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랑일기 189

in #kr-series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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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감사해요^^!!! 뽀돌님!!!/





생각보다 어두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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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평일에 하지 못한 이런저런 정리를 한다. 방청소라던지 거실정리같은 것인데 문득 정리를 하다가 뒤를 돌아보니 아기 장난감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장난감의 많고 작음의 기준을 뭐라고 정할수는 없지만 가로 세로 높이 모두 30cm 정도 되는 크기의 박스하나와 꼬마사각블럭 한박스 그리고 부스터, 강아지 모양의 캐리어겸 붕붕카 한대가 장난감의 끝이다.

스티커북은 3권정도 사주고 스티커가 온 집에 도배되는걸 보고는 더이상 사주지 않고 있고 크레파스도 몇통을 사줘보았는데 워낙 파괴의 신이라서 그런지 모조리 겉껍질을 벗겨내고 3등분이상 부러져 사실상 쓰여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결혼전부터 볼펜을 가득 갖고 있던 남편덕에 크레파스보다 볼펜낙서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기책은 욕심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세어본적은 없지만 200권은 거뜬히 넘을 것 같다.

물론 그마저도 아주 어린시절 사준 것들이 태반이라 두돌쯤에 들여온 돌잡이 한글, 돌잡이 수학을 끝으로 집에 책을 사서 가져오는 일은 없다. 두돌이 넘어가니 책을 찢지 않아서 도서관대출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2주에 15권인데 보통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바꿔준다. 역시나 나도 그렇고 내 딸도 그렇고 새로운 책을 더 좋아한다. 내용이 이상할 때도 있지만 그저 처음 보는 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충분히 집중한다. 책을 읽어주는 나도 매번 읽던 책보다 빌려온 책이 더 손이 간다.

아마도 둘째도 두돌이 넘어가서 더이상 책을 찢지 않게 되면 첫째와 같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게 될 것이다. 조만간 아파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어린이 도서관이 완공될 예정이라 아마도 두 곳에서 책을 빌려보게 되겠지.

작년부터 너무 사주고 싶었던 '추피와 두두'라는 책에 대한 집착을 지난달에 과감히 접기로 했다. 카페 알람도 설정해놨고 중고서점도 들락 거렸지만 얇고 종이로 된 그 책을 17만원에 사야할 이유를 이제는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추피지옥'이라는 유행어가 생길정도에 중고나라에 올라오기만 하면 바로 품절되고 각종 지역 카페에서도 없어서 못구하는 그 책에 대한 미련을 접자 추피다음으로 갖고 싶던 책 리스트도 과감히 접게 되었다.

거실의 서재화라고 해서 TV를 없애고 그 자리를 빼곡한 책이 꽂힌 책장으로 꾸미고 쇼파마저 없앤다음 식탁과 의자만 덩그러니 거실중앙에 두는 풍경에 대한 동경도 살짝 있었지만 과연 동화책으로 가득 채운 책장이 서재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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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접하는 책은 아주 중요한건 맞지만 나의 어린시절을 돌이켜볼때 나는 집에 있는 책보다 도서관책을 더 좋아했다. 반납기한이 정해져있고, 자유롭게 낙서도 할 수없고, 보고싶은 책을 찾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는데도 나란 여성은 제약이 있어야 더 불타는 타입인듯 하다. 이렇게 적고보니 정말 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사는듯 적었는데 그렇지도 않다.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샀던 책은 20대 초반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라는 책인데 과연 사고나서 딱 한번 읽었고 고요히 책장에 있다. 아마도 사지 않았다면 최소 3번이상은 더 봤을 명작인데 참으로 안타깝다.

차라리 남에게 주고나서 그 책을 도서관을 찾아가 빌려보는 아이러니한 상상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사고나서 한번도 안 읽은 책도 있는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다. 정말 손한번 타지 않은 새책상태로 7년가까이 책장에 있다. 그러고보니 월든이 끝이였던 것 같다. 마지막 책구매.

웃긴 이야기를 하자면 남편이 결혼할 때 들고온 책과 내 책을 합쳤는데 나는 책이 5권도 되지 않았고 남편도 10권이 되지 않았다. 정말 책장에 1칸을 간신히 채우는 수준이였다.

우리는 정말 판타지소설이나 만화책에 더 열광하는 부류인걸 다시 한번 느꼈달까? (요즘도 내 남편은 내가 가르쳐준 사이트에서 웹툰만 보고 사신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런데 남편이 들고온 책은 꽤나 신선했는데 총,균,쇠와 청소력에 관한 책, 파란볼펜에 대한 책이였다. 저 3권의 책이면 인생을 바꿀수도 있겠다는 진지한 생각을 한적이 있다. 총,균,쇠는 너무 두꺼워서 차마 읽지 못했지만 청소력과 파란볼펜책은 뜻하지 않게 나의 독서인생에 길히 남을 명작으로 남아버렸다.

아니지.

총,균,쇠는 읽은적이 없으니 빼고 나머지 2권만으로도 엄청난 파급력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 이후 나는 파란펜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고, 그 결과물을 스팀잇에도 종종 올렸다. 청소력도 내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는데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남편과 사이가 틀어지는것 같을때 청소하는 습관을 만들어주었다.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물건을 비워내고 주변을 깨끗하게 하는 것 뿐인데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모든 물건들이 또렷이 보이는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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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생각의 틀자체를 바꿔버린 일은 미니멀 라이프라는 카페를 알게 되면서 부터였다. 솔직히 제대로 실천은 하지 않았지만 다음을 위해 가득 쌓아두는 습관을 버리고 집안에 여백을 만드는 그런 산뜻함이 되려 마음까지 평온하게 해주었다.

다시 복직하게 되면서 그것도 전부 무너져버렸지만 마트에서 장을 볼때도 되도록이면 여유있게 사지 않게 되었다. 부족한 부분은 동네슈퍼에서 채우는데 생각보다 동네슈퍼에서 모자란 식재료를 산적도 드물다. 어찌보면 살때 정말 딱 6일치만 사는 것 같기도하다.

하지만 주말에는 하루한번 외식을 하게 되는 것은 피할길이 없다. 외식을 끊어야 하는데 역시 밥은 남이 해주는 밥이 최고야. 이제 나도 집에서 쉬게 되면 채소를 잔뜩 사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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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집에서 쉴때 뭘 먹었는지 생각해보니 아침은 시리얼에 블루베리, 아몬드, 바나나, 크랜베리, 귀리같은걸 넣고 우유를 부어서 먹었다. 5시간 이상 배고프지 않은 잡탕을 만들어 먹고는 사이사이 간식을 찔끔 먹다가 헬스장가서 1시간 정도 슬슬 걸었다.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올때쯤 인간다운 끼니를 차리고 아기랑 놀다가 저녁을 같이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서 살이 다 빠졌나보다. 운동으로 뺀줄 알았는데 단순 식이요법으로 뺀거였네. 이번에도 두끼식사로 살을 빼지 않을까...

한끼식사는 손이 떨려서 도저히 ㅠ.ㅠ)도전조차 못하겠지만 아주 예전에 아무것도 안먹고 집밖을 안나간적이 있었는데 물이랑 껌만 씹고 2일을 버텼던것 같다. 요즘은 간헐적 단식이라고 해서 일부러 속을 비우는 건강요법도 활발히 이뤄진다고 하니 다들 한번 도전해보시길. 나는 아기들 어느정도 키우고나서 도전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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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같이 일하던 동료언니의 갑작스런 퇴사소식에 마음이 뒤숭숭해서 "나도 살길을 찾아야 하는데..." 하며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새벽1시를 맞이하였다. 스팀잇 눈팅을 조금 하다가 글이나 쓰자하며 키보드를 꺼내들었는데 쓰고보니 장난감>책>미니멀>장보기>식사 순서로 이야기를 쓰다가 이제서야 글쓰는 이유를 쓰네.

오늘의 포스팅의 목적은 살길이 막막하고 심란한 밤에 아무말이나 써보자였다. 나는 이 글을 산뜻하게 끝내는 법을 안다.

'아몰랑 = 아몰라. 일기라고 적어두고는 닥치고 아무말이나 적을랭'이라고 쓰면 된다.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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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도 추피있음ㅋㅋㅋㅋ울 애는 엄청 좋아하던걸얇아서 읽어주기도 좋고 ㅋㅋㅋ
거실 모습 우리집 이야기하는줄ㅋㅋㅋ 티비 쇼파 없고 ㅋㅋ책장만 딱하나 있음

친구야ㅋㅋ
이 긴글을 진짜 다 읽었니ㅋㅋㅋㅋ감동스멜
ㅠ.ㅠ)~고마웡

나도 다 읽었는뎅 ^^;;;;
마지막 어느부분이 내 마음이었음ㅠ^^
파란볼펜 책 읽어보고 싶다ㅎ

찡여사 추피와 두두가 뭔지 몰라 검색해봤는데 비싸구만.
찡이 그린 그림으로 책 만들면 될듯하는데!! ㅎㅎㅎㅎㅎ

저희집은 이미 스티커버전의 헨젤과 그레텔 수준입니다.. ㅋㅋ

근데 남편분은 "웹툰" 신의탑은 읽으셨나요?

ㅋㅋㅋ억ㅋㄲ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의탑ㅋㅋ

살 길은 생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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