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고 말하는 데 노력이 필요한 하루

in #kr-youth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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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참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새벽이었다.

싫은 내색을 깊고 어두운 곳에 쌓아두면서도 몸도 마음도 아팠던 날.

어떤 날에는 균형감을 잃기도 했고, 휘청댔고,

귀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말짱하게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스텝이 꼬여 어느 순간 넘어진 사람이 되어 있는가 하면,

매우 기다렸던 낭독회에서 모든 소리를 한쪽 귀로만 간신히 듣기도 했다.

무리하고 있어서 상심했던 날들.

싫다고 말하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해서 나는 적당한 표정과

기색과 분위기와 말투를 찾기 위해 애썼다.

아직도 미숙하고 어색해서 어떤 부정 뒤에는

더 크게 다쳐버린 내가 있기도 하고,

선명하기 못한 거절에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로 부탁을 들어줘야 했던 순간도 있다.

그래도 이제는 오늘 아침처럼 높은 구두를 신어도

균형감을 잃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는다.

결국 다 괜찮아 진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이상할 정도로 땀이 나지 않는 나는 축축한 출퇴근 전동차가 못내 낯설지만,

여름을 잘 보내기 위한 견딤이라고 생각하면 좀 괜찮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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