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안동 봉정사를 찾아서

in #kr-travel5 years ago

여기저기 다니느라고 산사 이야기를 오랫만에 쓴다. 다른 글과 달리 산사 이야기를 쓰려면 사전에 분위기가 좀 필요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 앉아야 한다. 마음이 급하거나 일이 바쁘면 산사 이야기 쓰기가 어렵다.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산사이야기를 생각하게 된 것이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리기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봉정사를 가는 길은 멀었다. 한참 시골길을 달려서 봉정사 가는 곳에 들어섰다. 요즘은 네비게이션이 다 해결해주니 운전하기는 편하다. 대부분 절에는 혼자 간다. 차를 타고 몇시간을 혼자 산길을 간다. 그렇게 혼자 시골길을 운전하는 것이 매우 기분좋게 느껴진다. 작년 가을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산사를 한번 다 다녀 오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내처 충청과 전라에서 놀다가 경상도로 발길을 돌렸다.

이상하게 전라도와 경상도의 산길과 그 분위기는 뭔지 모르게 조금씩 다르다. 전라도가 아기자기 하다면 경상도는 투박하다. 봉정사 가는 길도 그랬다. 경상도의 시골길들은 전라도보다 더 좋은 것 같지 않았다. 경상도에는 워낙 오지가 많아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봉정사는 아주 오지에 있었다. 가는 동안 여기에 이렇게 큰 절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시골길을 달리다가 어느정도 가다 보니 찻집과 민박집 같은 것들이 조금씩 보였다. 마침내 봉정사 입구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천천히 산으로 들어갔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조금 가팔랐다. 인상적인 것은 그 주변에 울창한 소나무 숲이었다. 많은 절을 다녔지만 이렇게 소나무 숲이 울창하게 좌우로 펼쳐진 곳은 별로 보지 못했다. 그 푸르름에 뭔지 모를 청량감을 느꼈다. 봉정사 제1경이 소나무 길이 아닐까 했다.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을 잘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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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다리여서 그리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인지 허리가 꼬부랑한 할머니들도 그길을 그냥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은 어렸다가 젊어서 한참을 자랑하다가 중년이 지나고 노년이 된다. 노년의 할머니들도 찬란했던 젊음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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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입구를 지나니 일주문이 보였다.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의 유서깊은 절인데 일주문이 의외로 작았다. 그냥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어서 일주문이 너무 커도 조화가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내생각이 항상 맞는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바로 오만이다. 내가 다 알고 내 생각이 맞다는 생각말이다. 절에 와서도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아직 철들려면 나이을 더 먹어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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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Awesome post and photography..i love it..my,dear friend oldstone

소나무길이 멋지네요.. 그리고, 경상도의 절에 가는 길이 그리 험한가요??
사진으로 보면 멋진데요..

지역마다 산길의 차이도 있는가 보내요
목적지만을 중요시 여겨서 지나치는 산길은 잘 못본것 같은데 다음에 가본다면 유심히 봐야겠습니다
다리가 빨리 회복 되시길 바랍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우리나라 전통 사찰 건축물들의 특징은 일본처럼 정교함이나 중국의 거대한 스케일이 아닌 순박하고 포근한 엄마품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자생풍수는 중국과는 무척 다릅니다.

정형화된 무엇이 생각의 다양성을 멈추게 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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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클왔어요~

첫째 사진 참 좋습니다.

소나무 숲이 굉장히 멋지네요!
아주 높게 잘들 자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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