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확인하는 삶은 이제 그만.

in #kr-youth6 years ago

f.JPG

난 현재에 대해서는 절망적일 때도 있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언제나 낙관론자였다. 뭐 어쩌겠나. 그럼 죽어? 내일 해가 번쩍 뜬다고 생각해야 내가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밤비랑 산책도 할 수 있을테니까. 내일은 세상이 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살 수 있는 현실이니까. 좀 느리긴 해도 포기 하지 않는다면 자그마한 일에 의미를 느낄 수 있다면 뭐 살만하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늙어가지만, 완벽히 약고 야무져지지만은 않는 허술한 나를 바라보며 좀 다행스럽게 여긴 적도 있었다.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나 다운게 뭔데? 니가 날 알아?" 하며 버럭대는 인물처럼, 오글거리는 이따위 말은 최대한 지양하고 싶지만, 어쩐지 요즘의 나는 상당히 나답지 않다. 설레는 일이 없고, 원하고 바라는 일이 적어졌다. 설사 있어도 포기가 빨라졌다. 그 포기 끝에는 이유를 붙인다. 쓸모없는 발걸음, 쓸모없는 걱정, 쓸모없는 노동. 그런 기분을 너무 많이 느끼고 있다. 하루에 서너번은 절망적인 기분에 빠지는데, 애써 무시하거나 아등바등 정상적인 상태로 기어올라온다. 그래도 밥을 벌겠다고 마음 속 비관로봇의 버튼을 꾸욱 누질러 끄고는 억지로 입가는 끌어올린다.

실컨 운동하고 돌아온 집, 접시에 올려져 있는 과일을 보는데 울컥 눈물이 고였다. 영문도 없이 벌게진 얼굴을 보는데 어쩐지 이게 가장 솔직한 지금의 내 모습 같다.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으로 내 존재감을 확인받으며 산 시간이 너무 길어져버렸다. 내가 나를 좀 이해해주고 싶다. 무언가를 견디는 내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이제 상상과 연습은 그만 두련다.

Sort:  

Read my profile if want me to resteem your post to over 72,500 followers. @a-a-a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어뷰저를 잡아주세요!
https://steemit.com/jjangjjangman/@virus707/hayrx

Coin Marketplace

STEEM 0.35
TRX 0.12
JST 0.040
BTC 71539.00
ETH 3603.23
USDT 1.00
SBD 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