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14 작업 일지] 낯선 곳에서 작업하기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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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간단한 작업 때문에 경기도에 있는 지인의 작업실에 왔습니다. 작업이 애매하게 남아 지인은 일을 보러 떠나고, 저는 여기 남아 다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작업실을 엿보는 것은 참 즐겁습니다. 어쩌면 작업실은 방보다도 더 내밀한 곳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도 작업실에 가보면 그 사람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는 갑자기 일이 몰려, 곡도 써야 하고 썼던 곡을 수정도 해야합니다. 당장 이번 주만 지나면 아주 한가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일이 따로따로 들어오면 좋을 텐데, 왜 항상 몰아서 생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당장 급하게 써야 하는 곡이 있어 곡 스케치를 했습니다. 이번 곡은 아카데믹한 곡입니다. 목표는 익숙한 패턴 버리기, 고정관념을 버리기입니다. 연주곡을 쓸 때는 항상 피아노를 치며 곡을 만들었기 때문에, 일부러 피아노가 없는 곳에서 곡을 써봤습니다. 무척 막막했습니다. 익숙한 것을 버리려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데, 늘 그렇듯 당장 눈앞의 일을 해결하기 바빠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슬쩍 미뤄버렸습니다.

딴짓도 하다가, 구상도 하다가, 작업도 하는데 살짝살짝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이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경기도만 와도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주택가인데 창밖 너머에서 낯선 음악 소리가 들렸습니다. 밖을 내다보니 점 집에서 굿을 하는 소리였습니다. 묘한 영감이 되면서, 방해도 되면서, 쉽게 할 수 없는 낯선 경험을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작업한다는 것은 낯설기에 새롭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기본적 불안함이 내재돼있는 것 같습니다. 내 영역이 아닌 곳에서 내밀한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두어 번 멜로디를 만들었다가 지우고, 지금은 그냥 지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인을 기다리며 찍은, 타인의 작업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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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두를 왜 올려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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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열한 창작의 고뇌 흔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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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작업 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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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이시네요~^^ 전 예체능에 소질이 전혀없어서 너무 부럽네요^^
강아지가 시골에 키우고있는 개랑 닮아 흐믓해 집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제 직업이 흔한 직업이라 오히려 회사를 다니거나, 공부를 하는 분들이 무척 신기하고, 대단해 보인답니다. 강아지가 정말 귀엽지요? 작업하고 있으면 계속 와서 낑낑대더라고요ㅎㅎㅎ @soros7979님의 강아지도 얼마나 귀여울지 무척 궁금하네요+_+

작곡에 글에 도대체 못하시는게 뭘까요?
부럽..............

작곡도 글도 그저 그런 수준입니다만, 좋게 봐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dozam님의 일상을 담은 글도 잘 읽고 있습니다. 글은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감사합니다:)

아.. 몬스터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로운데..
작곡, 작사하는 분들을 보면 대단해보여요 :)
제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라서요!

지인의 말로는 커피가 더 몸에 해롭다고 하는데요. 각자 자기 몸에 맞는 각성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일상 안에서 삶을 꾸려가는 모든 분이 다 대단해보입니다. 음악가의 입장에서는 음악가가 아닌 분들이 정말 멋있어 보인답니다.

공감합니다.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항상 대단해보이고 멋져보이던데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였군요! 아무쪼록 몸관리 잘하세요 :)

피아노 없이 곡을 쓴다는 것,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요? 멋있어요.ㅎㅎ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인데 말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책상에 앉아 곡을 쓰는 선생님이 참 멋있어 보였는데, 선생님 나이가 되고 보니 직업적으로 응당 해야하는 일처럼 느껴지네요. 시 역시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직업이 아니던가요? :)

그래도 언어로 생각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생각을 소리로 옮겨 놓는 것은 더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해요 .ㅎㅎ

익숙한 것들을 버려보며 낯선 불안함을 새로운 경험으로 느낀다는게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너무 공감가는 글이에요 :D

익숙한 것들을 버려보려 하지만, 결국 익숙한 것으로 돌아간다는... 비극적 결말입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시도해보아야겠지요? ㅎㅎ 특히나 새로운 시작을 앞둔 P님이라 더욱 공감이 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낯선 불안함을 즐기고 계실 P님도 응원합니다! :)

크으... 에너지 음료에 담겨 있을 숱한 불면의 밤에 마음이 저릿합니다.
작업메이트가 너무 귀여워 작업에 방해가 될듯 하네요 ^^

그러게요. 저도 작업 땐 커피를 연달아 벌컥벌컥 마시곤 하지만, 왠지 저 음료들은 훨씬 더 몸에 해로울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몇 박스가 쌓여있던데 저러다 죽는 건 아닐지 걱정도 살짝 되었습니다 ㅎㅎ 작업 메이트가 너무 귀여워 계속 정신을 못차린 것도 사실입니다 ㅠㅠ

고뇌의 흔적이 보이는 사진이네요 ~
작업메이트와 함께 멋진곡 만드시길 바래요

응원 감사합니다. 강아지가 정말 귀엽죠? 다시 익숙한 제 작업실로 돌아가곤 있지만, 오늘의 낯선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려 합니다:)

내밀함이 엿보이는 사진이 좋네요! 작업 잘 되시길! ㅎㅎㅎ

에빵님~! 제 내밀한 모습은 내보이길 두려워하면서 타인의 내밀함은 불쑥 내보이는, 그런 못된 글이었습니다. 잘 보셨다니 기쁩니다! 작업 잘 마칠게요:) 감사합니다.

왜 호두를 올려놨지? 이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왜일까요... 왜... 왜... ㅠㅠ

아~ 제일 위 사진을 보니 원래 호두를 받쳐두는 용도네요. ㅎㅎ 근데 호두 받침대가 왜 필요한거죠? 왜지? 왜... 왜...

지인에게 물어봤는데 저것은 호두 받침대가 아니고 영원히 그 이유는 알려주지 않겠다고 하네요 ㅎㅎㅎ 이것 때문에 오늘 잠 못 주무시는 건 아니겠죠? ㅎㅎㅎㅎ

음... 일단 호두 받침대는 확실히 아니군요... 그럼 뭔가 다른 용도...
뭘까... 자세히 보니, 호두가 4개가 올라가있는 것 같고... 옆으로 구르지 않는 걸 보면 둥그런 그릇형태... 아래 보면 뭔가 담을 수 있는 것 같기도...
그냥 장식품이라기엔 기능이 있어 보이고...

설계자는 윗부분과 아래를 구분했다고 생각되요. 그리고 모양새를 보면 아래 위 모두 기능이 존재하고... 윗부분은 형태는 뭔가를 임시로 올려둘 정도의 공간... 그것도 다수의... 아래 공간은 다함께 활용할 수 있는 그릇... 제가 아는 것 중에 이런 기능이 필요한 건 재떨이 밖에 없는데...
정답!! 재떨이!!!

카비님 한참을 웃었습니다ㅋㅋ 제가 괜한 사진을 올렸나봅니다 ㅎㅎㅎ 제가 직접 봤을 때 재떨이인 것 같진 않았지만! 서로의 편의를 위해 그렇다고 해놓지요 ㅎㅎㅎ

ㅋㅋㅋ 뭘까요... 끝까지 궁금하네. 일단 재떨이인 것으로. ^^

예전에 데자와 몇백개를 저렇게 쌓아났는데... 백개 이후에 세는 것을 멈췄습니다... 처분하느라 정말 고생했었죠;; [저에겐 데제와가 마치 핫식스 작용을 해서 데자와를 종종 마시곤 했었습니다; ㅎㅎ]

제 친구 중에도 데자와를 무척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선물로 한 박스 선물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몇백 개를 쌓아놀 수가 있는건가요? ㅎㅎㅎ 버릴 때 포대로 몇 번은 옮겼을 것 같습니다. 몇백 개가 될 때까지 버리지 않고 쌓아둔 것도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ㅎㅎㅎ (사진 있으면 나중에 한 번 올려주세요!)

ㅎㅎ 거의 한 3달 먹었나요? ㅋㅋㅋ 그 때 같은 팀원들이 저에게 몇개까지 모을 수 있나 해보자고 했었죠.. 5~6년 전 일이라 예전 핸드폰에 사진이 있나 모르겠네요 ㅎㅎ

치울 때 아예 라면박스 몇개 가져와서 층마다 있는 분리수거 캔 쓰레기통을 다 채워버렸죠 ㅎㅎ;

그 땐 오피스의 냉장고나 방의 냉장고에도 다 데자와로 가득차 있었으니까요... 지금 데자와는 비싼더군요... 그 때 데자와를 많이 먹으면서 살도 엄청 쪘다는게 함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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