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3. 전설의 마법사 스달

in #kr-series5 years ago (edited)

성을 나와 조금만 걸어가자 노란색 길이 나타났고, 우린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 나, 도로시, 흑기사 그리고 말 한 마리가 우리 일행의 전부였어. 말에는 식량과 식수가 실려 있었어. 마오는 무시무시한 마법사라는데 우리 셋이서 무사히 무지개우물까지 갈 수 있긴 한 걸까 걱정이 됐어. 보아하니 도로시는 연약해 보였고 믿을만한 일행은 흑기사가 전부였어. 흑기사는 두꺼운 철갑옷을 입고도 잘만 걷는 걸 보니 체력이 대단한 것 같았거든. 등에는 칼도 차고 있었는데 칼이 어마무시하게 컸어. 도대체 근력이 얼마나 되는 거야.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다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했어. 도대체 얼마나 걸어야 하는 거야. 저 말을 타고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말에 실린 짐들을 보니 말에 올라타기가 미안할 것 같았어.

"이 길을 따라 얼마나 걸어야 동쪽나라 끝이 나와?"

난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하는 도로시에게 물었어.

"음~~ 아마도 2주 정도?"

"헛! 14일이나 걸려? 14일이나 걸어야 한다고? 그게 가능해?"

"응. 그까짓 14일쯤이야."

"네 마법구두로 거기까지 못 가? 왜 그, 날 이리로 데리고 온 것처럼 말 한마디면 슝~~ 하고 날아갈 수 있지 않아?"

"어렵진 않지. 그런데 마법을 쓰면 마오가 우리 위치를 알아버린다잖아."

"그래? 마오가 우리 위치를 알면 큰일 나겠지?"

"당연하지. 마오의 마법은 무시무시하거든. 으으으~~~"

도로시는 몸서리를 치며 말했어.

"아~~ 그렇구나."

"우선 동쪽나라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해. 거기 가면 광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 광야에선 어느 누구도 마법을 쓸 수 없으니까 그나마 안전하다고나 할까. 마오도 거기선 마법을 쓸 수 없거든."

"그래? 그럼, 네 마법구두로 광야 입구까지 간 다음 후다닥 광야로 들어가면 되는 거 아냐?"

"아이참. 마법을 쓰는 순간 위치를 들킨다니깐. 내가 마법구두로 마법을 쓰면 마오가 내 눈앞에 나타나선 무시무시한 불마법으로 우리들을 확!!! 으으으... 생각만으로도 무섭다."

"이제부터 조용히 하십시오."

한마디도 안 하던 흑기사가 말을 했어. 오~~ 목소리 좋네.

"여기부터는 중립지역입니다."

"중립지역? 중립지역이면 왜 조용해야 해?"

"지금 여왕인 오즈마의 힘이 약하거든." 도로시가 소곤소곤 말했어. "마오가 나타나기 전까진 중립지역은 오즈마 여왕의 지배였지만, 마오의 힘이 강해지니까 중립지역 여러 종족이 마오를 따르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누군가가 우릴 발견하면 마오에게 일러바칠 거라는 거지. '도로시가 여기 있어요.'라고."

"오즈마 여왕은 누구야?"

도로시는 친절하게도 소곤거리며 내 물음에 대답을 해줬어.

"오즈의 중앙에 있는 에메랄드시를 다스리는 여왕이야. 내 절친이기도 해. 지금은 힘이 약해져서 에메랄드시 밖으로 못 나오고 있어서 못 본 지 좀 됐어. 오즈마가 지금 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네. 그러니까 오즈마는 여자고 여왕이고 도로시 절친이고 에메랄드시에 산다는 거네. 지금은 도와주러 못 오는 거고.

"쉿!"

갑자기 흑기사가 손가락 하나를 얼굴에 대며 우릴 조용히 시켰어.

"멀리서 오거들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흑기사는 말을 마치고는 등에 있던 거대한 칼을 꺼내 들었어. 칼이 얼마나 큰지 자기 몸집만 했고 날카로운 칼날에선 음산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어. 드디어 진짜 모험의 시작인가?

"저기, 근데, 오거는 뭐야?" 난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물었어.

"땅속에 사는 괴물이야. 오거들은 눈은 있지만 앞을 못 봐. 그런데 소리는 기가 막히게 잘 들어. 그리고 마법의 기운도 금방 알아차려. 마오가 오거들에게 앞을 보게 해줄 테니 누구든 마법을 쓰는 자는 죽여달라는 거래를 했거든. 그 후로 오거들은 마법을 쓰는 자만 나타나면 나타나서는 죽을 때까지 덤벼. 이빨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덩치도 2미터쯤 되는 괴물인데, 피부가 거의 돌덩어리 수준이라 보통 무기로는 죽이지도 못해. 그리고 괴성을 지르기도 하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크고 괴스러운지 가까이서 들으면 보통 사람은 미쳐버리고 말아. 그래서 싸울 수조차 없어. 게다가 얘네는 죽이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어서 말이 통하질 않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육식 괴물이라는 거야. 눈이 보이는 생명체는 다 뜯어먹지. 으으으..."

헐 농담하는 거지? 야, 보통 게임을 하더라도 처음엔 해골병사나 좀비 같은 약한 애들부터 나오잖아. 그런데 무슨 첫날부터 그런 무시무시한 놈이 나타나냐고. 하긴 이건 게임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하잖아. 난 그 뭐야 라그나로크인지 뭔지 아직 배우지도 않았다고.

"갈기갈기 찢어먹지. 으으으..."

말이 도로시의 말에 맞장구를 쳤어. 으잉? 말이 말을 하네.

"뭐야, 말도 말을 하네."

"몰랐니? 오즈에선 모든 생명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거."

다정한 아줌마 톤의 목소리였어. 근육질이라서 수말인 줄 알았더니 암말이었어?

"아... 그래?"

그래그래. 명심해두지. 모든 생명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거.

"아그작 아그작. 뼈가지 다 씹어먹지."

흑기사가 결정타를 날렸어. 흑기사 말에 우리 일행은 갑자기 고요해졌어. 아니, 공포스러워졌다고나 할까. 난 으스스한 기분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어. 피부가 일제히 떨리면서 닭살이 돋는 느낌도 났어. 오거가 아무리 무섭더라도 흑기사가 우릴 지켜주지 않을까? 철갑옷도 입고 있으니까 오거의 이빨도 안 무서울 거 아냐. 그래도 일부러 오거들에 눈에 띄지 않는 게 좋긴 하겠지.

"그리고 마오의 감시도 있고 무시무시한 몬스터들도 많지만 글린다님이 꼭 걸어서 가라고 하셨어."

"걸어서? 왜?"

"그래야 널 훈련시킬 수 있다나..."

"훈련?"

"그래. 라그나로크."

너 말 잘했다. 그러니까 라그나로크는 어떻게 훈련해야 하고 어떻게 쓰는 건지나 알아야 할 거 아니냐. 그래야 훈련을 하든 연습을 하든 하지. 이름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어.

"그런데 정말 궁금한데 라그나로크라는 게 도대체 뭐야? 영화나 게임에서처럼 하늘에서 불이 막 떨어지고 그러나? 아니면 내 손에서 불이 나가? 이야~~ 그렇다면 정말 신나겠는걸."

"아니. 네 손에 있는 그 축구공. 그 공으로 연습할 건데."

"뭐? 축구공? 이 공이야 내 분신이나 마찬가지라서 늘 가지고 다니긴 하는데. 축구공으로 마법을 쓴다고?"

난 단 하나뿐인 나의 짐인 축구공을 들어 올리며 물었어.

"응. 오늘 밤에 오르아라는 마법사를 만날 거야. 거기서 하룻밤 잘 거거든. 오르아는 오즈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마법산데, 라그나로크에 대해 알려줄 거야. 나도 사실은 그 마법에 대해선 잘 몰라."

그때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어. 마치 늑대 울음소리 같기도 했고, 배고픈 사자가 우는 소리 같기도 했어. 그리고 그 소리는 매우 기분이 나빴어.

해질 때까지 걷자 작은 집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어. 지평선과 맞닿는 곳에 덩그러니 지어진 집이었어. 해 질 녘 노을은 오즈를 붉게 물들고 있었고, 작은 오두막집 굴뚝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어. 유난히도 붉은 노을을 보니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불마법을 쓴다는 마오에 대해 궁금해졌어. 나쁜 마법사니까 무섭게 생겼거나 사악하게 생겼겠지? 음, 그런데 사악하게 생겼다는 건 뭘까. 영화에 나오는 마귀할멈처럼 생겼을 거야. 코가 긴 할머니 마녀 말이야. 아니지, 마오는 서쪽마녀 딸이랬으니까 젊겠네. 몇 살이려나. 그럼 마귀할멈은 아니고 마귀 아줌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놈의 긍정적인 성격 참 문제야. 주위에 오거들이 득실대고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긍정적인 성격이 아니고 망상적인 성격 아냐? 이런.

집에 도착하니 한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줬어.

"어서 와라 도로시."

저 할아버지가 오르아? 키가 작고 나이가 100살, 아니 200살은 넘어 보였어.

"네가 스달이구나. 반갑다 스달. 난 오르아라고 해."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어. 잠깐, 그런데 왜 날 스달이라고 부르는 거야? 그냥 넘어가자. 너무 할아버지라 말이 안 통할 것 같기도 하니까.

우린 짐부터 풀고 씻었어. 그러곤 오르아가 준비한 저녁을 맛있게 먹었어. 곳곳에 촛불을 켜둬서 분위기가 묘한 식탁이었어. 그래, 여긴 오즈고 전기가 없지. 새삼 전기의 고마움을 느꼈어. 촛불로만 밝힌 식탁은 어둑어둑했거든. 얼굴도 없는 흑기사는 밥을 잘도 먹는 걸 보니 입이 있긴 한 것 같았어.

"그래, 라그나로크에 관해 설명해달라는 글린다의 부탁이 있었지."

음식을 다 드신 후에야 할아버지가 라그나로크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어.

"나도 잘 몰라."

엥? 뭐라고? 몰라? 그럼 도대체 누가 안다는 거야?

"네? 몰라요?"

도로시가 당황하며 물었어.

"미안하지만, 나도 라그나로크를 본 적이 없어. 전설의 마법이거든. 불마법을 쓰는 서쪽마녀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만 알아. 그녀의 딸인 마오도 배우지 못했지."

"그래도 아는 것에 대해 모두 말해주세요. 우리에겐 그것만이 희망이에요."

도로시가 간절히 부탁했어.

"오즈는 네 명의 마법사가 다스리고 있었기에 균형이 잘 맞았지. 북쪽마녀는 바람을 다루는 마법사, 동쪽마녀는 번개의 힘을 받아 전기를 다루는 마법사, 남쪽 마녀는 물을 다루는 마법사, 서쪽마녀는 불을 다루는 마법사였거든. 그런데 너희도 잘 알듯이 동쪽마녀와 서쪽마녀는 죽었지. 서쪽마녀는 자신의 마법을 대부분 마오에게 전수했지만, 동쪽마녀는 지금 도로시가 신고 있는 마법구두만 남겼어. 마법구두를 만드느라 기력이 쇠약해진 날 하필 도로시의 집에 깔려 죽은 거야."

"저기, 오르아님. 역사 공부는 다음에 하면 안 될까요?"

"아 참, 그렇지. 허허허. 이 네 명의 마법사가 다스리기 더 전에, 그러니까 아주아주 오랜 옛날엔 오즈 중앙에 있는 한 명의 마법사가 오즈를 다스렸지. 오즈 중앙에 있는 에메랄드시에 살았다고 해. 이 마법사 이름이 스달이야. 너랑 이름이 같지. 스달은 모든 마법을 다룰 줄 아는 위대한 마법사였는데 특히나 불마법을 잘 썼어. 스달의 마법 덕분에 악한 세력이 오즈를 침범할 수 없어서 오즈는 아주 평화로웠다고 해. 이런 오즈가 못마땅한 드래곤족이 어느 날 침략을 해왔어. 입에서 불을 내뿜는 드래곤 네 마리가 네 방향에서 쳐들어온 거야. 수많은 마법사가 드래곤에 대항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어. 드래곤이 불을 쓰니까 물에 약할 거라는 생각에 물마법을 쓰는 마법사들이 모여 힘을 합쳐봐도 드래곤을 당해낼 수가 없었지. 이 드래곤들은 물마법에 내성이 있었거든. 그렇다면 불을 이길 방법은 단 하나. 불 뿐이야. 불에 불을 더한 마법. 이 마법을 다룰 줄 아는 마법사는 스달이 유일했지."

"와~~ 스달이라는 마법사가 라그나로크로 드래곤을 물리쳤겠네요?"

"요녀석, 급하긴. 라그나로크는 강하지만 위험한 마법이야. 마법을 쓰는 본인도 죽을 수 있을 정도지. 폭발력이 강력해서 주위의 모든 생명체를 죽여버리는 마법이거든. 그래서 스달은 드래곤 네 마리를 광야로 유인했고, 거기서 라그나로크를 써서 드래곤들을 모두 녹여버렸다는 전설이 있어. 그런데 이상한 건, 광야에선 마법을 쓸 수가 없는데 스달은 썼다는 거야. 어떻게 광야에서 마법을 쓸 수 있었는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어. 그래서 전설의 마법인 거지. 게다가 스달은 드래곤과 함께 죽었기 때문에 이 마법을 물려받은 자도 없어. 말 그대로 전설의 마법이지. 혹자는 스달이 땅을 파고 지하로 들어가서 생명을 유지했고 아직 지하에 있다고 말하기도 해. 좋은 날이 오면 다시 땅 위로 나와 투더문 할 거라고 하지. 하지만 스달의 시대는 언제 올지도 모르고 지금은 마오의 시대야. 하지만 희망은 있어. 너도 들었겠지만 오즈가 불바다가 되는 날 스달의 후계자가 나타날 거라는 예언이 있거든. 글린다는 네가 스달의 후계자라고 믿고 있어. 100년에 한 번, 불의 기운과 물이 기운이 겹치는 날, 오리온 대성운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너."

"저기, 오르아님. 그런데요, 라그나로크가 마법이 아니라면 뭐죠? 뭐기에 광야에서도 쓸 수 있었죠?"

도로시가 강렬한 눈빛으로 할아버지 마법사를 보며 물었어.

"사랑."

"사랑?"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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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오즈의 수달> 소개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1. 모험의 시작
천하제일연재대회 출품작 | 오즈의 수달 2. 마법사의 나라 오즈


5천자의 약속.
저는 천하제일연재대회 명성에 맞게 회당 분량을 반드시 5천자 이상으로 작성하겠습니다.
본 회는 5956자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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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핫,,, 감사하다니 기분이 좋네요. ㅎㅎㅎ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ㅎ

술술 읽었어요.^-^

오~~~ 잼나다는 거지요? ㅎㅎㅎ 고마워요~~~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나하님의 소설 도로시!!!

아핫,,, 동심이라... 판타지를 가장한 연애질 소설일 수도 있을 거라서... ㅎㅎㅎㅎㅎ

ㅋㅋㅋㅋ 마법의 나라에서 연애하는 소설인가요?

폭발력이 강력해서 주위의 모든 생명체를 죽여버리는 마법이거든.

사랑은 위험한 것 ㅎㅎ 오늘도 재미나게 읽었어요.

원래... 병원 드라마를 봐도... 미국 드라마는 병원에서 환자를 고치고, 일본 드라마는 병원에서 교훈을 얻고, 한국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질을 한다잖아요. ㅋㅋㅋㅋㅋ

사랑은 언제나 위험한 것. ^^

좋은 날이 오면 다시 땅 위로 나와 투더문 할 거라고 하지

깨알 개그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의 힘이라니 멋지네요~^^

아핫... ㅎㅎㅎ 이런 류의 재미가 간혹 나올 겁니다. ㅎㅎㅎㅎㅎ

오리온 대성운의 기운..
뭔가 해낼거 같은 수달이네요 ㅎ

오즈의 수달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아핫,,, 잼나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

오타 신고합니다!

우린 짐부터 불고 씻었어.

불고 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ㅎㅎㅎ

스달이 라그라노크 슛을 대포알처럼 쏴서 스달도 떡상했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아핫,,, 그래주기만 한다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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