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를 읽다가: 고무줄 이론?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psycholog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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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이미지 by @gamiee

우리는 성격을 개조할 수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다. 타고난 기질은, 우리가 어떻게 살았든 간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라는 존재의 상당한 부분은 유전자, 두뇌, 신경계에 따라 정해진다. 하지만 몇몇 고 반응성 십대들에게서 나타난 융통성은 이와 반대되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고 우리가 그것을 이용해 성격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모순되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슈워츠 박사의 연구가 암시하듯 자유의지는 우리를 상당히 멀리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유전적 한계를 넘어서까지 무한대로 멀리 데려가주지는 못한다. (중략) 이것을 '고무줄 이론'이라고 해도 좋겠다. 우리는 늘어져 있는 고무줄이다. 탄성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까지다. 186-187쪽.

기질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관해 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고무줄 비유는 꽤나 직관적이고, 기질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관한 논의를 압축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상징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내향적인 사람이 그러하듯 사무실에 홀로 앉아 조용히 책이나 논문을 읽고 글을 쓰는 순간이 좋다.

매일 면대면으로 2~3시간씩 사람을 대면해야 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의 만남은 늘 긴장이 되고 내게 책을 읽는 것만큼의 즐거움을 주지 못 하는 것 같다. 간혹 만나는 친한 친구들과의 만남은 예외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가 있다면, 등산 같은 아웃도어를 좋아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험난한 여정을 통과하기를 즐긴다. 그래서 종주를 적지 않게 했다.

저자가 말했듯이,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면 자극이 필요할 때가 있다. 병원 안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지내다 보면 가끔 자극이 필요하고, 그럴 때 익스트림한 수준의 아웃도어를 했다.

하루에 200km씩 자전거를 탄다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밤을 새 서울 다섯 개의 산을 종주한다거나.

자극 민감성이 높아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자극이 많지 않은 내향적인 사람도 때로는 이렇게 자극추구적이면서 사교적인 면모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지적처럼 성격personality은 기질temperament의 벽을 넘지 못 한다.

민감성이 높은 내향적인 사람도 외부 환경적 요인(ex 사려 깊고 섬세한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이나 자기의지(ex 발표 불안 극복을 위해 집단치료에 반복적으로 참여)를 통해 적어도 겉보기에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모습을 지니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두엽을 풀가동한 결과 최소한 겉으로 그렇게 보이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관계할 때 그의 편도체는 여전히 그에게 '외줄을 타는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내향성의 한 특성으로서 수전 케인이 지적하듯 자극에 대한 민감성을 꼽는다면, 나는 그게 상당히 높은 사람에 속하고 이 특성이 있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심리평가나 심리치료자로서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다.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 높다는 중립적 표현을 조금 더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꾸면 섬세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상당히 많은 연구들에 기반해 있으면서도 매우 평이한 언어로 내향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매우 내향적인 사람인바, 외향성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내향적인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에 관한 저자의 경험이 잘 녹아 있다.

또한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심리학 연구자,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 내향적인 목사 등등 많은 인터뷰이들이 나온다)을 바라보는 저자의 섬세한 시각도 이 책을 읽음에 있어 즐거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여러모로 잘 씌인 심리학 대중서의 전형이라 생각하며, 저자의 글쓰기 방식으로부터 배울 점을 습득하기 위해 재독 중이다. 조만간 또 얘기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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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저는 오늘 이열치열 운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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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좀 내향적인가 봅니다 ㅋ

내향적인 것 같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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