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사회적 생산

악의 사회성, 정확하게 말하면 부도덕한 행위(악)가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메커니즘이 있다. 그 메커니즘으로 악을 생산하는 사회적 공장의 대표적인 이름 중 하나는 ‘가부장(家父長)’이다. 봉건 사회의 가부장은 가족(집단)에게 절대권력을 행사했다. 개인은 없었다. 집단(체제)의 이익이 우선이다. 집단은 권력을 가졌고 가부장이 곧 집단이었다. 전체 사회는 가부장이 장악한 가족의 확장판이다.

집단에 속한 개인은 그 집단이 악을 생산해도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다. 개인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 메커니즘의 결함 또는 불완전함 때문에 사회적 악이 생산되면 기껏해야 실수나 일탈, 사고처럼 우연히 발생하는 관리 문제로 치부된다.

권력자의 악과, 그 악에 협조한(부역한)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악도 집단의 이름으로 희미해진다. 권력자는 자신의 악을 방조하는 착한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이 악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린다. 권력자의 악을 보고도 방관하는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집단 속에서 당당하게 행해지는 악을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 묵인하게 된다.

가부장적 집단주의는 ‘평범한 악’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공장이다.

개인 하나하나의 생각과 말 한마디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집단이, 가부장이 깨진다. 소셜미디어는 집단의 권력을 깨고 개인들에게 그 권력을 나누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에서 발췌,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