신가봐요
저도 니스에 친구가 있어 한번 여행간적 있었는데
levoyant님 글이 있네요! 한번 놀러가봐야겠다! ㅎㅎㅎ

우와! 이건 뭐, 사진과 글이 멋지게 버무려진 보야님만의 포스팅이네요. 사진이 메인인지 기억 흔적의 필사가 메인인지 퀀텀하게 조화롭습니다.





저는 꿈을 자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종소리와 함께 성오베르의 결단으로 맺힌 象과 비슷한 짧은 꿈의 潛象이 드러난 적이 있습니다. 순간적이었지만 너무나 시청각이 선명하여 마음속에 간직한 적이 있었는데, 이 포스팅보니 확 와닿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년에 스페인으로 수도원 기행을 할 계획입니다. 인연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ps. 지금까지 보얀님 포스팅중에서 가장 임팩트있게 다가옵니다. 앞으로는 또 무언가가 퀀텀하게 다가올까요?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의 문을 닫아야 했다
나는 확실하게 문을 닫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야말로 과거로 회기하기 위한 틈을 반쯤 남기는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오늘의 이야기에서 제게 다가온 말이네요^^
여행속에서 또다른 여행이 펼쳐지고 있다니
다음이야기가 또 기다려져요~!!

저도 과거의 문을 닫고 나온 사람으로서 문장에 마음이 많이 동하네요. 새로운 챕터에서 새롭게 쓰여질, 새로운 땀의 기록이 존재하겠죠? 무한대 숫자 8을 저도 마음 한 구석에 담아갑니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문을 닫아야 한다.
과거문을 닫는다는 것은 어떻게해야 하는건지
생각을 끈어야 하는건지 궁금합니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해도 사람은 늘 반복된 패턴으로 살고 있어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에 포커스하면 과거의 문이 닫힌답니다:)

하늘이 넘 이쁘네요^^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는 서술이 감각적입니다. 몽셍미셀은 오년전 겨울에 가봤는데 성 밑의 상점들과 오르던 계단길이 참 예뻤던 기억이 나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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