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세스 2세부터 프랑켄슈타인까지 (기차를 타고 가며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내려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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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세스 2세부터 프랑켄슈타인까지 (기차를 타고 가며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내려가는 이야기)

제 1막

기원전 1279년 재위에 오른 람세스 2세는 그 이후로 60년 넘게 두 땅, 즉 상-하 이집트를 통치한다. 꽤나 큰 과시욕을 갖고 있던 그는 이전과 이후의 파라오들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념물을 온 이집트에 남겼다. '람세스 2세는 온 이집트를 주물렀다'는 관용구는 그의 그런 업적에 관한 것이다. 그가 지은 거대한 기념물들 가운데는, 현재는 '라메세움'이라고 불리는 그의 장례신전이 있다. 질좋은 석재를 사용하여 무엇이든 거대하게 만들었던 이 신전에는 "우세르 마아트 세테펜 라의 수백만년의 저택"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람세스는 신전이 영원토록 보존되며 그의 이름을 길이길이 남기를 기대했던 것 같지만, 그의 꿈은 결국 시간에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아 신전은 폐허로 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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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막

이탈리아 출신의 탐험가이자 전문 문화재 도굴꾼인 지오반니 바티스타 벨조니는 영국 박물관의 의뢰로 1816년부터 이 라메세움에 부서진 채로 남아 있던 람세스 2세의 거상을 영국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한다. 영국 박물관 측은 1817년 경, 현대의 관점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짓이지만 당대에는 으례 그러했던 것인지, 꽤나 자랑스럽게 이 도굴 의뢰를 광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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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막

조지 고든 바이런, 존 키츠와 함께 영국의 3대 낭만파 시인으로 꼽히는 퍼시 비쉐 셸리는 친구인 호레이스 스미스와 장난스러운 경쟁의 일환으로 곧 런던에 도착할 람세스 2세의 거상을 주제로 시를 썼는데, 그 시가 바로 <오지만디아스Ozymandias>다. 오지만디아스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람세스 2세를 부르던 이름이다. 셸리의 시는 시인의 유명세만큼이나 정말 멋들어진데, 이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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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대의 나라에서 온 한 여행객을 만났다.
그가 말했다.
몸체가 없는 거대한 돌의 다리 두 개가 사막에 서 있다고
근처의 모래 위에, 깨어진 사람의 얼굴이 반쯤 묻힌 채 놓여있다고
인상쓴 표정, 주름진 입술,
그리고 차갑게 내려다보는 조소에서는 조각가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고
생명 없는 그것에 각인된 그것을 빚어낸 손과 다듬어낸 심장의 고동은 여전히 살아 남아 있다고
그리고 받침대에는 이런 문구가 남아 있으니
나의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중의 왕,
모든 위대한 자들아 나의 업적을 보아라.
그리고 절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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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막

셸리는 1792년에 태어나 비교적 이른 나이인 1822년에 요트 사고로 사망했다. 그는 평생에 걸쳐 2번 결혼을 했는데, 19살에 결혼한 첫번째 부인 헤리엇 웨스트브브룩 사이에서는 2명의 남매를 낳기도 했다. 셸리는 옥스포드 대학교의 유니버시티 컬리지에 입학은 했었지만, 재학중 무신론을 열심히 설파하고 다니다 퇴학을 당하고 만다. 그 과정에서 영국 유명한 아나키스트이자 자유주의자인 윌리엄 고드원과 교분을 맺게 되고, 그의 딸 메리와도 가까워지게 된다. 메리 역시도 셸리에게 큰 호감을 느꼈고, 둘은 결국 사랑에 빠져 스위스로 일종의 도피 여행을 떠나는데, 그 소식을 들은 셸리의 첫번째 부인 해리엇은 투신자살 했다.

스위스에서 여행을 하던 셸리와 메리는 제네바 인근에 있던 존 바이런의 별장으로 놀러간다. 어느날 그들 커플과 바이런은 이미 바이런의 별장에 머물고 있던 훗날 소설 <뱀파이어>를 내게되는 존 폴리도리와 함께 둘러 앉아서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내기 놀이를 시작했는데, 그때 메리는 그럴싸한 '한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인조인간의 이야기'를 지어낸다. 바이런은 그 이야기를 격찬하고 메리에게 출간을 권유했다.

영국으로 돌아와 셸리와 정식으로 결혼해 '메리 셸리'가 된 메리는 2년 후 1818년 익명으로 그 미치광이 과학자와 그가 만들어낸 인조인간의 이야기를 소설로 발표하는데, 그 소설이 바로 <프랑켄슈타인 :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1831년에는 저자가 자기라는 사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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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영국 박물관의 람세스 2세 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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