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한 직장인이다 | 2 화상 후유증으로 손이 마비되다

in #kr-pen6 years ago

화상은 생각외로 심했고 저는 바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이른 아침이어서 의사도 없었는지 의사 찾고 난리도 아니더군요. 저는 응급실에 누워 온 몸을 비틀었습니다. 팔이며 다리며 얼굴이며 너무 따가워서 침대에 누워 몸을 비틀었고, 간호사들은 제가 침대에서 떨어질까봐 저를 못 움직이게 붙잡고 있었습니다. 식염수를 화상 부위에 계속 부었는데, 간호사들이 식염수 떨어졌다며 식염수를 찾더군요. 작은 병원이 아니었는데도 응급실엔 식염수는 부족했고 의사도 없었습니다. 너무 이른 아침이었어요. 나중에야 온 의사가 처치를 해주고 나니 통증이 가라앉았습니다. 저는 양팔과 양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았습니다. 밥은 먹어야 할 거라며 손가락 몇 개만 붕대를 안 감더군요. 화상 부위가 너무 넓어 입원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입원은 화상전문병원을 추천해주더군요. 저는 택시를 타고 화상전문병원으로 이동해 입원했습니다.

음... 어쩌다 냉면가마가 터졌는지 쓸까말까 고민했는데요,,, 연애사를 써야해서 고민했지만 써보겠습니다. ㅎㅎㅎ 요런 얘기도 들어가야 읽는 재미가 더할 것... 같아서... ^^

제가 키는 안 크지만 나름 인기가 많았습니다. 키만 조금 더 컸으면 킹카일 거라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들었죠. 왠지,,, 자랑질. ㅡ.ㅡ 암튼 식당에서 일할 때도 인기가 엄청 많았습니다. 누나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서 챙겨주는 누나들이 많았고, 나중에야 'ㅇㅇ이가 널 좋아한다더라'라는 말을 자주 전해들을 정도로 알바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겨우 스무살이었기에 특히나 고딩들에게 인기가 많았지요. 중딩도 있었고 초딩도 있었습니다. 흠... 초딩까지... 그 초딩은 알바생은 아니었고, 홀서빙 하는 여직원 딸이었는데요, 제가 중학생인줄 알고 짝사랑 했다고... 나중에 스무살인 걸 알고 너무 크게 실망했다고... 제가 좀 초동안이라... 지금 생각해보면 7살 차이가 별로 안 크지만 초6과 스무살은 좀... 암튼... 1층에서 일했던 스무살 여름에 방학동안만 알바를 했던 고2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고3 여름방학이라고 다시 와서 알바를 했는데 이 여학생과 썸을 타고 있었고 사귀기 직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전남친이 갑자기 나타났고 이 여학생은 전남친과 다시 사귀게 됩니다. 난 뭐지? 그때 알바하던 여학생들 전부 절 위로하고 난리도 아니었던 때였습니다. 제가 다친 게 9월 1일이니까 전날은 8월 31일 월급날이었습니다. 회식을 하는 날이기도 했죠. 회식을 하는데 썸을 탔던 그 여학생이 남친과 함께 회식자리에 온 겁니다. 기분이 별로더군요. 그래서 술을 퍼마셨습니다. 마니마니 퍼마셨습니다. 알바생들이 말리고 난리도 아니었죠. 다음날 출근해서 냉면가마 불을 켰는데 안 켜지더군요. 그래서 가스밸브를 잠그고 다시 불을 켜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밸브를 반대로 돌렸지 뭡니까. 다시 불을 켜려고 했을 땐 이미 가스가 다 유출된 상태였고, 그대로 펑~~~!!! 냉면가마 불을 1년도 넘게 켜본 사람이 왜 밸브를 반대로 돌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전날 술 퍼마시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미쳤었나봅니다.

저는 붕대를 칭칭 감고 입원을 합니다. 와~~~ 정말 불조심 하세요. 얼굴은 다행히 1도 화상이었지만 팔다리는 2.5도였습니다. 화상 면적이 팔 전체 다리 전체였고 수포의 물을 빼고 난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물을 다 뺀 후엔 피부를 벗겨내더군요. 속살이 나왔습니다. 그 속살에 소독을 하더군요. ㅋㅋㅋ 빨간약으로요. ㅋㅋㅋ 와~~~ 사람이 구를 정도가 아니라 그냥 아예 걷지도 못할 지경에 팔을 전혀 쓸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습니다. 너무 아파서 그냥 누워만 있었고, 화장실 한 번 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밥도 물도 안 먹었습니다. 잘 먹어야 날 텐데 화장실 가는 게 너무 큰 고통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병원에서 원치 않던 휴가를 즐겼(?)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주방장님 주방 형들이 다녀갔고, 식구들 친척들이 다녀갔습니다. 태어나 첫 입원인 병원, 정말 너무 심심하더군요. 지금이야 스마트폰도 있지만 그땐 TV도 백원을 넣어야 30분인가 한시간인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낮엔 당연히 TV도 안 나왔고요. 9월 초라 아직 덥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낮엔 잠만 잤습니다. 뭐 밤에도 딱히 할 게 없으니 밤에도 잤고요. 그런데 입원 5일쯤 지났을 때 갑자기 팔에 원인 모를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화상 소독할 때의 통증과는 달랐습니다. 마치 뼈가 아픈 통증이었습니다. 하필 통증이 왔던 시간이 자정 쯤이었고 전 간호사에게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간호사는 긴급 처방으로 주사 한 대 놔주더군요. 다음날 의사가 왜 통증이 있었는지 이상해 하더군요. 주사를 맞은 이후론 또 안 아팠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또 통증이 왔습니다. 뼈가 아픈 통증. 다시 간호사에게 말하니 '어제 맞은 주사는 두 번 맞을 수 없는 주사다'라며 의사가 주사 놓지 말고 참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이고야,,, 저는 밤새 끙끙거리다가 새벽쯤에야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엔 안 아프더군요. 그리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더군요. 손목 아래로 마비가 온 것입니다. 그것도 오른손이. 의사는 붕대를 오래 감고 있으면 그럴 수 있다고만 했습니다. 저도 그런 줄 알았죠. 그런데 검사를 해보니 신경 마비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화상 후유증으로 인한 신경 마비. 의사는 수술을 하면 좋아질 수는 있지만 완치는 불가하고, 평생 장애인으로 살게 될 거라며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했습니다. 물론 군대도 못 가고요. 보통 이런 말은 환자한테 직접 하기보다는 보호자에게 하지 않나요? 영화나 드라마 보면 그렇잖아요. 그런데 저는 보호자가 할머니여서 그랬는지 제게 직접 말한...

의사는 신경 이식 수술을 하면 손가락이 조금 움직일 순 있어도 완전하게 움직이는 완치는 불가하나, 기적이 일어나면 수술 없이도 완치가 가능하다고 수술을 최대한 미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신경이 마비된 경우 매우 적은 확률로 수술 없이 완치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군대인데, 수술도 안 하고 군대 연기하면 고의로 기피하는 게 되지만, 군 입대는 최대한 미루자고 했습니다. 물론 수술하면 군대는 무조건 면제. 저는 군대는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며 기적을 바라겠다고 대답했습니다.

2주만에 다시 출근을 해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손이 마비됐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빈둥빈둥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 퇴근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너무 슬펐고 내가 병신이 된 기분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아~~ 집에서 쉬니 더 심심하더군요. 이런... 손가락을 쓸 수 없으니 단추 있는 옷은 혼자 입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젓가락을 쓸 수 없어서 포크 달린 숟가락으로만 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물론 펜을 잡을 수도 없었지만 연습을 해서 겨우겨우 일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당시 저는 매일 일기를 썼거든요. 중2 때부터 군대 가기 전까지 쓴 일기장이 무려 20권이 넘습니다. 앗,,, 스포다... 군대 가긴 갔어요. ㅎㅎㅎㅎㅎ 네. 물론... 기적이 일어났죠. 그래서 지금 키보드도 뚜들길 수 있는 거고요. ㅎㅎㅎ

저는 그래도 왼손은 쓸 수 있으니까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주유소에서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집에 있으니 너무 심심하더군요. 친척들은 우리 장손이 군대도 못가게 생겼는데 배운 거라곤 요리 뿐이니 분식집이라도 차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각자 얼마씩 걷어보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집에 안 있으려고 주유소에서 일했습니다. 차가 오면 뚜껑 열고 총 꺼내서 주유하고는 의외로 한 손으로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주유소에서 가출청소년들과 잼나게 놀며 일했습니다. 그들에게 여러 인생사도 들었습니다. 제 꿈이 소설가라서 궁금한 게 많았거든요. 왜 가출했는지, 가출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등 여러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가출청소년들하고 일하고 놀고 지내던 어느날이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전 날이었고 22살 3월의 어느날이었습니다. 주유소에서 일한 지는 5개월쯤 된 날이었겠군요.

손님이 없을 땐 그냥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었는데요, 교회 차가 하나 들어와서는 석유 앞에 서는 겁니다. 같이 일하던 알바가 '형이 가라. 저 아저씨 자꾸 교회 가자고 하는데 진짜 짜증나.' '야, 싫어. 나도 교회는 질색이다.' 그때 승용차 하나가 들어오자 같이 일하던 알바가 재빨리 달려가더군요. 헐... 어쩔수 없이 교회차는 제가... 흠... 저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전도하려고 해도 절대 안 넘어가야짓. 석유 앞에 가니 말통이 십여개 줄서 있더군요. 저는 말없이 하나하나 석유를 담았습니다. 한... 세 번째 통이었나... 역시나 그 아저씨가 이렇게 묻더군요. '학생, 교회 다녀요?' '아뇨.' '왜요?' 헐... 왜긴.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교회 가면 하지 말라는 거 많고 하라는 거 많고 짜증나서요.' '그래요? 뭘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요?' 저는 걸려들고 말았습니다. '음... 원수를 사랑하라면서요. 저는 절대 원수를 사랑하지 못해요. 원수는 미워해야죠.' 내 말을 들은 그 아저씨가 웃더군요. '제가 전도산데, 저도 원수는 못사랑해요. 목사님이나 신부님도 원수는 못사랑해요. 원래 사람은 그렇게 태어났어요. 원수를 미워하게끔. 욕하고 도둑질하고만 죄고 아니라 마음으로 짓는 죄도 죄라고 해요.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하잖아요. 근데 나 대신 벌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 분이 예수님이에요. 예수님이 나 대신 벌을 받아줬기 때문에 난 벌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미워하는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아요.' 저는 이게 뭔소린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딱히 할 말도 없어서 말없이 통에 석유를 담았고 마지막 통 주유가 끝나자 그 전도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번주가 교회 창립 5주년인데 한 번 오세요.' 여기서 싫다고 하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 머릿속은 복잡해졌습니다. 내 죄를 대신해서 벌을 받았다고? 예수가? 그래서 난 벌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집에 가자마자 책장에 처박혀 있던 오래된 할아버지의 성경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그런 말이 있는지. 뭐, 성경이 한두 페이지도 아니고 의욕만 앞섰더군요. 그냥 두 페이지 보고 덮었습니다. 지금이야 인터넷이란 게 있어서 검색해보면 되지만, 제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정말? 그 말이 정말이야? 나 대신 벌을 받았다고? 정말? 진짜?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떴는데 손에 이상한 느낌이 느껴졌습니다. 어제와는 다른 손이었습니다. 설마 하고 손가락을 움직여 봤습니다. 움직였습니다. 저는 너무 기뻐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 손가락이 움직인다. 움직여. 내 손가락이 움직여. 할머니, 내 손가락이 움직여요. 내 손가락이 움직인다고요!!!'

(다음에 이어서...)


아,,, 갑자기 간증이 된... 그래도 손가락이 펴진 과정을 쓰려면 어쩔수 없었습니다. ㅠㅠ 비 종교인 및 비 기독교인님들께 매우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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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패한 직장인이다 | 1 한식당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칼질 고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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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스팀잇 생활하시나요?
무더위야 가라!!!!

와우~~~

은근히 자랑글 같은.. ㅎㅎ
그래도 기적(?)이 일어나서 다행이군요.

앗... 이상하게 자랑글 같은... ^^

술이 문제였군요.

ㅋㅋㅋ 항상 술이 문제죠. ㅠㅠ

소설같은 인생 이야기신가 봅니다.

아~~ 그러고 보니 꼭 소설 같네요. ^^

굉장히 고통스러운 기간이 있었네요. ㅜㅜ

설마 장애인 되겠어? 하면서 기적을 바랐던 시간이었죠. ^^

여자에게 인기라고는 태어나서 받아본 바가 없어 공감이 안되는 글입니다.ㅎㅎㅎㅎㅎㅎㅎ 죄송합니다. 연애라고는 대학 때 만난 3년이 전부라.ㅎㅎㅎㅎㅎㅎㅎ naha님이 쓰신 글 중에 이 글이 유일하게 공감이 안 가네요. 질투가 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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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ㅎㅎㅎㅎㅎ

제 손에도 화상자국이 있어서 ㅠㅠ 남이야기 같지 않네요 ㅠ

헛... 어쩌다가 화상자국이. ㅠㅠ 저는 양팔과 다리에 아직 화상자국이 있어요. 세월의 영향으로 많이 흐려지긴 했지만요.

그 와중에 주유소알바까지....대단한 의지십니다.ㅎㅎ

앗,,, 주유소는... 그냥 집에 있기 심심해서...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음편이 기대되요

아핫. 고맙습니다. ^^

다행입니다. 정말로...
다음 편도 기다립니다. 소설 아닌거죠? ^^

앗,,, 소설 아닙니다. 함께 연재중인 <또르륵 또르륵 통통>은 소설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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