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이야기) 경주 분황사를 나서며

in #kr-travel5 years ago (edited)

날씨가 추웠지만 분황사에 오래 머물렀다. 머리가 긴 외국청년 하나가 혼자 앉아서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람인 것 같은 인상을 쓰고 있다. 행색을 보아하니 여행을 오랫동안 한 모양이다. 서양 친구들이 대학을 마치고 여행을 많이하는 것을 보았다. 뉴질랜드에서 온 친구를 하나 본적이 있는데 자신들은 결혼하기 전에 세상을 마음껏 돌아다닌다고 한다. 결혼하면 가족에게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돌아 다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검은 머리와 얼굴 모습을 보아하니 원래 중동출신인 듯하다. 말을 걸어 보려고 했으나 혼자 석양의 고독을 즐기는 것 같아서 방해하지 않았다. 어쩌면 말을 걸어 주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했고…

좁은 경내지만 천천히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오래된 절에는 과거의 위용을 자랑하는 폐허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분황사에는 유독 그런 흔적이 많았다. 절 담벼락 따라서 폐허의 흔적인 석물들을 늘어 놓았다. 오래된 우리나라 절에 가면 어김없이 그런 모습이다. 그런데 분황사는 다른 절보다 그 흔적이 워낙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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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절을 복원할때 가져다 썼을 것인데도 이정도 잔해가 남아 있었다면 과거 분황사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건물의 기초부분에 해당하는 흔적들이다. 이런 잔해들을 보자면 괜히 마음이 짠하다. 무너져 내려버린 절의 운명이 마치 내 삶의 일부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그 외국인 젊은이도 그런 것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겨울의 삭막함까지 그 쓸쓸한 마음을 더욱 부채질한다.

쓸쓸한 마음을 분황사에 놓고 문을 나섰다. 황룡사 터를 향해서 가기 위해서 나가는 길에 당간지주가 서 있었다. 당간지주는 상당히 크다. 당간지주사이에 거북상이 있었다. 처음보았다.
이정도 큰 당간지주라면 분황사의 원래 모습이 대단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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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해킹사건에 대한 갠적인 생각

저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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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stone, Sometimes in outer world we see some people who definitely look like they are feeling alone and depressed and it gives unfortunate essenc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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