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의 세상보기] 트럼프, 김정은, 그리고 현 정부의 역할

in #kr-politics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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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적대해 온 두 정상이 만난 슈퍼액션급 정치격동 드라마의 한 페이지가 지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 말입니다.

사실 현 시점에서 북한 수뇌부가 단체로 마약파티를 하다가 정신이 저 멀리 안드로메다 어딘가에 출타하는 참사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현실이 남침이고, 거기서 수십광년은 멀리 떨어져 있는게 적화통일 및 공산화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미래를 그리는 수많은 시나리오 중 단순히 우리가 공산국가가 되느니 안되느니 하는 유치한 질문에서는 이제 벗어날 때도 되었으니까요.

흡수통일이나 평화통일, 아니면 통일은 대박이라는 근거없는 수사 외에 실제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과 미국이 원하는 것, 그리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보는 것이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07년 WP에 기고된 당시 미 정부 내 최고 북한통이라 불린 로버트 칼린의 글을 보면 그 내용이 매우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10년 전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죠.


하워드 스타크의 유품을 찾은 토니의 심정이 이런걸까요

원문을 잠시 옮겨봅시다.

Those who realize that North Korea does not have visions of grand rewards sometimes move the focus to political steps that many see as "key" to a solution. These include replacing the armistice with a peace treaty, giving the North security guarantees, discussing plans for an exchange of diplomats. But these, like the economic carrots, are only shimmering, imperfect reflections of what Pyongyang is after.

What is it, then, that North Korea wants? Above all, it wants, and has pursued steadily since 1991, a long-term, strategic relationship with the United States. This has nothing to do with ideology or political philosophy. It is a cold, hard calculation based on history and the realities of geopolitics as perceived in Pyongyang. The North Koreans believe in their gut that they must buffer the heavy influence their neighbors already have, or could soon gain, over their small, weak country.

대략적으로 해석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북한은 커다란 보상(여기선 물질적 보상이겠죠... 에너지나 식량, 혹은 제재 해제 등)에 대한 전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때때로 많은 이들이 해결책에 “핵심적”이라고 생각하곤 하는 정치적 진전으로 관심을 돌린다. 여기에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든가, 북한에 (문서화된)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든가, 외교관계를 맺고 외교관을 주재시킬 계획을 논의한다든가 하는 것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경제적 당근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원하는 것의 단지 흐릿하고 불완전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북한이 원하는 것은 뭐란 말인가? 무엇보다도 그들이 원하고 또한 1991년 이래 꾸준히 추구해 온 것은 미국과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계이다. 이는 이데올로기나 정치 철학과 관계된 것이 아니다. 역사와 평양이 직면한 지정학적 현실에 입각한 냉혹한 계산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그들의 작고 허약한 나라에 대해 이웃 나라들이 이미 갖고 있거나 곧 확보하게 될 커다란 영향력을 어떻게 완충시킬 수 있는가에 그들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믿는다."

경제적 원조나 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 외교 수립과 같은 정치적 정상화는 단지 수많은 협상 카드 중 하나에 불과하며, 정말로 북한이 원하는 것은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세력 싸움 중에서 미국이 북한을 '스스로에게 유용한 카드로 인식하게 하는 것' 자체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윅이 헬렌을 잃은 뒤에, 데이지에게 소중함을 투영했던 것처럼 말이죠

칼린은 지난 2005년 있었던 9.19 남북선언에서 제안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다."라는 문구를 굉장히 약하게 봤습니다. 미국이 북한에게 어떤 특별한 역할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거죠. 왜냐면 남한이 이미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는 역할로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사실 트럼프 이전까진 북한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속적으로 북한이 핵으로 토마호크를 안 맞을 만큼만 미국의 신경을 긁은 것도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 봐야죠.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매우 중요한 문구가 나왔습니다. 바로 1항에서 언급된 '새로운 미북관계'와 2항에서 언급된 '미국과 북한'을 주어로 '한반도 내 평화 구축 노력에 동참'이라는 문구입니다.

미국, 정확히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공화당 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스스로가 공화당 다른 계파와 리버럴을 상대하면서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북한을 활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Ravenclaw69님의 좋은 포스팅이 있어서 레퍼런스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북한은 미국에게 - 정확히는 트럼프에게 - 이제 드디어 신용을 갖고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고 봐도 됩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상황을 시사합니다. 9.15 당시였다면 중국, 일본, 러시아, 남한 모두 불편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었을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죠.


??? : "그러니까 이렇게 이렇게 산 한번 타자고..."

푸틴이 "관계국들은 (한반도에서) 새로운 대립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제하고 노력해야 합니다."라는 발언을 러-일 회담 중에서 한 것이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겠죠. 중국 역시 마찬가지고요. 현 정부의 외교 운전자론이 지금까지는 매우 스무스하게 흘러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 단 하나... 일본만 빼고요.

지금까지 북한을 포함해서 남한과 일본은 하나의 공통점을 두고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에게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간택받기 위한 경쟁이죠. 남북한이 같이 움직이고 (정치적 이득을 얻을) 미국과 (가스라는 이익을 얻을) 러시아, (새 통로라는 이득을 얻을) 중국이 이렇게 이해관계에서 남북을 지지하는 순간 일본은 한반도에 불어오는 태풍을 막는 방파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칼린과 루이스는 "비핵화는 북한의 전략적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할 때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해결되어 가는 중입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아베 패싱을 우려하는 일본의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맥도날드 본사에서 더 이상 관리를 해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절박감 때문이죠.


??? : "아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을 조율하며 최대한 이득을 얻어 내고, 평화를 구축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것이 될 것입니다.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외부에서 지지를 얻어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징을 잘 이해한다면, 북한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는 충분히 납득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역시 이런 북한을 조절할 수 있는 역할이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북한에 자본주의의 단 맛을 꾸겨넣어줄 수 있는 경제 개발을 가이드 해 줄 수 있는 전진기지의 역할이 될 수 있겠죠.

재미있지 않습니까? 트럼프 하나의 나비효과가 이렇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타자는 한국이 앞으로 5년, 10년, 15년 이상 가는 성장 동력과 시장을 얻어내게 될 것 같아 매우 기대가 됩니다. 이런식으로 간다면 흡수통일에 대한 통일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있을 정도겠죠. 투자와 이득만 남을 뿐입니다. 그 미래를 기대해 보는 것 역시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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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윅을 보고 싶은 밤입니다.

기분안좋은 일이 있엇지만 오늘 이 뉴스덕분에 기분이 좋습니다..!

정말 거짓말같은 뉴스들의 연속이에요. 몇 달 전만 해도 서로 유치 하다 싶을 만큼의 비난을 퍼붓던 사람들이 서로 만나 칭찬하고 이야기하고 ㅎㅎ 정치란 그런 건가 싶기도 하구요. 이런 상황을 우리 나라가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자본주의의 단 맛!! ㅋㅋ 한 번 맛보면 잊지 못 할 거에요.

잘 읽엇읍니다
모두의 바람데로 축포가 시작 이겠죠!

사실 지금부터가 시작이죠. 지금까지 없었던 세상이 시작되었고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바뀔수도 아니면 시대의 가장 아까웠던 상황이 될수도 있겠죠.

저도 요즘 앞으로 우리에게 열릴 새로운 세계가 너무 기대가 되네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꿈 꾸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궁금한 것이 북한과 한국, 그리고 미국의 움직임 앞에서 일본은 과연 그들의 역할을 어떻게 하려고 할 것인지, 그 내부에서의 계산머리가 참 궁금하네요. 가만히 있자니, 왠지 소외당하고 뒤쳐지는 것 같고, 끼여들자니 마땅히 나설만한 명분도 이유도 안 생기고,

재미있지 않습니까? 트럼프 하나의 나비효과가 이렇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재미있습니다!
결혼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더니, 국제관계도 이런 식으로 풀려가는군요.

좋은 글 잘 읽고 배웠습니다!
개인의 도덕성이나 능력이야 오바마가 훌륭할 지는 몰라도 저 개인적으로는 호감을 1도 안 가질 트럼프라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어 이런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가져올 줄은 꿈도 못 꿨습니다.
통일이 되든, 연방제 형식을 가든 실리를 다지면서 뚜벅뚜벅 나가되 부디 북한의 외교적 역량은 고스란히 가져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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